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브라질월드컵] 4년 후 승리의 포효를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by TVNEWS posted Aug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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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한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대략득점을 한다면 알제리 러시아전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한국 선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혼신을 다했다. 결과는 0 대 1 패배. 경기가 끝나고 대표팀 막내 손흥민 선수는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6월 9일 막 여름 더위가 시작되려는 한국을 뒤로하고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브라질까지는 장장 24시간에 이르는 긴 비행이었다. 
하지만 축구와 정열의 나라 브라질에 대한 설렘은 모든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한국대표팀 베이스 캠프 이과수는 작고 조용한 도시였다.하지만 이과수도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었다. 대표팀의 이과수 입성은 작은 도시에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수많은 현지인과 한국 교민들은 대표팀 공개훈련을 찾아 응원을 하며 월드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첫 경기 러시아전이 기다려졌다.

  러시아와의 1차전이 열리는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 경기 시작 전부터 수 만명에 이르는 관중들이 뱉어내는 함성소리로 경기장은 열기로 가득찼다. 그곳에서 나는 경기를 보는 대신 붉은 악마를 마주봐야 했다. 붉은 악마의 응원전을 취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응원단의 표정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했다. 후반전 갑자기 붉은 악마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괴성을 질렀다. 이근호 선수의 골. 응원단의 표정을 담느라 골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확인할 여력도 없었다. 결국 호텔에서 천금같은 이근호 선수의 골을 확인해야만 했다. 승리에 대한 희망도 잠시, 러시아의 동점골이 들어갔고 붉은 악마들의 표정은 굳어버렸다. 1대 1 무승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잘 싸웠다.

  1차전을 마치고 베이스캠프 이과수에 복귀한 대표팀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승리는 아니었지만, 경기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훈련 중에도 웃음이 넘쳤다. 나도 선수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도 며칠 후 있을 참담한 결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알제리전은 그야말로 참사였다. 전반에만 3골을 먹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초반부터 우왕좌왕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골대 바로 뒤 알제리 응원단 근처에서 경기를 취재하고 있었다. 집중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답답했다. 정말 정신차리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알제리 응원단 중 몇몇은 한국 취재진인 나를 알아보고 비아냥 대는 듯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후반전 손흥민과 구자철이 만회골을 넣었을때는 나도 모르게 취재는 잠시 접어두고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추가 1실점으로 경기는 4 대 2로 끝났다. 16강에 대한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승리를 바랐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선수들도 그랬겠지만 취재진은 나 또한 너무나 아쉬었다. 

  이과수에 복귀한 대표팀 분위기는 1차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16강 진출은 기적이 되었다. 대표팀의 힘이 빠져있었고, 취재진도 왠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결국 대표팀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16강은 좌절됐다. 한달가량 대표팀과 붙어다니면서 꼭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랐다. 벨기에전 패배 후 아쉬움과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이 화면에 나올 때 끝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표팀도 취재진도 짐을 싸고 복귀를 준비해야 했다.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에게 씻지 못할 악몽으로 남았다. 그곳에서 취재를 하던 나 또한 한 사람으로서 크게 실망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반드시 2014년의 치욕을 씻고 한국팀이 선전하기를 기원한다. 한없이 눈물만 흘리던 손흥민 선수가 4년 후 두 손 번쩍 들며 승리의 포효를 하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이종혁 / MBC 사회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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