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토요일 여유로운 주말 근무의 시작을 충격과 놀람으로 몰고간 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실세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동시에 남한으로 입국한다는 속보였다. 통일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3명이 지금 남한으로 들어온다는 뉴스였다.
TVU와 카메라 장비를 챙겨 시시각각 진전되는 속보를 뒤로 하고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입국 게이트를 확인해서 서쪽 주차장에 대기하니, 속속 타 언론사들이 도착했고, 오래지 않아 황병서 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가 경호원을 대동하고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개성, 금강산 출장 다니며 북한 사람을 많이 접했지만, 북한 최고위 3사람을 가까이서 보니 그 느낌이 왠지 신선했다. 그도그럴것이, 예전과 다르게 남북한이 서로 잡아먹을듯이 으르렁거리는 이때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남한을 방문했으니, 당장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정상회담도 이루어져 통일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하는 성급한 생각도 들 정도였다.
공항과 티타임 장소, 오찬 장소였던 영빈관 식당, 아시안 게임 선수촌 등으로 이동할 때에는, 수많은 언론사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며, TVU로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일거수일투족 그들의 행선지와 만나는 남한측 인사들을 경쟁적으로 취재하는 모습도 진풍경이었다. 그들이 탄 차량이 빠른 속도로 이동함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팔로우 할때는 근접하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조금은 위험하게 촬영해서 그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동무들, 살살 하라우!"
오찬장소였던 영빈관(처음에는 청와대에 간줄 알았는데, 음식점 이름이 영.빈.관.ㅋ) 주변에는 경계선 경찰들 만큼이나 인근 주민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그들에게는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주변 어떤 아저씨는 황병서 정치국장이 조카뻘이라며 믿지 못할 얘기도 하고, 아버지 세대들은 그렇게 교육받았을 법한 북괴 이야기를 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온 것이냐는 등, 궁금해서 이것저것 묻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오찬이 끝나고 나오는 북한의 그 세사람이 일반 시민들이 보기엔 참으로 신기하게 보였으리라.
늦은 밤까지 라이브 중계로 팔로우를 하며 그날 하루의 뉴스를 모두 이 뉴스 하나로만 소진하기에 국민적 관심사는 어느정도였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언론사들만 호들갑을 떨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은 당장 통일될 것 같은 화해 무드에 한껏 가슴이 부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3명이나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한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그들이 통일부장관이나 청와대 안보수석. 총리와 흔쾌히 악수하고, 껄껄 웃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통일이 다가오는 것 아닌가 하는 기분도 많이 들었다. 그간 많은 왕래가 있었지만 요즘의 경직된 남북한 관계에서, 정상회담 다음 가는 중요한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왔으니 남북 관계를 돌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하지만, 그들이 돌아간 이후에 들려오는 뉴스는 어쩔수 없는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휴전선과 NLL에서의 충돌, 전단 날리기를 핑계로 한 총격 사건 등. 김정은 다음가는 실세들이 몰려와도 남북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좋을 땐 당장 통일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돌아서고 나면 여전히 두 국가 체제로 굳혀져 가는 현실. 통일은 언제 실현될 수 있을까.
윤원식 / YTN 영상취재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