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보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경험

by 안양수 posted Aug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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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의 취재 거부와 방해”

공정보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경험

 5월3일, 처음으로 촛불집회 취재를 나갔다. 아직은 야간 취재에 익숙하지 않을 때라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당시에 촛불집회 취재가 어려웠던 이유는 야간 취재인데다 사람이 많아 이동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나의 경험 미숙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이런 어려움은 몇 번의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동안 점점 익숙해 졌다. 초창기의 촛불집회는 10시면 마무리가 되었고 거리행진도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없었다.

 거리 행진이 촛불집회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부터는 경찰과 대치 상황도 뒤따랐다. 처음 거리 행진을 취재할 땐 행진하는 사람들만을 취재하는데 급급해서 놓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 정체 상황, 행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행진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과 시위대 간의 마찰도 취재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경찰과 시위대 대치 상황을 처음 접했을 땐 한참동안 카메라를 어께에 메고 상황을 주시하는 미련한 짓도 했다. 강제 진압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때는 위치를 잘못 잡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끼어 위험한 상황에 쳐하기도 했다. 그때 나와 함께 나간 오디오 맨은 사다리 위에서 떨어지는 나를 한 팔로 잡아내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나중에 이 오디오 맨은 나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카메라 무게 때문에 무거웠던 거죠?”라고.)

 거리행진이 시작된 이후로 촛불집회는 점점 과격해져 갔다. 그런 와중에 YTN 신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이라는 소식이 대중사이에 퍼지면서 YTN에 대한 시위대의 불신이 높아졌다. 거기에 시위자가 전경버스에 치인 사건을 두고 “YTN이 시위대가 일부러 발을 넣었다고 보도했다.”는 오보가 오마이 뉴스를 통해 전달된 사건까지 있었다. 나는 이 일이 있은 다음 날 취재를 나갔다. 취재 나가기 전, 전날 취재를 했던 선배에게서 취재가 어려울 것이란 이야길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갔지만 취재거부와 방해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고 과격했다. 제대로 보도하라며 삿대질하는 것은 물론 렌즈를 가로막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다리 위에 있는 나를 향해 물병이 날아오고, 사다리에서 끌어 내리려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은 처음 물대포가 등장한 날이기도 했다. 나는 물대포가 발사되는 곳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서 있었기 때문에(취재방해 하는 시위대를 피해 있었던 것이었다.) 갑작스런 물세례에도 다치거나 심하게 젖지는 않았다. 그러나 물대포를 예상하지 못하고 취재를 나갔고, 레인커버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대포를 피하며 취재하는 것이 꽤 힘들었다. 취재방해는 물대포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되었고, 때문에 물대포를 맞는 시위대를 찍는 것이 물대포를 피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충격을 받고 쓰러져 이송되는 모습을 찍으려고 하면 친구라는 사람이 카메라를 가로 막았다. 소화기 분말가루를 마셔서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시위대는 카메라에 YTN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취재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취재를 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공정보도를 하겠냐는 내 물음에 “당신 언론들 이제 못 믿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의 믿음은 자신들의 논리에 맞는 보도가 공정하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촛불집회는 평화 집회라고 단정 지어 놓고 그에 반하는 행위들은 제외되기를 바랐다. 대부분 뉴스에선 촛불집회가 정치적인 구호가 등장하며 변질되었다고 보도했지만 나는 평화집회라는 덫에 그들 스스로가 빠진 탓에 폭력집회로 변질되는 우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평화집회라는 틀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폭력적 행위를 가리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는 전경에게 먼저 폭력을 가하고 전경버스를 부수는 행위를 취해하려고 하면 거세게 기자들을 저지했다. 그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는 기자도 있었다. 촛불집회를 더 이상 평화집회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때에도 연일 보도되는 뉴스엔 시위대 보단 경찰의 폭력 행위가 더 강조되었다. 촛불집회가 평화집회의 덫에 빠진 데는 이런 보도를 한 언론의 잘못도 컸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촛불집회는 예전의 평화집회의 취지로 돌아온 것 같다. 최근엔 언론을 사수하겠다며 우리 회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시위대도 있다. 예전에 “YTN 싫어요. 다른데 가서 찍으세요.”라며 취재방해를 했던 사람이 우리 회사 앞에 와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세월에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촛불집회에 비단 시위대의 취재방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 컨테이너가 세종로를 가로 막았던 6월10일. 이날은 촛불집회가 아닌 촛불집회를 막으려는 컨테이너 취재를 나갔다. 근접 취재를 위해 컨테이너 가까이로 다가가자 전경들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들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이외에 뚜렷한 취재거부 이유를 밝히지도 않았다. 언젠가 취재를 막는 모습도 쓸 때가 있다는 선배의 말이 떠올라 카메라 렌즈를 막는 손이 완전히 접근해 올 때까지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녹화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막은 손은 내 눈도 함께 가렸다. 취재방해로 취재가 어렵다고해서 그만둬 버린다면 카메라 렌즈와 내 눈만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눈까지 가려지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기자가 보는 시각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고 그것이 뉴스로 시청자에게 전달된다는 당연한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촛불집회는 캄캄한 밤을 지나 다시 밝아지는 아침까지 이어진다. 서서히 날이 밝아질 무렵에 주변을 보면 시위대 보다 여기저기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카메라 기자 선배들이 더 눈에 띈다. 지친 모습을 하고도 한 쪽에 놓인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다시금 카메라를 움켜쥔다.

김현미 /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