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by 최효진 posted Sep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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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난 2일, 프랑스 파리 2구에 위치한 기자교육연수센터(Centre de Formation et de Perfectionnement des Journalistes, 이하 CFPJ)에 다녀왔다. 이는 릴(Lille) 저널리즘고등교육원(Ecole Supérieure de Journalisme), 리옹정치대학(Science-po de Lyon) 내에 위치한 저널리스트과정(Institut d'Études Politiques), 파리9대학 저널리즘연구소(Institut Pratique de Journalisme), 그리고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에 위치한 정보통신과학고등교육원(CELSA) 등과 함께 대표적인 저널리즘그랑제꼴이다. 프랑스기자연합(SNJ)과 AFP연합통신 등 각종 언론기관이 모여있는 파리 한복판 루브르 가(街)에 위치한 CFPJ는, 실무경험이 많은 미디어교육가들로 하여금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최근에는 웹 분야에서 기자가 되고자 하는 대학생들은 물론, 이미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러 기자들에게 다양한 취재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프랑스 언론인들에게 정통성있는 “학문의 전당”으로 통하는 CFPJ에서는 특히 촬영기자 양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교육철학을 들어봤다.

FPJ는 사실상 두 교육기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저널리즘 관련 학문일체를 가르치며 예비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2년제 그랑제꼴(Centre de Formation des Journalistes, 이하 CFJ)이고,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 국내외 각종 미디어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각종 단기실무재교육을 제공하는 연수센터(Centre de Perfectionnement des Journalistes, 이하 CPJ)이다. 2차대전 직후, 1946년 프랑스 레지스탕스 언론인단체였던 “프랑스국방(Défense de la France) » 출신 두 기자 필립 비아네(Philippe Vianney)와 자크 리셰(Jacques Richet)는, 새 시대에 맞는 미디어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올바른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우수 언론인 양성을 위해 정통성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CFJ를 창립했다. 창립 이래 이 곳 « 루브르 가(街) 학교 » 졸업생들은 약 2000여 명 정도로, 이들 중 대부분이 프랑스 주요 매체에서 기자 및 주요 편집장들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4년동안 젊은 언론인들의 저널리즘정신을 기리기 위해 수여하는  언론상인 « 알베르 롱드르상 » 수상자도 이 학교에서 4명이나 배출되었다고 한다. 현재 매년 40여명의 예비 저널리스트들이 이 학교의 엄격한 입학기준을 통과해 언론학 이론 및 실기 수업을 거쳐 현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역사적인 언론교육기관임을 증명하듯, 학교 건물 입구에는 이 학교가 창립될 무렵 사용되었을 신문 인쇄기가 CFPJ 로고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맞는 새 언론인 양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는 이 곳 CFPJ는 쉴새없이 변화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도 이 기계의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저널리즘 정신만큼은 변함없는 교육철학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것 같다.

한편, 기자연수센터(CPJ)는 각종 매체에서 현재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현장실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다양한 연수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 날 학교 안내를 맡았던 베로니크 갸르(Veronique Gare, CFPJ인터네셔널)씨에 의하면, 현장실무경험이 많은 강사들에 의해 운영되는 이곳 연수센터는 일종의 ‘취재노하우 전수기관’으로 불린다고 한다. 매년 2500여명의 기자들이 이곳을 거쳐가는데, 이들은 실제 취재를 하면서 축적된 기자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은 살리면서, 부족한 점들을 재교육을 통해 조금씩 보완해간다. 교육내용은 각 분야에 따라 특성화되어 있는데, 촬영기자교육과정을 보면, TV저널리즘기초, 카메라실무, 디지털편집, 영상언어교육, 기사작성, 멘트녹음, 데일리 및 특집 르포제작 실제 등이다. 방문 당일, 촬영기자교육 현장을 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학생들은 이미 현장 촬영을 나가고 없었다. 촬영을 갓 마치고 돌아와 다른 학생들을 기다리던 한 여학생과 충전 중인 카메라 배터리들, 그리고 남은 ENG카메라 몇 대가 보관되있던 캐비넷만이 마치 한 방송사 영상취재국을 연상시킬 뿐이었다.

랑스에서는 JRI -영상리포터기자(Journaliste Reporter d’Image)- 로 불리우는 촬영기자는 아이템구상, 촬영, 편집, 기사작성, 마이크스탠드 등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우리나라의 촬영기자들의 업무와 크게 다른 부분은 없다. 하지만 ‘만능꾼’이 되어야 하는만큼 촬영기자가 되기까지 이곳 CFPJ와 같이 권위있는 교육기관에서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른바 ‘일용직 카메라기자’로서 장기간의 현장실무경력이 있어야 각 방송채널 보도국 정규직 촬영기자로 고용된다. 앞서 설명한 CFJ에서도 언론학 일반을 배우는 1학년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이 각각 세부전공을 정하게 되는데, 이때 ‘촬영기자과정’을 선택하면 현장에서의 촬영기자교육을 받는다. 이처럼 기자들의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중요시 하는 프랑스 미디어 환경에서 이 연수센터는 앞으로 다가올 HD시대에 대비하여 새로운 촬영장비나 편집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촬영기자들이 이를 잘 다루어 실제 취재활동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또한, 라디오나 TV취재기자들이 촬영기자로 전업하고자 할 경우, 그들에게 맞는 촬영 및 편집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히, 이 연수센터의 국제팀은 외국인 기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는 데에도 주목할 만하다. 1965년 알제리에서의 현지 기자연수를 시작으로, CFPJ는 1970년대 초반부터 국제팀을 신설하여 이곳의 저널리즘 교육노하우를 세계적으로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갸르 씨는 « 우리는 이미 약 40여년 전부터, 세계 각국의 미디어환경의 변화속도가 동일하지 않으며 따라서 외국 기자들의 실무재교육 상황 또한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나라에서 언론인 관련 교육이 지나치게 이론 위주의 수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외국인 기자들을 위한 현장교육을 담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라고 하며, CFPJ인터네셔널의 기본취지를 밝혔다. 그녀는 « 이곳 파리에서 외국인 기자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 외국의 주요 대학 언론관련학과 및 저널리즘스쿨과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해 현지에서도 우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레바논, 이집트 등 프랑스어권 국가들에서 이런 현지교육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비프랑스어권에서 이런 교육의뢰가 들어올 경우는, 필요에 따라 통역사의 도움 아래 수업을 진행시키는 경우도 있죠. »라고 하며, 구체적으로 외국인 기자들을 위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CFPJ 국제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목표는,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선진국 기자들의 취재경험 및 전문성을 여러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 국가의 기자들과 공유하여, 이들 국가의 미디어환경 발전에 기여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고자 하는데 있다.
« 작년에는 중국에서 언론관련학과에 다니는 대학생과 촬영기자 등 두 팀이 우리 수업을 듣기 위해 파리에 왔었는데, 이들에게는 약 일주일간의 시간이 말하자면 ‘디지털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직 아비드와 같은 편집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줄 몰랐습니다. 따라서 우리 측에서 이 교육을 담당했었지요. 단 일주일만의 시간이었지만, 우린 그 경험이 그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시대에 맞는 언론인으로서 성장해나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바야흐로 미디어환경 역시 글로벌시대가 되었다. 이에 맞게 국내 각 방송사는 선진국의 우수한 촬영장비와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부지런히 배우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촬영기자들 각자가 가진 개성과 전문적 능력은 살리면서, 실제 취재현장에서 계속적으로 되풀이되는  문제점은 각종 재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보완해가며 진정한 멀티플레이어 촬영기자가 되는 것이 ‘글로벌저널리스트’가 되는 길이 아닐까. 이를 위해 각사와 본 협회가 좀더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더 많은 회원들이 좋은 경험을 쌓도록 노력할 것을 기대해 본다. 또 CFPJ인터네셔널의 교육철학과 같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취재노하우를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아시아의 저개발 지역 언론인들에게 전수하여 이들의 미디어환경 발전을 돕는 것 역시 본 협회가 향후 기획해볼만한 글로벌 프로젝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