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모색해야

by 안양수 posted Jan 12,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YTN '위대한 문화유산' 제작기>

한국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모색해야

 올해 초 회사의 직무에 개편이 있으면서 영상기획팀에 있던 나와 정철우 기자는 바뀐 영상기획팀의 직무에 맞는 컨텐츠 제작을 고심했고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토론했다.

 24시간 뉴스만 하는 회사의 프로그램 특성상 경직되고 딱딱한 프로그램들 사이의 감초를 만들어 보자는 것을 메인 테마로 하고 그럼 어떤 프로그램이 경직성을 줄여주는 감초가 될까 고심을 거듭한 끝에 “위대한 문화유산”을 제작하게 되었다.(이하 문화유산으로 함)

 제작물을 문화유산으로 선정하게 된 것은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운 아시아의 문화가 유입되고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여 혼재하는 다문화의 시대에 있고 또한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과 문화 침탈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고 이렇게 각 나라의 문화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문화적 허브로서의 구심점을 잡고 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화유산은 한국문화의 주체성과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우리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지켜 나가자는 목적을 가지고 기획하였다.

 문화유산의 취재 대상은 국보로 하기로 하고 방송에 나갈 문화재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하여 307점의 국보를 건축물 석조물 도기 기록물 등으로 분류하고 다시 지역별로 분류하여 100여종의 국보를 골고루 선정했다.

 문화유산은 50초 내외로 제작하는 영상구성물로 백페센트 FULL HD로 제작을 하고 아직 우리 회사가 HD방송을 하지 않는 관계로 편집은 디지베타로 다운 컨버팅하여 제작하였다.

 HD로 제작하게된 것은 지난 3년간 HD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던 경험과  추후 HD로 방송 할 경우 자료화면으로도 쓸 수 있고 차기 포맷의 DVD제작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문화유산의 제작은 나와 나의 동료인 정철우 기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특집이 되었다.

 두명의 기자가 이 특집을 제작하게 된 것은  주 2회 분량이 방송에 나가게 되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작을 하게 되고  취재 협조 요청을 하고 공문도 발송해야 하다 보니 두명이 각자 나누어서 일을 분담하였고 무엇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알고 보완해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시청자보다 우리가 먼저 국보의 소중함과 과학적인 우수성 예술성을 깨닫게 되어 문화적인 긍지를 갖게 되었고 선대의 뛰어난 기술과 지혜, 삶을 살아가는 여유와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 초기 경북 영주의 부석사를 취재 하였다.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로 국보가 5점이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무량수전은 배흘림기둥에서 오는 웅장함과 지붕곡선의 나는 듯한 경쾌함이 압권 이었다.

 어느 절간도 아니 어떤 건축물도 이토록 내게 감동을 준적이 없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을 마주보고 절제되고 균형 구성과 부드러운 선 입가의 그윽한 미소에 한동안 정신을 놓고 있었고 진흙 속에서 거의 녹도 슬지 않은 원형 그대로 발견되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 학계를 흥분시킨 백제 금동대향로는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술품이었다.

 8세기 통일신라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다보탑!

 안타깝게도 다보탑에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1925년경에 일본인들이 탑을 완전히 해체 보수하였는데 탑 속에 두었을 사리와 사리장치 그 밖의 유물들이 이 과정에서 모두 사라져버려 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고 돌계단 위에 놓여있던 네 마리의 돌사자 가운데 보존상태가 가장 좋았을 듯한 3마리가 일제에 의해 약탈되어 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아직까지 그 행방을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일제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경북 안동시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전탑인 안동신세동칠층전탑은 철길 바로 옆에서 피사의 사탑처럼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어 계속되는 기차의 진동에 곧 쓰러질듯 서있어 문화재의 관리 소홀에 이걸 누굴 조져야하나 하고 기자정신으로 눈을 부릅떠보기도 했다.

 경북 경주시 감은사지터에 있는 장중하고 엄숙하면서도 기백이 넘치는 높이가 13미터가 넘는 거대한 탑인 감은사지삼층석탑을 보고 우리도 이런 거대한 탑이 있구나 하고 감회에 젖어있는데 카메라에 있는 YTN로고를 보고 달려오신 근처에 사시는 아주머니의 제보가 “여기 관리가 엉망이라고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 관광객이 국보를 어떻게 이렇게 보존 하냐고 일본은 정말 그런거 하난 잘한다고 하더라고~”하는 말씀에 치를 떨게 하는 놈들도 배울게 있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머니의 제보는 밤에 석탑을 비추는 전구는 고장난지 오래되었고 풀도 사람 키만큼 자라도 베는 사람도 없다고 이런 것을 방송에서 좀 다뤄주라는 말씀에 국보담당 공무원보다 주민들이 국보를 더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국보를 오십여점 가까이 취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고 많은 시청자에게 우리나라의 국보의 위대함을 알려주고자 남은 국보들도 더 열심히 제작하자고 동료 정철우 기자와 Fighting을 외쳐본다.

오유철 / YTN 보도국 영상기획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