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영상의 활용과 시각
프랑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은 1994년‘ 하늘에서 본 지구(Earth from Above)’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세계를 돌며 항공촬영으로 지구를 기록하였다.
그의 사진은 인간이 아닌 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며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삼각대 위에만 있던 카메라를 하늘로 올려버린 것이다. 땅위에서는 볼 수 없던 대지의 색감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패턴들은 마치 우리가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 만 같다.
20년이 지난 지금 머리 위에서 위잉~위잉~ 돌고 있는 드론을 쉽게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뉴스 리포트에서 드론 영상은 현장 분위기를 한 컷에 설명해주고 시청자들의 눈을 이끌어내기에 적절하다. 그리고 사실 드론이 촬영한 부감은 촬영기자가 힘들게 올라간 높은 건물에서의 부감보다 좋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드론 영상은 이제 뉴스에서 또 다른 영상 저널리즘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드론’ 들고뛰어라!
나는 드론을 활용하여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드론을 날리기보다 들고뛴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드론을 사용한다! 그러면 대부분 부감 영상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드론을 날릴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이거나 ENG 카메라에서는 연출할 수 없는 카메라 워킹을 위해서는 드론은 또 다른 카메라가 된다.
얼마 전 드론으로 기자 스탠딩을 촬영한 적이 있다. 단순히 기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멘트가 끝나면 드론을 차량 창문으로 넣어 차 내부를 보여주기로 하였다. 같이 취재를 나간 촬영기자 선배의 아이디어로 진행되었다.
공중에서 기자의 멘트를 따고, 내려오는 드론을 손으로 받아 시동을 끈 후 차량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넣었다.
약 1시간여 동안 시도한 끝에 방송에 사용할 만한 영화 같은 영상을 얻게 되었다. (2018년 7월 23일 KBS 9시 뉴스‘ 땡볕 아래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참고) 생각한 것보다 손으로 들고 촬영한 영상의 떨림이나 이질감은 적었다. 무엇보다도 영상과 기자의 멘트가 잘 매칭된 드론 영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벽화가 가득한 골목, 연못 위로 놓인 데크 위.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고 나무도 많았다. 드론을 굳이 띄우지 않고 그냥 가볍게 들고뛰었다. 마치 드론을 스테디카메라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사이를 그치듯 빠져나가면서 역동적인 영상을 담았다. 또한, 벽화의 모습을 찬찬히 아이 레벨로 담아내기에도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드론 타임랩스 발전된 드론의 기술력 덕분에 지도 위에 가벼운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곳으로 드론을 보내고, 일정 지역을 비잉~ 비잉~ 돌릴 수도 있다. 이때 영상 대신 사진으로 촬영을 하면 드론은 훌륭한 타임랩스, 하이퍼 랩스영상을 당신에게 선물해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강의 다리를 촬영한다고 하자 멈춰진 한강의 다리는 드론의 비행에 따라 느리게 움직이지만 그 다리 위를 지나다니는 차량들은 우리가 그동안 본 타임랩스 영상처럼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그 배경으로 해가 지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영상이 있을까? 마치 하늘 위에 슬라이드나 와이어캠을 놓은 것 같은 영상 이미지를 드론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더해서 사진은 영상에 비해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편집툴에서 줌이나 패닝을 주어 또 다른 효과를 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타임랩스는 특히 야간 촬영에 더욱 돋보인다. 도로 위를 비추는 차들의 라이트로 미학적인 빛의 흐름을 담아낼 수 있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느낌도 줄 수 있을 것이다. 해 질녘에서 밤으로 바뀌는 영상 역시 이러한 방법으로 촬영하면 미적이면서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하루를 보여줄 수 있다.(야간촬영 및 비행은 국토부의‘ 드론 특별 승인제’를 통해 비행을 허가받을 수 있다)
이제는 20년 전 얀 아르튀스 작가 때와는 다르게 누구나 가볍게 카메라를 쉽게 하늘 위로 올릴 수 있다. 즉, 하늘에서 촬영한 드론 영상은 더 이상 특별한 영상이 아니다. 다만 드론은 영상을 연출하는 데 있어 더 큰 가능성을 열어준 또 다른 도구일 뿐이다. ENG 카메라보다 촬영기자의 눈이 더 중요한 것처럼 드론 영상 역시 이제는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시각으로 담아내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정태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