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힌츠페터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며

by TVNEWS posted Dec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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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힌츠페터국제보도상 유영길상 수상자 아슈라프 마샤라위(글)

한국을 방문하기 전, 저는 주로 기자 생활과 일상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뛰어난 기술 제품을 통해 이 나라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게 한국은 혁신과 정밀함, 그리고 높은 전문성을 상징하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성공 이면에는 투쟁과 회복력, 그리고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강한 헌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단순히 힌츠페터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미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 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힌츠페터상 조직위원회가 준비해 준 경험의 깊이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이번 방문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두 번째 상’을 받은 것과도 같았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걸어온 긴 여정, 그리고 오늘날까지 한국을 지탱해 온 가치들을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한국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기자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매우 풍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언론의 핵심적 책임 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살아온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경청하고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경험은 단순한 인정이나 수상의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기억과 책임, 그리고 진실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경험을 ‘듣고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나누는 것’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 방문 기간 많은 한국 기자와 관계자분들께서 저의 직업적 경험과 개인적인 삶에 대해 질문해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배움은 결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배우는 만큼,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와 경험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열린 마음으로 공유할 때, 우리는 존중과 연대, 그리고 평화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공동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09년에 첫 국제상을 받은 이후 여러 상을 받는 영광을 누려 왔습니다. 그러나 힌츠페터상은 제게 특히 남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모든 수상자가 창의성과 윤리의식이라는 공통된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상자들과 함께한 자리에는 자연스러운 친밀감과 상호 존중이 있었고, 덕분에 이 경험은 매우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시상식의 준비와 운영 역시 전문성은 물론 인간적인 배려 면에서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최 측은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어 제가 진심으로 환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24시간 함께하며 한국 문화를 깊고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려 깊고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젊은 한국인 동행자(통역 봉사자)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봉사자 권형준 씨와의 긴 대화를 통해 저는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더욱 명확한 이해를 얻게 되었고, 또 다른 봉사자 김소이 씨와의 대화 역시 저에게 깊은 통찰을 더해 주었습니다.

아울러 힌츠페터상 위원회와 최연송 협회장님, 그리고 5·18기념재단의 여러 관계자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된 모든 일정과 프로그램이 의미 있고 세심하게 준비될 수 있었으며, 저는 이 소중한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제 지역 사회와 나누기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이 특별한 나라의 이야기를 전하고, 한국의 역사에서 얻은 교훈과 영감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머지않아 다시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오래전 해외의 한 한식당에서 처음 젓가락을 사용해 보았을 때, 저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다시는 젓가락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인내심 있게 도와주신 덕분에 이제는 젓가락을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여러 개의 젓가락을 구매해 돌아왔고, 지금은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한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이처럼 아주 작은 경험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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