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기록보존, 어디까지 왔나?

by TVNEWS posted Nov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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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기록보존, 어디까지 왔나?  

가족대책위, 안산에 "416기억저장소"마련 

사회적 기억화를 위한 민/관 협력모델 구추세월호 참사 기록보존, 어디까지 왔나?

가족대책위, 안산에 “416기억저장소” 마련

사회적 기억화를 위한 민/관 협력모델 구축이 시급


최효진/(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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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기억저장소 관리홈페이지.JPG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00일이 지났다. 여전히 실종자는 9명에 이르고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여전하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에 관한 합의안을 지난달 31일 발표했고, 관련 수사와 재판도 진행 중이다. 기록학계도 여전히 이 참사를 사회적 기억화(化)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5월, 진도 현지에서부터 세월호와 관련한 기억 구술채록을 전개하는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명지대 기록팀의 활동을 소개한 바 있다(미디어아이 95호). 진도 현장수집은 8월 말 일단락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시민과 기록전문가들이 뭉쳐 안산에 공간 및 시스템을 마련하고 “416기억저장소”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올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상처를 준 사건 가운데 하나인 “세월호 참사”의 기록보존 활동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사실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기 위한 움직임은 시민 사회 곳곳에서 시작됐다. 유가족 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이하 기록위)”를 비롯해, 기록전문가와 시민아키비스트들이 모인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서울광장 추모기록(노란 리본, 메모지, 현수막 등) 수집/보존 활동을 주로 담당해온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이하 기록봉사단)” 등이 그 주체들이다. 



 기록위는 사고 직후부터 자발적으로 이 참사를 기록하고자 모인 전?현직 작가/기자/PD/영화감독 등을 중심으로 사진기록단, 영상기록단, 작가기록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주로 가족대책위의 입장과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이슈들을 정리하여 외부로 보도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8월 초 가족대책위 활동에 대한 기록 강화와 여러 채널을 통해  수집된 기록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해, 가족대책위 대외협력분과위원회 산하에 “보도기록팀”을 비롯해 기록수집팀, 기록관리팀, 공동체프로그램운영팀, 총무팀 등을 구성했다. 최근 유투브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416TV"는 이들 활동을 통해 생산/수집되는 영상과 각종 취재 결과물을 네티즌들에게 직접 알리는 주요 채널이다. 



 한편, 네트워크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생산되는 다양한 기록, 즉 유가족 대책위 활동은 물론이고 생존자/피해자/실종자와 그 가족들의 사적(私的)기록, 검찰수사, 재판, 언론 등 공공기록, 추모활동을 기획하는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이 생산한 기록 등을 망라적으로 수집한다. 수집된 기록을 지속적으로 보존, 관리하여 시민들에게 전시/출판 등을 통해 공개하고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역할까지가 네트워크의 몫이다. 현재 안산에 수장고, 사무공간, 전시공간 등으로 구성된 “416기억저장소”를 마련하고 각종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시민들로부터 각종 기록물 기증받기 위한 시스템, 기증받은 실물/디지털기록물 관리를 위한 정리/기술 시스템, 기록물을 활용해 제작되는 각종 전시,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참사와 관련한 기억 수집을 위한 촬영/편집 장비 마련과 구술기록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주요 골자다. 앞서 설명한 기록위와 네트워크에서 생산/수집한 기록물은 모두 이 416기억저장소로 모이게 되며, 416기억저장소의 컬렉션 일체와 공간, 각종 시스템은 가족대책위에 기증된다. 네트워크는 이를 운영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그렇다면 국내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 해당하는 국가기록원을 비롯해 공공 부문의 참사기록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국가기록원은 지난 4월 30일, “여객선 세월호 사고 관련 기록물(일반/시청각기록물, 행정박물)의 관리 철저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을 안행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바 있다. 이후 5월, 서울시, 인천시, 안산시 등은 임시분향소 운영기록과 노란리본, 소망종이 등 추모기록을 수습하여 정리, 등록했다. 또, 7월부터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이 “세월호 사고수습 백서 발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록학계 안팎에서는 세월호 참사 기록보존과 관련해 민관 협력 모델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유관 기관/지자체들이 참사 증거기록을 무단 폐기하거나 위/변조 등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공공기관에서 생산되는 기록물 현황과 정보의 흐름을 분석하면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또 현재도 방대한 분량의 실물/디지털 기록물이 수집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공간, 시설, 장비, 인력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족대책위는 시민 모금을 진행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운영해야 할 416기억저장소는 정부와 지자체, 가족대책위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상태다.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은 민간기록물을 수집,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민간 부문의 4.16참사 기록 관리를 정부가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국가기록원 등이 이번 참사 기록보존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관련 법률과 조례 개정을 통해 민간기록물 관리기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416기억저장소는 아직까지 보존 시설과 각종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에 있고, 따라서 수집된 기록물을 활용하기 위한 이용자들의 요청에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 사진전시회 등 가족대책위 내부 요청이 있을 경우 기록물을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형태로 수집되는 기록물은 대용량 스토리지를 구축해 정리/기술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 진정한 민/관협력을 통해 올해 말 기록물 기증시스템 등 각종 인프라가 정비되어 참사기록의 수집, 관리, 보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각 기능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