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시스템의 보편화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어
몇 년 전부터 각 방송사에서는 방통위에서 정한 2012년 HD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을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이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진정한 HD디지털 뉴스제작시스템’, 즉 디지털, 네트워크, 아카이브가 모두 구축된 시대가 카메라기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지난 6월 29일, 홍대 인근 레스토랑에서‘풀(Full) HD디지털 뉴스제작 시스템’에 대처하는 카메라기자들의 자세에 대한 대담이 있었다. 이번 대담에는 KBS 정민욱, 김태현 기자, YTN 김정원 기자, 그리고 SBS 신동환 기자가 참여했으며, 진행은 협회보 편집장인 KBS 오승근 기자가 맡았다.
오 승 근
이제 새삼‘디지털’을 다시 말하기에는, ‘디지털’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말이 된지 오래 되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와 공존하는 현재를, 나는 개인적으로 과거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문화가 공존하던 시대에 비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일종의‘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사적 변화를 앞두고, 아직까지는 아날로그에 더 익숙한 우리 카메라기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여 이번 자리를 마련하였다. 우선, 오는 7월 1일부터 케이블방송사인 YTN이 HD방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 상황이 궁금하다.
김 정 원
YTN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HD 중형 중계차도입을 시작하여, 지난 5월 주요 장비를 도입하였으며, HD방송용 주조정실과 부조정실, 스튜디오 등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HD방송을 위한 준비는 아직 부족하다. 우선, HD용 카메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데, HD용 카메라와 기존 카메라 비율이 40:60정도이다. 촬영을 HD카메라로 한다고 해도, 송출은 여전히 SD급이고, 방송 후 자료로 보관될 아카이브 또한 미비한 상황이다. 따라서 HD 방송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을 더 갖고 기다려야 될 것 같다.
오 승 근
SBS의 경우, 2012년부터 HD방송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신 동 환
일단 데일리 뉴스 리포트를 위한 카메라 중 3대 정도만 SX이고, 나머지는 HD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송출라인은 여전히 SD여서, 현장취재는 HD로 촬영한다 하더라도, 실제 방송되는 것은 다운컨버팅해서 하고 있다. 자료저장의 경우, 현재 HD아카이브는 구축되어 있지 않다. 기자들이 촬영한 영상 중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HD로 보관한다.
오 승 근
그렇다면 지난 2007년 7월부터 HD뉴스 방송을 시작한 KBS는 현재 어떻게 HD뉴스제작 시스템은 어떠한가?
정 민 욱
KBS에서 HD뉴스를 방송한다고 발표된 것은 2년 전의 일이지만, 근래의 XDCAM F700카메라를 사용으로, 진정한 HD가 된 것은 올해부터이다. HD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을 하고, HD 방송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 모든 것이 HD화, 디지털화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HD란, 촬영뿐만 아니라 인제스트, NLE, 아카이브까지 HD로 제작하는 것이다.
오 승 근
KBS도 아직 과도기 상황이지만, 그래도 2년 동안 쌓인 노하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오는 7월부터 HD로 뉴스방송을 하는 YTN이나 SBS를 위한 조언을 좀 해준다면?
정 민 욱
HD방송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HD 카메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 자체를 KBS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도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전의 카메라와는 많이 달라지고 확대된 여러 가지 기능 등을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카메라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버그들을 제작사와 건의를 해서 많이 수정해나갔다고 할 수 있다.또한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카메라 장비제조업체에 이런 부분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새로 나온 카메라에 많이 적용하도록 하였다.
오 승 근
다시 말해 KBS가 전 세계 HD카메라 시장에서 베타테스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인데, 경험을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본다면?
김 태 현
기존 카메라에 비해, 수많은 기능, 예를 들면 미속촬영, 슬로우셔터, 감마조절 등에 대해 익혀야 했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물론 뉴스화면에서 과도한 효과는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주어진 하드웨어에 대해 숙지해야 하는 것이 카메라기자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 승 근
NLE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KBS는 HD시스템이 도입되면서, NLE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정 민 욱
사실 KBS는 HD시대의 과도기에 HD를 시작한 것이다. KBS가 HD뉴스를 시작한 2년전엔 HD 아카이브 시스템이 개발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과도기로 선택한 것이 기존에 쓰던 1:1 편집시스템인데 아직까지는 1:1 편집이 카메라 기자들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에, NLE 편집 비율이 미비한 상황이다. 그나마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는 ‘온새미’를 통해 카메라 기자들이 NLE 편집에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 환경에서 NLE 편집시스템으로 변화는 필수이기 때문에 NLE 편집 비율을 늘려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 승 근
HD방송 시스템은 촬영뿐만 아니라 편집과 송출, 아카이브에 이르기까지, 뉴스 제작에 있어서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이전 아날로그방송과 비교한다면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정 민 욱
가장 쉽게 생각한다면 당연히 화질의 차이이다. 하지만 화질이 좋아진 것은 시청자의 입장이고 카메라기자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저장장치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테이프를 사용하던 카메라에서 파일로 저장되는 카메라로 바뀌었는데, 이러한 저장장치의 변화는 카메라 기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할 일이 많아졌고 공부할 것이 많아졌다. 컴퓨터로 편집을 하고 그에 따른 NLE 프로그램 활용교육, 해외출장 시 위성송출에서 이젠 인터넷을 통한 파일 송출이 대세가 되는 바람에 출장 시 밤새 업로딩해 잠을 못자는 경우도 많아졌다. HD시대에 화질은 좋아졌고 카메라기자는 피곤해진 것이다.
오 승 근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카메라기자의 역할 또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김 태 현
촬영, 편집, 송출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김 정 원
취재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HD시스템에선 장비도 간단하게 꾸릴 수 있는데, 예를 들면 기존의 여러 장의 테이프 대신 작은 메모리 하나로 대체할 수 있게 되고, 기동성이 커지니 여기저기로 취재를 하러 갈 수 있다. 또 예전에는 위성송출이 가능한 곳을 찾아 취재해야 됐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촬영과 송출이 모두 가능해졌다.
신 동 환
카메라기자는 더 바빠지는 직업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취재를 나가서 촬영해온 결과물을 편집하고 송출하려면 어느 정도의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촬영 직후 단시간에 이루어지고 카메라기자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을 위해 공부도 많이 해야 되니까 앞으로도 계속 바빠질 것이다.
오 승 근
반대로 생각해보면 HD시스템의 보편화는 카메라기자에게‘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장에 취재를 나가보면 아마추어들의 촬영장비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방송 장비가 일반인들이 거의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인데 비해, 요즘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방송용 화질을 구현해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카메라기자들만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을 만들어 차별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것이 있을까?
정 민 욱
현재 다른 방송인들에 비해, 카메라기자들은 HD카메라를 비롯해 HD시스템 자체에 가장 익숙해져있다. 파일 저장 방송시스템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게 카메라기자들인데, 이들이 파일을 다룬다는 것은 HD시스템에서 방송제작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은 촬영 외에도 편집과 송출 등 HD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가장 먼저 적응하게 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카메라기자들이 다른 모든 방송인들의‘HD시스템 재교육’을 담당하는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정 원
진정한 HD시대에는 편집을 모두 NLE로 해야 하는데, NLE작업에서 이루어지는 무한한 편집의 가능성을 이해, 활용하고 방송에 내는 것도 카메라기자의 몫이다.
오 승 근
장비는 HD디지털 최첨단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피사체와 기자들 마인드는 아날로그가 아닌가. 혹시 괴리는 없는가?
신 동 환
결국 남는 건 저널리즘 정신. 제대로 된 주제가 있고,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인드만 잘 갖추어 있다면, HD시스템이란 이를 잘 뒷받침해주는 기능을 하는 그릇이 되는 것 아닐까. 저널리즘 자체는 디지털이 될 수 없으니까.
오 승 근
좋은 지적이다. HD디지털시스템이란 우리 카메라기자들에겐 위기보다는 일단 좋은 기회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물론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수적이다. 디지털시스템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선점하려는 노력이 수반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될 건 우리의 존재이유는 사실전달이다. 이미지의 디지털화는 효과편집을 용이하게 해준다. 이는 곧 사실왜곡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도 있다. 목적과 수단의 변용은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만이 디지털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최효진 기자 ninonchoi@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