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천안함 취재기
YTN 영상취재1부 김현미
천안함 함미 인양을 앞두고 추가 인원이 백령도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건이 터진 후 줄곧 가고 싶었던 현장에 드디어 나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선배들은 무조건 옷을 두껍게 입으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얼마나 추울까 했는데 ‘정말 추웠다.’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백령도.
겨울옷을 몇 겹이나 껴입고 무릎담요까지 덮었건만 차디 찬 바닷바람은 그 모든 것을 뚫고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함미와 가장 가까운 취재 포인트였던 용트림 전망대는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작은 바위가 있다.) 특히 바람이 심한 지역이었다.
흡사 낚시꾼을 연상시키듯 모든 카메라 기자들이 그곳에 일렬로 앉아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 앉아보니 정말 낚시꾼의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바다 위로 떠오른 함미, 그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언제 발견 될지 알 수 없는 실종 장병들. 맨 눈으론 절대 볼 수 없는 그 모든 것을 망원렌즈에 디지털 줌까지 사용해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뷰파인더로만 살펴봐야했다. 작은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낚시꾼의 심정이 될 수밖에.
해무로 가려진 백령도 앞바다, 그리고 그 바다 아래 잠긴 천안함.
망원에 의지해서 밖에 볼 수 없는 현장에 해무라도 끼면 뷰파인더를 보고 있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다. 그림자에 가까운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보면 저절로 멀미가 났다. 그나마도 보이면 다행, 아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해무가 심한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답답한 마음에 이곳이 바다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그랬다면 이런 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천안함 침몰의 비밀도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텐데.)
추위와 뻗치기가 주는 지루함에 온 몸이 뻐근해 질 무렵 먹었던 따끈한 오뎅 국물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백령도의 푸른 앞바다와 용트림 전망대를 주름잡던 세 마리의 개도 우리의 지루함을 달래주곤 했다.
이젠, 함수다.
어느 덧 함미가 평택 2함대로 떠나고 그간 관심 받지 못했던 (실종 장병의 대부분이 함미 부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기 때문에) 함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함수가 가장 잘 보이는취재 포인트는 해병대 유격장 바로 옆 절벽이었다. 백령도 대부분 지역이 그렇듯 이 절벽도 군사지역이었다. 처음엔 나가달라던 군도 가장 좋은 포인트를 사수하려는 카메라기자들의 취재 열의 앞에선 두 손을 들었다.
함수 인양 작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보도 내용이 바뀔 정도로 변수가 많았다. 진척이 있다가도 와이어연결이 실패하거나, 쇠사슬이 끊어지거나, 기상 악화로 작업선들이 대청도로 피항 하는 일들이 변덕스럽게 일어났다. 아무래도 인양작업이 길어질 것 같아 교대 인원이 들어오기로 결정된 날, 갑자기 내일 당장 인양이 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했다. 함수는 못보고 떠나나 했는데 떠나기 전날 함수가 수면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연돌 인양작업을 지켜보러 연화리 포구에 있다가 함수의 절단면이 들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함수가 평택 2함대로 향하던 날 나도 백령도를 떠나왔다.
천안함 함미와 함수 부분 절단면에 숨겨져 있을 침몰의 비밀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춥고 황량했던 백령도 앞 바다는 천안함이 그 안으로 스러진 후 아직까지도 조용하다. 천안함 인양과정 취재를 통해 하나의 실마리라도 밝혀보려 노력했던 취재진의 노고도 백령도 앞바다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 작업을 결국 보지 못하고 떠나서 일까.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가서도 결국 아무런 실마리도 밝혀내지 못하고 떠나서 일까. 멀어지는 백령도와 함수를 보고 있으니 시원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백령도에도 개나리며 진달래며 봄꽃이 폈다. 그렇게 천안함 희생 장병 가족들에게도 봄이 찾아오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YTN 영상취재1부 김현미
천안함 함미 인양을 앞두고 추가 인원이 백령도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건이 터진 후 줄곧 가고 싶었던 현장에 드디어 나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선배들은 무조건 옷을 두껍게 입으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얼마나 추울까 했는데 ‘정말 추웠다.’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백령도.
겨울옷을 몇 겹이나 껴입고 무릎담요까지 덮었건만 차디 찬 바닷바람은 그 모든 것을 뚫고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함미와 가장 가까운 취재 포인트였던 용트림 전망대는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작은 바위가 있다.) 특히 바람이 심한 지역이었다.
흡사 낚시꾼을 연상시키듯 모든 카메라 기자들이 그곳에 일렬로 앉아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 앉아보니 정말 낚시꾼의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바다 위로 떠오른 함미, 그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언제 발견 될지 알 수 없는 실종 장병들. 맨 눈으론 절대 볼 수 없는 그 모든 것을 망원렌즈에 디지털 줌까지 사용해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뷰파인더로만 살펴봐야했다. 작은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낚시꾼의 심정이 될 수밖에.
해무로 가려진 백령도 앞바다, 그리고 그 바다 아래 잠긴 천안함.
망원에 의지해서 밖에 볼 수 없는 현장에 해무라도 끼면 뷰파인더를 보고 있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다. 그림자에 가까운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보면 저절로 멀미가 났다. 그나마도 보이면 다행, 아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해무가 심한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답답한 마음에 이곳이 바다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그랬다면 이런 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천안함 침몰의 비밀도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텐데.)
추위와 뻗치기가 주는 지루함에 온 몸이 뻐근해 질 무렵 먹었던 따끈한 오뎅 국물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백령도의 푸른 앞바다와 용트림 전망대를 주름잡던 세 마리의 개도 우리의 지루함을 달래주곤 했다.
이젠, 함수다.
어느 덧 함미가 평택 2함대로 떠나고 그간 관심 받지 못했던 (실종 장병의 대부분이 함미 부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기 때문에) 함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함수가 가장 잘 보이는취재 포인트는 해병대 유격장 바로 옆 절벽이었다. 백령도 대부분 지역이 그렇듯 이 절벽도 군사지역이었다. 처음엔 나가달라던 군도 가장 좋은 포인트를 사수하려는 카메라기자들의 취재 열의 앞에선 두 손을 들었다.
함수 인양 작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보도 내용이 바뀔 정도로 변수가 많았다. 진척이 있다가도 와이어연결이 실패하거나, 쇠사슬이 끊어지거나, 기상 악화로 작업선들이 대청도로 피항 하는 일들이 변덕스럽게 일어났다. 아무래도 인양작업이 길어질 것 같아 교대 인원이 들어오기로 결정된 날, 갑자기 내일 당장 인양이 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했다. 함수는 못보고 떠나나 했는데 떠나기 전날 함수가 수면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연돌 인양작업을 지켜보러 연화리 포구에 있다가 함수의 절단면이 들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함수가 평택 2함대로 향하던 날 나도 백령도를 떠나왔다.
천안함 함미와 함수 부분 절단면에 숨겨져 있을 침몰의 비밀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춥고 황량했던 백령도 앞 바다는 천안함이 그 안으로 스러진 후 아직까지도 조용하다. 천안함 인양과정 취재를 통해 하나의 실마리라도 밝혀보려 노력했던 취재진의 노고도 백령도 앞바다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 작업을 결국 보지 못하고 떠나서 일까.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가서도 결국 아무런 실마리도 밝혀내지 못하고 떠나서 일까. 멀어지는 백령도와 함수를 보고 있으니 시원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백령도에도 개나리며 진달래며 봄꽃이 폈다. 그렇게 천안함 희생 장병 가족들에게도 봄이 찾아오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