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소·돼지에게 주사를 맞힌 사람은?
CJB 청주방송 영상취재부 김준수
충주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월11일.
주로 서해안에서만 발생하던 구제역이 내륙 중심지인 충주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방역당국
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카메라기자로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 지역을 빠짐없이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방역선을 넘었다며 농수산부로부터 고발까지 당할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
절이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했던 사람들은 바로 축산농민들.
자식같이 기르던 소와 돼지를 산채로 파묻어야만 하는 농민들을 바라보면서 농민의 자식으
로 살아온 나도 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후 구제역 예방 백신접종과 낙인작업 등의 구제역 확산 방지 작업이 계속 이뤄져 농민들
은 그야말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4개월 가량 지난 8월18일.
구제역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한 농민으로부터 제보전화가 왔다.
자신이 키우던 염소는 자신이 직접 예방접종을 했는데 면직원이 들고 다니던 예방접종부에
는 수의사가 한 것처럼 기재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꺼리'가 되겠다 싶어 취재기자에게 알려주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농민이 직접 접종할 경우 접종비가 없지만 수의사나 접종요원이 접종할 경우 소와
염소 사슴 등은 마리 당 천원, 돼지는 마리 당 5백원의 접종 시술료를 주기 때문이다.
충주시에서 예방접종한 가축은 모두 12만마리.
접종 시술료로 수천만원이 수의사와 접종요원들의 배를 부르게 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
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곧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예방접종 대장은 어렵게 입수했지만 분량이 1, 2차 예방접종대장을 합쳐 3천 쪽이 넘고 농
가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제보한 농민과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틀 밤을 새우며 10여 마리 이상 소와 돼지를 키우는 농민 3백여 명을 골라 전화를 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모두 수의사와 예방접종요원이 직접 농가에 찾아와 했다는 것.
그럼 이 농민만 단순 실수로 잘못 기재한 것일까.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 것인가.
더구나 취재소식을 알고 충주시와 면에서 농민들에게 입단속을 했다는 정보가 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는 법.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예방접종대장에 돼지 7천 마리를 접종한 것으로 돼 있는 예방접종요원 성아무개씨와 통화중
"자신은 예방접종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성씨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제 풀렸다.'
그 동안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씻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돼지 7천 마리를 실제로 접종한 접종요원 홍아무개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홍씨는 처음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성씨의 이름
을 거명하며 다그쳐 묻자 그제서야 진실을 말했다.
"시청 직원의 요청에 의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시청직원은 그런 일을 했을까 의문이 생겼다.
취재기자와 함께 충주시 축산과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공무원들도 처음에는 완강히
사실을 부인하다 "감사에 적발될 것이 두려워서 그랬다"고 실토했다.
이런 사례가 크고 작은 것을 포함해 수십여 개가 드러났다.
공무원의 조직적 개입이 마침내 드러난 것이다.
또 소와 돼지, 염소 수백여 마리가 농민에 의해 자가 접종됐으나, 수의사와 예방접종요원에
의해 접종된 것처럼 기재된 사실도 이후 3일 동안의 취재에서 추가로 밝혀냈다.
나는 이후 취재기자와 함께 '구제역 예방접종 내역 허위기재', '보조금도 비리의혹', '경찰 본
격수사 착수' 등 7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결국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 공무원 2명과 접종요원 1명을 사법처리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됐다.
이 시리즈 기사로 취재기자와 함께 한국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이 공동으로 주는 제120회 '이
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억, 수십억원의 돈이 새 나간 것은 아니지만 비록 적은 돈이나마 정부보조
금이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막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셨다.
9월28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상취재 기자로 5년간 일한 보람을 느낄 수 있
어 좋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수상소감도 발표했다.
"이 상은 제가 받아야할 상이 아니라 구제역으로 자식같이 기르던 소와 돼지를 눈물을 흘리
며 메마른 땅에 묻어야만 했던 축산농민들에게 주어야할 상입니다."
아직까지 구제역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이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
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CJB 청주방송 영상취재부 김준수
충주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월11일.
주로 서해안에서만 발생하던 구제역이 내륙 중심지인 충주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방역당국
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카메라기자로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 지역을 빠짐없이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방역선을 넘었다며 농수산부로부터 고발까지 당할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
절이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했던 사람들은 바로 축산농민들.
자식같이 기르던 소와 돼지를 산채로 파묻어야만 하는 농민들을 바라보면서 농민의 자식으
로 살아온 나도 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후 구제역 예방 백신접종과 낙인작업 등의 구제역 확산 방지 작업이 계속 이뤄져 농민들
은 그야말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4개월 가량 지난 8월18일.
구제역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한 농민으로부터 제보전화가 왔다.
자신이 키우던 염소는 자신이 직접 예방접종을 했는데 면직원이 들고 다니던 예방접종부에
는 수의사가 한 것처럼 기재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꺼리'가 되겠다 싶어 취재기자에게 알려주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농민이 직접 접종할 경우 접종비가 없지만 수의사나 접종요원이 접종할 경우 소와
염소 사슴 등은 마리 당 천원, 돼지는 마리 당 5백원의 접종 시술료를 주기 때문이다.
충주시에서 예방접종한 가축은 모두 12만마리.
접종 시술료로 수천만원이 수의사와 접종요원들의 배를 부르게 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
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곧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예방접종 대장은 어렵게 입수했지만 분량이 1, 2차 예방접종대장을 합쳐 3천 쪽이 넘고 농
가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제보한 농민과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틀 밤을 새우며 10여 마리 이상 소와 돼지를 키우는 농민 3백여 명을 골라 전화를 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모두 수의사와 예방접종요원이 직접 농가에 찾아와 했다는 것.
그럼 이 농민만 단순 실수로 잘못 기재한 것일까.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 것인가.
더구나 취재소식을 알고 충주시와 면에서 농민들에게 입단속을 했다는 정보가 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는 법.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예방접종대장에 돼지 7천 마리를 접종한 것으로 돼 있는 예방접종요원 성아무개씨와 통화중
"자신은 예방접종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성씨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제 풀렸다.'
그 동안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씻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돼지 7천 마리를 실제로 접종한 접종요원 홍아무개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홍씨는 처음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성씨의 이름
을 거명하며 다그쳐 묻자 그제서야 진실을 말했다.
"시청 직원의 요청에 의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시청직원은 그런 일을 했을까 의문이 생겼다.
취재기자와 함께 충주시 축산과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공무원들도 처음에는 완강히
사실을 부인하다 "감사에 적발될 것이 두려워서 그랬다"고 실토했다.
이런 사례가 크고 작은 것을 포함해 수십여 개가 드러났다.
공무원의 조직적 개입이 마침내 드러난 것이다.
또 소와 돼지, 염소 수백여 마리가 농민에 의해 자가 접종됐으나, 수의사와 예방접종요원에
의해 접종된 것처럼 기재된 사실도 이후 3일 동안의 취재에서 추가로 밝혀냈다.
나는 이후 취재기자와 함께 '구제역 예방접종 내역 허위기재', '보조금도 비리의혹', '경찰 본
격수사 착수' 등 7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결국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 공무원 2명과 접종요원 1명을 사법처리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됐다.
이 시리즈 기사로 취재기자와 함께 한국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이 공동으로 주는 제120회 '이
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억, 수십억원의 돈이 새 나간 것은 아니지만 비록 적은 돈이나마 정부보조
금이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막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셨다.
9월28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상취재 기자로 5년간 일한 보람을 느낄 수 있
어 좋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수상소감도 발표했다.
"이 상은 제가 받아야할 상이 아니라 구제역으로 자식같이 기르던 소와 돼지를 눈물을 흘리
며 메마른 땅에 묻어야만 했던 축산농민들에게 주어야할 상입니다."
아직까지 구제역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이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
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