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산사태 취재후기
7월 27일 AM 12:40
늦은 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불길한 예감에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취재기자의 전화.
심상치 않게 내리던 비에 깨어있던 터라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별 피해도 없는데 괜히 가는 것 아냐?”
볼멘소리를 해보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급하게 달려간 현장,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소방차가 유난히 많았다.
7월 27일 AM 01:30
몸이 중심을 잃었다.
사방이 늪이었다. 한발 한발 움직일 때 마다 발목까지 빠졌다.
발밑에서 카메라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아~ 인제......’
산사태로 완파된 집 한 채가 도로까지 휩쓸려 내려와 있었다.
어두워서일까.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생존자를 찾는 구조대원들의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큰 현장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 인제......’ 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2006년 수해, 마을 전체가 산사태로 피해를 입었던 인제 덕산리 현장과 너무나도 유사했다.
7월 27일 AM 02:20
사고 현장 면적은 눈으로는 가늠이 안 됐다.
건물은 밀려 내려가고 정전으로 일대 전체가 암흑으로 바뀐 상태.
실종자들을 찾는 불빛만이 빗속에서 어지럽게 흔들렸다.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큰 건물이 진입도로를 막았다.
토사가 현장을 뒤덮다보니 구조대원들의 진입조차 어려웠다.
시간이 갈수록 인명피해는 점점 불어났다.
부상자들은 소방대원이 부축해 나오거나 들것에 실려 나왔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현장을 기다시피 나왔다. 모두 망연자실했다.
사망과 구조, 부상 모두 찰나의 운이었다.
1보 영상을 짧게 찍어 본사에 보내는 사이에도 부상자들의 구조는 계속됐다.
점점 중상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새벽녘부터는 숨진 이들도 들것에 실려 나왔다.
날이 밝기 전 현장에서 선배와 교대를 했다. 2보 영상 송출을 위해 지국으로 향했다.
편집기에서 사고 현장 모습을 다시 돌려본다.
평소에도 자주 다녔던 곳, 사고 전 풍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지만
화면속의 처참한 광경 속에서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7월 27일 AM 14:00
날이 밝자 산사태 규모가 눈에 들어왔다. 피해는 심각했다.
절개지가 산 정상부터 아래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뼈대만 남은 식당외벽과 갈라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큰 희생자를 냈던 펜션 현장에서는
중장비들과 구조대원들이 잔해를 헤치며 실종자들을 찾고 있었다.
오후 들어 만수위에 이른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었다.
인제에서 수해가 크게 났던 2006년 이후 5년 만에 여는 수문이었다.
마지막 13명의 희생자가 모두 발견된 후 현장을 나올 수 있었다.
사고 발생 48시간 후, 본격적인 복구의 손길이 이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토사를 손으로 거둬내며 땀을 흘렸다.
산사태가 두렵지 않냐 는 질문에 주민들은 고개를 젓는다.
“무섭지. 무서워도 다른 데 갈 수는 없어. 여기서 먹고 살아야지 어디를 가나”
우영택 YTN 춘천지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