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일 긴 투쟁을 마치고 현업에 복귀한 MBC 영상기자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40여년 MBC 뉴스의 한 축인 보도영상을 담당해 온 영상취재부문이 공중분해 된 것이다. 영상기자들은 각 취재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영상취재부문이 사라진지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에 이번 조직개편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없었다. 영상기자를 취재부서로 전진배치 해 뉴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란 얼토당토않은 이유만 내세웠을 뿐이었다. 결국 파업의 선봉에 섰던 MBC 영상기자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철저히 보복한 것이고, 경영진이 제시한 이유가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 증명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우선 인력운용의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과거에는 부족한 인력이지만 영상취재부문 캡이나 데스크가 각 취재부서에서 의뢰한 아이템을 조율해 신속히 인력을 배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상기자가 각 취재부서로 배속된 현 시스템에서 영상기자들이 타 부서의 일을 예전처럼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되었다. 타 부서지원을 위해서는 파견형식의 행정절차나 각 부서 부장들 간 업무협의를 거쳐야 해 되려 인력운용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업무의 폭이 한 부서로 제한된 현 상황에서 영상기자가 한 명이거나 넉넉하지 못한 부서에서는 업무의 로드가 상당히 심한 현실이다. 파업기간 영상기자 대체인력으로 뽑은 뉴스영상PD들이 각 부서에 배속되어 있어 인력의 양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뉴스영상 PD들이 생산하는 영상의 품질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러다보니 취재기자들은 영상기자와 아이템을 하고자 한다. 영상기자가 한 명인 부서는 취재기자들이 영상기자의 스케줄을 보고 취재일정을 조절하는 번거로움까지 감수하고 있다. 취재기자들이 줄을 서서 영상기자가 앞 일정을 마치기만을 바라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취재부문이 없어지면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로부터 청와대, 국회 등 출입처 풀단으로서의 자격도 박탈당했다. 풀 체제하에서는 적정 인원으로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례로 기존 국회에는 영상기자 네 명이면 될 일을 현재는 영상기자 다섯 명과 뉴스영상PD 두 명으로 약 두 배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야만 처리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출입처 이외 긴급히 현장풀이 필요한 경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MBC 경영진이 내세웠던 ‘뉴스경쟁력 강화를 위한 영상기자의 취재부서 전진배치’ 그럴듯하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곳곳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스템이 적응해 가는 과정 속에서의 삐걱거림 정도라고 치부한다면 오판이다. 경영진이 내세웠던 뉴스경쟁력의 측면에서 본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오히려 MBC 뉴스의 경쟁력과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MBC만의 차별화된 뉴스영상의 경쟁력도 추락하고 있다.
영상취재부문의 해체 이후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현재, MBC 경영진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이 곰비임비 드러나고 있다. 오직 뉴스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책은 영상취재부문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