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감시·국민 안전·인권…
우리 사회 어두운 단면 비춘 제124회 영상기자상 수상작

제124회 이달의 영상기자상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조명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권력 감시를 멈추지 않은 영상기자들의 집념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경합을 벌였습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깊은 연민과 공익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영상 언론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해 낸 수상작들을 선정했습니다.
<뉴스특종단독보도부문>은 JTBC 김대호 기자의 ‘김형석 관장의 독립기념관 사유화 …기념관서 교회 예배, ROTC 동기회’가 수상했습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던 김형석 관장이 기념관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제보 영상과 JTBC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논란에 불을 지피고 더욱 사회적 공론화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특히 영상 기자가 3박 4일간 끈질기게 김 관장을 기다려 촬영에 성공한 인터뷰는 제보 영상의 진위를 확인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공식 직위를 이용해 독립기념관을 사적으로 오용하는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태를 고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단순한 보도를 넘어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중대한 의미를 지닌 특종 보도로 평가되었습니다.
<지역뉴스특종단독보도부문>에 MBC경남 김태현·양동민 기자가 출품한 ‘대통령에 허위 보고? 산청 산사태 부실 대응’ 연속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로 14명이 숨진 경남 산청의 산사태 피해 지역에 대한 연속 보도입니다. 산청군이 “지난 3월 산불이 발생했던 지역에는 폭우 피해가 없었다.”고 허위 보고한 사실을 폭로하고, 영상기자가 직접 산불 피해 지역을 다시 찾아 복구조차 되지 않은 처참한 현장을 영상에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취재팀의 접근이 어려운 험한 산길을 헤치고 들어가 촬영한 현장은 산사태의 실체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지자체의 허위 보고를 명확하게 반박하는 ‘현장의 진실을 보여주는 영상의 힘’을 입증했습니다.
<뉴스탐사기획보도부문>은 KBS 김형준·서다은·홍성백 기자의 ‘한국전 미 수송기 추정 잔해 발견, 한미 공동 수색 나서나?’가 수상작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 수송기가 동해에 추락했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를 영상기자가 직접 기획, 취재, 수중 촬영까지 담당해 당시 추락한 비행기 엔진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향후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유해 발굴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공익적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다만, 비행기 추락 장면을 AI를 활용하여 구현한 그래픽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간에 찬반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이 당시 상황을 명확히 확인하고 시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데 적절히 활용되었으며, 영상적 전달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고려하여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지역뉴스탐사기획보도부문>에 KCTV제주 김용민 기자의 “시속 35km 낙하”…항포구 다이빙 ‘왜 위험한가?’가 수상작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관광객들의 항구 다이빙 위험성을 영상으로 적나라하게 고발하여 국민 안전에 대한 공익적 메시지를 던진 작품입니다. 그간 김용민 기자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꼈던 영상의 힘을 이번 수상 작품에서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포구 다이빙의 위험성, 제도적 문제점, 그리고 지난 5년간 100여 건 사고가 발생하고 25명이 사망하였다는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다이빙의 위험성과 수심의 변화를 보여 주기 위해서 수중 타임랩스로 시시각각 변하는 조류의 변화를 촬영하고 과학적인 촬영 기법으로 시간대별로 변하는 해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등 영상 구성력과 과학적 접근 방식이 돋보였습니다.
방송 이후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고, 지자체에서도 안전 시설 추가 설치를 약속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공익적 기여도와 언론 본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영상기자의 눈은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공익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자의 말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그것에 초점을 맞춘 보도보다 사건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언론 본연의 가치가 그 예방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권노동보도부문>에 MBC 김준형·김희건 기자가 출품한 ‘인력 아닌, 인간으로 – 이주 노동자 기획 시리즈’가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사업주의 상습적 폭행과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청년 ‘툴시’의 비극을 통해 우리나라 이주 노동자 실태의 어두운 단면을 심층적으로 조명한 수작입니다.
툴시의 유가족이 사는 네팔의 오지를 직접 찾아 그들의 슬픔과 현지 청년들의 목소리까지 담았습니다. 기존의 단편적인 보도를 넘어 이주 노동자 인권 침해와 고용주의 폭행, 착취 문제를 입체적인 시각으로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일본 취재를 통해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일본 기업들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례를 비교 분석하여 이주 노동자들의 현재와 미래를 잘 보여준 기획력과 창의성이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특히 제보 영상에 의지했던 관련 뉴스들에 비해 현장 제작과 심층 인터뷰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었고, 르포 형식의 영상 구성도 뛰어났습니다. 내용과 영상적 완성도, 기획 의도 측면에서 모두 돋보이는 수작이었습니다.
이번 수상작 외에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부산MBC ‘최초 보고, 노인 성폭력 실태’는 노인들의 성폭력 실태를 집중 조명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CCTV 화면을 그대로 사용한 것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컸습니다. 2차 가해의 우려도 있고, 피해자 인터뷰도 특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목포MBC ‘기억의 광장, 미래를 묻다’는 목포역 광장을 통해 지역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광장에서 분신한 강상철 열사의 재연 화면을 과도할 정도로 자세하게 보여주었다는 점과, 잦은 AI 영상 화면으로 인하여 오히려 시청에 방해를 줄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MBN ‘자이니치, 당신은 누구십니까?’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의 지원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이주 정책 ‘디아스포라’를 비교했는데,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해 해당 비유가 오해의 여지와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심사위원 다수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한가위 긴 연휴가 있던 10월. 그러나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은 만만치 않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그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까지, 조용필의 노래처럼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두렵기도 슬프기도 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처럼 ‘어쩔 수가 없다’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잘 견뎌 봅시다.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모든 영상기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서태경 / 이달의 영상기자상 심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