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탐방기
“독도 좀 다녀와라!” 언제나 그렇듯이 갑작스레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입사 후 이상하게도 울릉도 독도 출장의 기회가 없었던 터라 내심 즐거운 마음으로 출장 준비를 시작했다. 내게 부여된 미션은 헬기로 독도에 상륙해서 주변 상황을 스케치하고 뉴스시간에 LTE를 이용한 생중계를 하는 것이었다. 근데 독도에서 LTE가 되는 것일까? 독도에서의 LTE 송출이 전무한 상황이라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휴대전화 사용이 용이하고 인터넷 역시 사용가능하다고 하니 LTE 중계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간략하게 장비와 부식을 챙겨서 헬기에 탑승하니 헬기 기술감독 선배가 엄청나게 줄어든 라이브 장비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세상 많이 좋아졌구나!’ 하긴 독도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려면 위성송출장비에 버금가는 장비꾸러미에 인력도 세 배 이상 왔었어야 하니 격세지감을 충분히 느낄 만 할 것 같다.
헬기로 독도를 가려면 서울에서 강릉 공군 비행장까지 1시간 30여분을 날아간 뒤 중간급유를 하고 독도까지 다시 1시간여를 날아가야 한다. 하지만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독도를 방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우선 헬기로 이동하더라도 강풍이 부는 날이 많고 괭이 갈매기들의 산란기인 4월에서 6월은 헬기의 접근이 통제된다. 해상으로의 이동역시 1년 365일 중에 접안이 가능한 날이 60여일 정도라니 독도의 땅을 밟는다는 것이 예삿일이 아님은 확실하다. 이미 도착해있던 SBS 취재진은 서울에서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들어오는데 무려 5일의 시간이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수평선 너머로 두 개의 섬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독도 상공에 도착해 간단하게 독도 주변 스케치를 하고 헬기장에 착륙을 했다. 독도에는 2005년 민간인의 방문이 허용 된 이후 지금까지 1백 2십만 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동도와 서도를 비롯해 주변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독도는 37명의 독도 경비대와 민간인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우리는 독도경비대가 있는 동도에서 머물었는데 동도는 민간인을 위한 숙박시설이 없어 발전기실 옆 작은 창고에 겨우 짐을 풀 수가 있었다. 잠자리가 뭐가 중요할까? 독도에서 밤을 보낼 수 있는데 하며 스스로에게 감사했던 우리는 밤 11시가 넘어서도 무려 한 시간을 가동 된 발전기 덕에 독도의 밤 하늘 구경(?)도 실컷 하게 되었다.
우선 독도에서 LTE 중계장비의 사용가능 여부를 테스트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헬기로 찍은 독도 주변 영상을 LTE 중계 장비인 ‘TV U’로 카메라에 연결해서 전송을 시작했다. 처음에 주조 쪽의 장비 세팅 문제로 잠시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곧 이어 서울에서 그림이 보인다는 연락이 왔다. 비트레이트 10mb/bps. 급격하게 움직이는 화면 이외에는 안정적인 송출이 가능했다. 다음은 생중계를 위한 밑그림 스케치 및 라이브 모드 리허설이다. 우선 취재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밑그림 스케치를 완료하고 주조와 생중계를 위한 리허설 준비에 들어갔다. 독도는 일몰 이후가 되면 등대 주변을 제외하고는 빛이 거의 없어 중계를 위한 배경이 마땅치 않았다. 까만 배경에 취재 기자 얼굴만 가지고서는 여기가 독도인지 도저히 분별이 가지 않아 독도경비대원이 태극기 밑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는 곳을 중계 포인트로 잡았다. 하지만 주변 배경은 안보이기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생중계 느낌을 살려주길 원했던 터라 도입과 마지막 각 두 번의 현장 연결을 했는데 썬 건이라는 불리는 휴대용 라이트만으로는 배경을 살릴 수 가 없었다. 이런 저런 시도 끝에 처음은 태극기 배경으로 마지막은 독도경비대의 숙소를 배경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리허설을 끝냈다. 8시 뉴스가 시작하기 10여분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주조의 콜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8시 정각 뉴스가 시작되고 두 번째 리포트였던 우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 개의 조명 중 하나가 꺼져 버리더니 곧이어 또 하나의 조명이 꺼져버렸다. 썬건의 불안정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세 개의 조명을 준비해 갔음에도 방송 직전 두 개가 나가버리니 거의 패닉 상태가 왔었다. 대안도 없는 상황에 곧 콜 사인이 올 텐데 방송 도중 남은 하나마저 꺼져 버리면 조명이 거의 없는 독도에서는 그냥 블랙 화면이 나가고 마는 것이다. 불안 불안한 마음에 콜 사인이 떨어지고 우리는 사전 리허설대로 리포트를 하기 시작했다. 리포트 시간 1분 30여초! 오로지 조명이 견디기만을 바라던 그 1분여가 내게는 마치 몇 시간을 마음 졸였던 것 같았다. ‘독도에서 MBC 뉴스..입니다’ 무사히 끝났다. 우리 취재팀은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할 기력도 없이 모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다가 그제야 고생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어찌됐던 무사히 끝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독도 관리소장도 우리의 긴장감을 같이 느꼈었는지 안도의 한 숨을 쉬며 고생했다고 한다. 그렇게 독도 미션은 끝이 났다.
그렇게 늦은 식사를 하고 독도의 밤하늘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발전기의 굉음이 아니더라도 독도의 밤하늘을 구경하고자 했었던 터였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 잠시나마 모습을 비췄던 수 많은 별들이 이 곳이 인간의 손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섬이었던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만큼 그 곳에 있는 모든 동 식물 그리고 돌 하나하나가 귀한 자연의 선물일 것이다. 쉼 없이 돌아가는 등대를 바라보며 인간들이 만들어 논 쓸데없는 긴장감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 섬에 너무도 인위적이고 어울리지 않은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글펐다. 100여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칙령으로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독도를 명시하였던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도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영토다. 올해 상반기에만 일본 순시선이 51번을 독도 해역에 나타났고 계속되는 일본의 도발성 발언들이 이렇게 나 같은 인간들을 계속해서 독도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런 불필요한 인간들의 논쟁을 종식시켜 언젠가 독도를 원래의 주인인 바람과 파도에 돌려주기를 바라본다.
현기택 / MBC 사회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