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4⋅27 남북정상회담,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현 경기도교육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무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3월 26일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오는 4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서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기 위해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정권 마지막 통일부 장관으로서 회담 준비를 총괄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현 경기도 교육감)을 지난 3월 30일 경기교육청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의의
이번 4월 27일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첫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밝히고 직접 특사를 파견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협의를 한 정상회담이다. 둘째 미국과 북한 간에 물밑 접촉에 의해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노력의 결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는 남북미 3자가 동시에 의지를 가지고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판문점 평화의 집은 남쪽의 땅이고 시설이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남쪽에 오는 최초의 북한 지도자이다.
-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 열렸다. 과거의 회담과 다른 점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개발이 완성되지 않았다. 미사일이나 로켓의 개발도 미완성 상태였다. 과거의 회담과 이번 회담의 다른 점은 과거에는 정보당국의 접촉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였다면 지금은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정상회담을 주도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만일 핵무기에 관한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고 그와 동시에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여 핵보유 국가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강력한 체제의 기반을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하였고 이후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자는 강력한 제안을 한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의제는
남북 정상은 이번 회담을 큰 틀에서 “통 큰”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북미 외교관계의 정상화와 북한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 의결로 강력한 제재를 해 왔다. 특히 최근에 미국은 북한에 대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의 압박을 가해 왔다.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측 특사를 통하여 밝힌 비핵화의 원칙과 이를 추진하는 기본원칙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비핵화에 따른 원칙과 과정에 관하여는 이미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 합의에서 2005년 6자 회담의 9.19 합의까지 수많은 합의와 이행 과정이 있었다.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전면적인 폐기와 함께 북한과 미국 간의 외교적인 정상화를 통해서 북한의 체제 보장을 어떻게 이루어 가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종전선언과 한반도에 대한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평화체제 완성이라는 것이 의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지
평창올림픽이라고 하는 국제적인 평화의 제전을 통해서 각국 간의 외교적인 노력이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북 간에 고위급 회담과 북한 특사의 자격으로 남측을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 부장이 문제인 대통령을 예방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회담을 한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남측 특사단이 북한 방문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이 결국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처럼 이번 평화의 기회는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한반도를 위협하였고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무력사용까지 하면서 북한에게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따라서 이번에 극적으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특사들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파견해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과정과 내용,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 관계를 설명하고 주변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마 앞으로 정상회담의 성공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성급하게 성과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남북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장기적으로 남북대화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남북 간에 합의한 대로 정상 간의 핫라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남북대화의 길을 넓혀 가야 할 것이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대화와 협력의 관계가 깨지고 단절을 거듭하게 된 것은 남북내의 정치적 변화가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불신과 미국의 견고한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의 결과였다. 남북의 확고한 평화의 의지는 곧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특히 현재 북한의 자신감과 미국의 정치외교적인 기화 그리고 중국의 동북아세아에서의 외교적인 위치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 남북 관계에서 향후 유의해야 할 점과 주력해야 할 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부른다. 이 회담은 남북관계를 새롭게 화해와 통일의 길을 확인하는 이정표와 같은 것이었다. 7년이 지나서 2차 정상회담을 2007년에 열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이면서 그 배경으로 북은 남북 간의 신뢰 회복, 그리고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2007년 정상회담은 2차라는 차수를 붙이지 않고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정상회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이는 북한이 2007년 정상회담을 2000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하여 발표한 ‘6⋅15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과정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3차 정상회담이 아니라 ‘2018 남북정상회담’이라고 이름이 붙여지는 것은 역시 ‘6⋅15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을 통한 남북관계의 회복과 더 나아가 북미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남북대화를 준비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한미, 북미 간의 긴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남북미 3자의 회담이 논의되고 있고 남북중 회담도 가능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남북미중의 4자 회담도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의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외교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북미, 북일 관계는 물론 북한을 국제사회에 문호를 여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 목적>
- 통일부 장관 당시 때와 지금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내가 통일부 장관 임명을 받아서 취임한 때가 2006년 12월 11일이다. 그런데 그 해 10월 9일에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대화도 끊기고 남북의 긴장관계가 굉장히 높았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의결하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당시에 6자 회담도 가동하고 있었지만 지지부진했다. 마침내 6자 회담에 2007년 2⋅13 합의에 성공했다. 이런 과정에서 2007년 2월 27에서 3월 2일까지 남북장관급 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할 수 있었다. 이 회담에서 논의된 것은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항의와 중단을 요구했고 북에 대한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 그리고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과제였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북핵문제와 함께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 후 5월 중순에 다시 남북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해 8월 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하게 되었다. 이 회담은 2007년 10월 2일에서 4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내가 통일부 장관 재직 당시와 지금의 상황과 전혀 다르다, 당시 북한 핵실험 이후 극적으로 남북관계가 복원되었고 1년 만에 정상회담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에서 6자 회담의 진행이 남북대화와 병행하여 남북대화의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간에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되었고 국제사회는 대북제제와 압박의 일변도였다. 6자 회담도 북미회담도 모두 단절되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관되고 적극적인 남북대화 제의와 북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남북회담을 물론 북미 정상회담까지 내다보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는 지금이나 과거나 남북이 견고한 관계를 만들어 갈 때 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 남북의 향후 과제는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는 “완전하고 증명이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의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목적은 2018년 1월 1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안정적 유지와 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은 궁극적으로 북미관계의 정상화라는 목적에 있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이 핵개발하는 것은 남한을 공격하거나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주권 보장과 북한 정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그런 안보적 차원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해결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북한의 체제에 대한 보장이다. 3월에 남측 특사단이 북측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북한의 공동발표문에서 보듯이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해소되고 북한의 정권 체제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지면 핵무기를 더 이상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선대의 유훈이라는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중재한 것을 어떻게 보는지
우리는 한미동맹 관계 속에서 한반도의 안보를 지켜왔다. 남북대화도 한미관계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국제사회보다 반 발짝 뒤로 가는 것이 옳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6자 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어 2007년 ‘2⋅13 합의’ 때는 남북장관급 회담이 가능했다. 또 이것을 이행해 나가기 위하여 6자 회담국이 2007년 10⋅3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에 남북은 10⋅4 선언에 서명했다. 이렇게 볼 때 6자 회담과 남북회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전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도 북미 최고위급 회담과 맞물려 진행된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회담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북미회담, 미중 회담 또는 6자 회담이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진행되어야 성공한다고 말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의 주도권>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는 목적은 무엇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 다시 말하면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하는 트럼프 정책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흔들어대고 있다. 그런데 과거 미국 정부는 리비아, 이란 등의 국제문제는 물론 쿠바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외교적 성공을 이루었다. 이제 미국에 남아 있는 과제는 대북관계를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미국 내의 정치적인 지위 강화와 동북아에서 외교적인 주도권을 행사하고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외교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적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6자 회담을 중국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이제부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동북아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할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북미 회담은 몇 가지 단계가 있었다. '제네바 합의'의 경우에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2000년에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 위원장과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간에 이루어진 합의는 '제네바 합의'의 확인과 그 이행의 약속이었다. 그 후 6자 회담에서 체결 한 ‘9⋅19 공동성명’(2005년)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결정적인 합의의 총론이었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엔 안보리는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결과는 북한의 핵 능력을 증강시킨 것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정부와 다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압력의 양면 전략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얻는 노력을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 비핵화 해결책으로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다르다. 미국은 2003년에 리비아와 2015년에는 이란 간에 ‘핵무기 폐기를 위한 합의’를 했다. 리비아식 해법과 이란식 해법, 또 고르디아스식 해법으로 북한의 핵 문제를 타결할 수 있을지
리비아식 해법과 이란식 해법은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비아와 미국, 이란과 미국,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리비아와 이란은 당시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핵무기 개발은 분명히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란식, 리비아식, 고르디아스식 해법은 아니다. 제3의 ‘북한식 해결법’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북한식 해법은 무엇인가? 북한의 문제는 동북아 안전보장 문제, 남북문제 그리고 미중관계가 첨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북핵의 해결책은 북미관계의 해결, 남북관계의 강화, 미중간의 적절한 조정, 그리고 북일 간의 관계 정상화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방정식이다. 결국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 간에 북한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여기에서 남⋅북⋅중 정상회담도 필요에 따라서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남북이 참가하는 4자 정상회담이다.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4자 정상회담에 상당한 역점을 두고 4자(4개국)의 외교관계 강화가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자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에는 ‘10⋅4 선언’(2007년)에서 밝힌 바와 같이 관계국 정상이 한반도에 모여 종전과 평화체제에 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그것을 제3의 해결책으로 평가해도 되는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선언을 논의할 때 김정일 국방 위원장은 “3자 또는 4자의 정상들이 한반도에 모여서 종전과 평화체제에 대해서 회담하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미국과 관계국을 설득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이것이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 그러면 제3의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지
북한식 해법 또는 한반도식 해법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럼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북 제재에 가장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미국이다. 우선 미국이 먼저 풀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해결책은 결국 미국과 북한이 회담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미 간에 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지면 이후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이 협력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급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은 어느 나라를 상정(想定) 한 것인지.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의제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과 북에 제3의 나라는 미국도 될 수 있고 중국도 될 수 있다. 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일본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러시아도 참가할 수 있다. 일단 남북미, 남북중, 또는 남북미중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구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북회담을 중심으로 주변국과 의제에 따른 양자 또는 다자회담을 상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의 역할>
- 향후 6자 회담 협의 재개 가능성은 있는지.
현 단계에서 나는 6자 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이미 그 시대는 지났다.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과거보다도 북한의 위상이 강화되었고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달라졌다.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일본의 역할이 약화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북일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아주 견고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일 관계의 정상화가 없이 남북 관계의 정상화에 완전히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의 개최가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 이행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가교 역할은 분명히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일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 지난 3월 26일에는 북한과 중국이 직접 대화에 나섰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데 일본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알기로는 북중 정상회담은 작년 말부터 북한의 요구에 의해서 준비가 진행돼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북중 정상회담 전에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에게 정식으로 정상회담의 사실을 알려왔던 것 같은데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이 재팬 패싱, 일본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예정되어 있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관련해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에 양국 정부에게 사전에 보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번에 문제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김정은 위원장 취임 후 7년 만에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역사적인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남북회담이나 북미회담 만이 아니고 북중관계를 좀 더 원만하게 풀어감으로써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국은 그런 의미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그런 입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는지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리고 더구나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논의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공식 회담에서는 물론 그런 일이 없었고 비공식 회담에서도 나는 어떻게 이야기되었는지 거기까지 확인을 못했다.
-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북일 관계를 바람직하게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납치자 문제나 혹은 인신구속에 대한 문제는 일본만이 아니라 남한도 있었고 미국도 있었지 않았는가. 그러나 우리가 정상회담을 할 때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거나 하는 입장은 없었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통해서 인권에 관한 문제를 하나의 의제로 채택해서 논의를 한 적은 있다. 그래서 일본이 북한의 인도적 입장을 분명히 듣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전제 조건으로 북일회담을 추진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더 큰 문제인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남북이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 종전과 평화체제를 이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일본도 이 의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일본의 정치적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원상 /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