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취재기 Working&Holiday 출장
뉴질랜드의 2주간 취재를 마치고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파원현장보고> 제작을 위해 한국을 떠나와서 마지막 아이템 ‘워킹홀리데이 체결 20년, 스스로의 권익을 돕는 한국 워홀러’ 취재를 위해서다.
호주, 한국인에게 익숙한 나라. 호주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워킹 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한 나라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고 그동안 총 33만 6천여 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를 다녀왔다.
그 33만 명 중의 하나인 나는 11년 전 워홀러 때로 돌아가서, 시드니 한복판에 다시 섰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우선, 내가 살던 시드니 시티 Pitt street에 ‘Korea Town’ 간판이 생겼고, 내가 일하던 카페가 다른 식당으로 바뀌었고,
한인타운인 그곳에서도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눈에 띈다는 점 등. 그 외엔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워홀러들이 가진 열정,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11년 전,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훌쩍 떠난 호주.
그곳에서 귤 농장, 경마장, 쇼핑센터, 카페 등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1년의 시간을 보냈다.
비록, 영어는 많이 늘진 않았지만(토익점수가 더 떨어졌다)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추억에 남는 여행 또한 많이 즐겼다.
그래서 아직까지 호주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남아있다.
출장기간 동안, 그 당시 내 나이쯤 되는 친구들을 여럿 만났다.
일한만큼 봉급을 받지 못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한국인 워홀러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뉴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선 그동안 사기당한 사례나 워킹홀리데이의 문제점 등의 생생한 인터뷰가 필요한데,
사기 피해자까지도 아주 밝은 표정으로 호주생활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당황스럽게도 딱 떨어지는 내용의 인터뷰가 없다.
순간, 10년 전의 나를 돌아보니.. 내 주위에도 슈퍼바이저가 돈을 주지 않고 튄 사례,
일하다 다쳤지만 고용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아무 보상을 못 받은 사례, 농장에서 죽어라 일하지만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돈만 받는 등 뉴스에 많이 등장했던 워킹홀리데이의 어두운 면은 항상 있어왔다.
그래도 우린 마냥 즐거웠었다. 그때의 경험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또 현재를 즐겼던 것 같다.
한국에 들어와서 KBS에 입사를 했고, 어느덧 10년 차 뉴스제작자가 된 현재의 나에게 있어 당황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밝고 초롱초롱한 그들의 눈빛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놓고자 또는 돈 없어도 해외경험 할 수 있다는 매력에 많은 젊은 친구들이 호주를 찾는다.
그것을 이용한 한국인들의 각종 편법과 사기행각을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너무나 잘못된 현실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그 또한 이 젊은 친구들에겐 그저 다시 못 올 추억이라 여기며 일, 공부, 여행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살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도 당시에는 이들과 다를 바 없었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의 열정도 없이 불만과 투정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해가 진 달링하버를 10년 만에 다시 걸어본다.
호주생활에 대해 해맑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는 그들의 눈빛이 계속 생각이 난다.
KBS 입사를 기뻐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촬영기자가 되겠다고 협회보에 인사글을 쓴 지 10년.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내 초심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여느 때와 같이 일을 위해 온 출장이었지만, 이번 호주 출장은 10년 전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 진정 ‘Working&Holiday’ 출장이었다.
임태호/ KBS 보도영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