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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





  몇 년 전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영상기자’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탈고를 마칠 즈음, 책의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뉴스 현장의 최일선에서 이 시대 사람들이 겪고 느끼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영상으로 기록해 전달하는 우리 직업을, 사람들의 가슴 속에 탁 와닿는 한 두 마디의 말로 조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뉴스의 전달, 소비 방식이 TV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크게 변화했고, 우리의 업무도 다양하게 확장,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는 하나의 개념을 찾아 표현하는 것이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때 떠오른 단어가 ‘역사’였습니다. 

  신입 영상기자로 보도국에 처음 출근한 날 어느 선배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여러분이 매일 매일 카메라로 담아내는 뉴스가 오늘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선배의 근엄한 말씀에 ‘예술적 특성을 가진 ‘촬영’이라는 행위와 그 결과물인 ‘영상’을 ‘뉴스’라고 하는 ‘저널리즘’과 연관시키기 위해, ‘역사’라고 하는 너무나 거창한 단어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영상기자로 일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 선배의 말씀이 우리 직업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설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의 의미를 갖는 라틴어‘디우르나(diurna)’ 라는 말에서 기원한 ‘저널리즘(Journalism)’은 오늘을 기록하고 전달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기록의 나라-조선’을 만든 ‘조선왕조실록’은 매일매일 왕과 신료, 정부의 활동과 조선팔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사초(史草)에 기반 해 정리되고, 편집되었습니다. 사초를 쓰고 정리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왕에게 백성의 목소리를 전하고, 관료들의 부패와 실정을 알림으로서 왕의 통치행위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기록하는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의 기관을 언론삼사(言論三司)라고 불렀고, 그 임무를 받은 자들을 통칭해‘언관(言官)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활동을 시스템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민심을 전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역사의 기록자들이 진실에 눈을 감고 붓을 꺾을 때, 또, 이들을 왕과 권력의 힘으로 억누르고 탄압할 때, 그 결과는 시대의 비극으로 끝났음을 조선왕조실록은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2024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동과 혼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故채해병사망사건의 진상규명 요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인한 특검법의 잇단 좌절’,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논란’, ‘명태균씨 폭로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종결’,  ‘22대 총선, 여소야대와 잇단 청문회’, 그리고, ‘12.3 계엄내란사태와 국민저항’,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어느 하나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격변적 사건들을 뉴스 현장의 한가운데서 마주하며, 영상기자 한 명 한 명은 굽힘없이 ‘오늘’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12.3 계엄 내란 사태’상황 속에서, 무장한 계엄군의 총과 무력에 주눅 들지 않고, 현장의 영상기자들이 함께 연대해 계엄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며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그 진실을 세상에 고발했습니다. 이런 우리의 용기와 노력이 2024년 12월을 1980년 ‘오월광주’로 되돌리지 않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체제를 지키고, 자유와 인권, 평화를 갈망하는 광장의 불꽃으로 살아나는  강력한 동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영상기자’로서 우리가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오늘의 역사’, ‘대한민국의 집단기억’은 다가오는 2025년, 우리 사회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안정과 평화, 도약과 발전을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 우리의 카메라에 희망차고 담대한‘오늘의 역사’들이 차곡차곡 담기기를 기원합니다. 

회원 여러분, 전국의 영상기자 여러분, 올 한해도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 준 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MBC 나준영 회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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