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
“영화처럼 수산물 수입업계에도 대부(代父)가 있어.” 지난해 12월 마산세관 직원이 푸념처럼 늘어놓은 말이 자극제가 됐다. 원산지를 둔갑시킨다는 첩보 때문에 조사를 받지만 몇 번이고 무혐의로 풀려나 전국 세관에선 이미 명물이 된 40대 수산물 수입업자 k씨!. 세관 조사과를 수차례 찾아가 확인하니 역시 결정적인 증거 화면이 없는 게 문제였다. 신변 보장을 약속하고 문제의 업주 K씨와 일했던 적이 있는 직원을 만나 정보를 캐낸 끝에 1월 중순, 다시 중국산 민물새우를 들여온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 달을 기다렸고 다시 수입을 시작하는 날, 인천항에서 2박 3일 간 출장취재를 시작했다. 하역부터 수산물 검사*검역, 그리고 세관의 최종 통관까지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역 인부처럼 입은 옷속에 카메라를 숨겨 꼬박 이틀 동안 촬영을 했다. 충격적인 건 단순히 원산지 둔갑만이 아니었다. 수입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오면 크게 수산물검사원과 세관, 이렇게 두 기관을 거쳐야 하는데 수산물검사원은 식용, 또는 위생상 문제가 없는지 검사하고, 그 정보를 전산으로 세관에 넘겨준다. 세관은 검사합격여부 같은 수입요건 등을 확인한 후 시중에 유통할 수 있도록 통과시켜준다. 하지만 검사원과 세관이 서로 원산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걸 악용해 K씨는 검사원엔 북한산, 세관엔 다시 중국산으로 신고해 통관절차를 통과했다.
북한산수산물은 식품 안정성이 중국산보다 나아 수산물검사원의 검사가 훨씬 수월하고 빠르기 때문이고, 세관신고 때 다시 중국산으로 바꾼 건 북한산으로 신고하면 통일부와 세관의 이중 확인을 거쳐야 해 들통나기 때문이었다. 결국 업자 맘대로 기관에 원산지를 다르게 신고해도 들통나지 않자 K씨는 값싼 중국산 수산물을 시중엔 다시 북한산으로 팔아 45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 조사 결과 그 양만 300톤!. 취재과정에서 검사원과 세관직원을 속이기 위해 가짜 원산지 스티커를 붙였다 떼는 장면도 최초로 촬영했고 검찰의 압수수색영장까지 동원한 끝에 수입업체를 세관직원과 급습해서 떼어버린 가짜 원산지 스티커를 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 검사기관에 제출한 각종 증명서류도 한 달 동안 중국과 북한 당국의 협조를 거쳐 가짜이거나 돈을 주고 발급받았다는 걸 증명해냈다. 수산물 수입업계 대부의 고개를 떨구게 한 순간이었다.
마산MBC 주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