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고, 1시간이 넘도록 태극기와 장미꽃을 들고 끝없이 행진하는 그 인원들은, 탄핵반대, 대한민국 만세, 박근혜 대통령 만세를 외쳐댔다. 어르신들만 참여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젊은이들도 제법 보였고, 아이 동반 가족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행진 중간에는 세워진 YTN 중계차를 보며 발로 차기고 하고, 중계하는 취재진을 향해 장미꽃을 던지기도 하며(주변에 던질 게 없어서 그거라도 던지며), 방송 똑바로 하라고 고함치고 아우성쳐대는 인파를 보며 가까이 가기에 조금 두렵기도 했다.
촛불 집회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뉴스와 SNS 소식에 따라 일사분란하고 수월하게 100만 인파가 모였다면, 이쪽 집회는 어르신들이 많아서인지, 아날로그식으로 전해지면서 늦지만 점차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 된 것을 아닐까. 인터뷰를 해보면, 본인들은 돈받고 나온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나왔다, 종북 좌파에게 정권을 넘길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무어냐, 최순실이 죽일 X이지 같은 한결같은 분위기였다. 자유 발언으로 올라온 주부나 청년, 전 국방부장관 같은 그들의 피토하는 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그러하기도 하구나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했다. 그날따라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정말 10만 명은 되어 보였으니, 촛불 민심이 커지는 만큼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반대 심리를 가진 보수단체들의 열정(?) 또한 엿보였다. 그런 분위기를 의식하며, 군중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나는 연단 앞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YTN이 방송을 똑바로 해야지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적당히 달래고(?), 현장기자로서의 어려움도 토로하며, 주변을 설득해서 간신히 취재를 하고 있었다.
사달은 그 좋은 분위기에서 일어났다. 집회가 마무리 돼가고 있을 때, 연단 위에 진행자가 1만 명 밖에 모이지 않았다는 우리 회사 기사를 언급하며, 오전부터 촬영하느라고 눈인사까지 했던 YTN 기자인 나를 보며, 지금 1만 명 밖에 안 온 것 같냐고 질문을 했는데, 순간 주변 군중들이 YTN 방송 똑바로 하라며 카메라를 흔들어대고, 마구 주먹질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이라 아프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하여 얼른 자리를 피해 인파를 헤치고 외곽으로 나왔다. 2002 월드컵 때의 경험 상 군중심리가 무서우니 맞서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일찍 자리를 피해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지만, 아침부터 함께 눈인사하고, 지척거리에서 취재하고 있었던 나를 표적삼아서(?) 취재진을 몰아붙인 사회자가 매우 유감스러웠다. 촬영기자와 잘 협조해서 수많은 인파가 모인 현장 분위기를 잘 찍을 수 있게 도와주어도 모자랄 판에, 그런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진행자가 먼저 선동을 해서 취재 자체를 못하게 만든 것은 주최 단체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군중 가운데 있다 험악한 꼴을 겪게 되었지만, 시민 자유 발언하러 올라온 사람들이나 거기서 태극기를 휘두른 사람들이나, 박근혜-박정희 부녀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사람들이나, 모두가 자신의 생각, 의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참여한 것 일게다. 하야를 외치는 촛불 집회가 활활 타오르는 만큼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의 태극기 물결도 거세게 출렁일 것 같다. 이렇듯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그리고, 민주주의에서는 결국 투표로 말을 한다. 누구나 공평하게 한 표씩 갖고 있는 투표. 결국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것은 100만 촛불도, 태극기의 물결도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쟎은가. 너와 내가 갖고 있는 바로 그 것. 투표 1장이다.
ps. 촛불집회 현장에서도, 보수단체 집회 현장에서도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은데, 서로 다투고 서로 해치려 하지 말고, 서로 양보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YTN 영상취재1부 윤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