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잃어버린 세월호 참사 현장

by TVNEWS posted May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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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잃어버린 세월호 참사 현장

 

 

 

#참사, 그 곳
4월 16일 오전 11시, 단원고 학생 325명이 전원 구조됐다는 낭보가 날아든다.
“희소식이었다.”
4월 17일 세월호 침몰 이튿날, 애타게 기다리던 내 아들, 딸과 연락이 닿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스며든다.
“간절히 소망했다.“
4월 18일, 꼬박 72시간을 뜬 눈으로 지샌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풍전등화마냥 힘없이 스러진다.
“기댈 곳이 없다.”
4월 19일, 희망은 절망으로… 이성(理性)은 분노로 뒤바뀐다.
“현실은 잔인하다.”

“우리 아이 좀 살려 주세요…, 엄마, 아빠가 미안해.”
가족들 사이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바이러스처럼 사방을 뒤덮자 곳곳에서 오열과 신음소리가 번져 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절규는 분노로 바뀌고 사방이 막힌 실내체육관은 속에서 터져 나오는 통곡 소리로 가득 찬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가족들이 적잖이 목격되고 주체할 수 없는 흥분상태의 가족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드는데…. 
자식들의 생사 걱정에 피가 말라가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다.
흡사 전쟁영화에서나 보던 피난민들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던가!!! 한동안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부끄러운 자화상
사고발생 첫날, 자정을 앞둔 진도실내체육관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절규, 실신, 공포, 폭동…, 카오스 상태. 세월호 선체가 자취를 감추고 기다리던 생존자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초조함에 실종자 가족들이 이성을 잃은 것이다.
일부 가족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며 언론인에게 마저 폭력을 행사했고 기자들은 죄인처럼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마치 관(官)에서 파견된 직원인 마냥 가족들로부터 지탄 받고 멸시당해야만 했다. 왜 그래야 했을까?
오보로 얼룩진 세월호 참사 현장은 의지할 곳 없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줘야 할 언론사가 도리어 상처만 남겨 주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
이슈 선점과 속보 경쟁에 매몰돼 앞 다퉈 오보를 쏟아냈고 부랴부랴 봉합하기에 바빴다.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먼저 던져놓고 맞으면 속보, 아니면 시치미.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랬다. 좋은 그림을 잡기 위해 울부짖는 가족들 면전에다 카메라를 들이댔고 애절한 말 한마디를 담기 위해 눈물범벅이 된 얼굴 아래로 마이크를 갖다 댔다. 시청률 경쟁에 함몰돼 기자성의 본질을 망각하고 회사의 요구에 편승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가족들의 언론을 향한 분노는 어쩜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눈을 감고 모두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진정성 있는 그림, 언론의 힘!
CNN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노라면 과연 누가 카메라기자이고 누가 카메라맨인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 회의감마저 들었다.
언술텍스트만 열심히 쫓아다니는 한국방송의 “뉴스영상은” 취재기자의 말(言)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고 이를 만들어 내는 촬영기자는 카메라로 스토리를 찍어내기 바쁘다.
상대적으로 CNN의 뉴스영상을 보면 가급적 직접묘사는 피하고 영상의 대부분이 현실을 함의하는 콘텍스트(context)로 가득 차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시신이 인양되는 순간은 이를 가드(guard)하는 경찰의 모습으로 대체하고 실종자 가족에서 일순간 유가족이 된 가슴 아픈 순간은 울음소리와 함께 이를 바라보는 자원봉사자의 표정으로 대신한 것이다. 자, 과연 어떤 보도가, 아니 어떤 뉴스영상이 참사현장 보도에 더 적합한가?
오열하는 순간을, 눈물로 뒤범벅이 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컷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그들 앞에서 대놓고 녹화 버튼을 누르는 대담함이 참사현장을 더 실감나게 기록했다고 인정받을 만한 일인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현장에서 기자가 환대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배척당해야 했던 그 시간들을 회고해야 한다. VJ가 무작위로 찍어낸 영상의 양에 맞서 촬영기자가 만들어낸 질 높은 그림이 과연 어떤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아픔을 나눠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또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취재 매뉴얼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기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언론인으로서 역사를 어떻게 기록해야 옳은 일인지 이렇게 고민의 밤은 깊어만 간다.

 

 

 

 

진은석 / MBN 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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