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아녜스 나밧, 마리안 게티 (글)
이처럼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되어 매우 큰 영광입니다. 특히 이 상이 우리에게 뜻깊은 이유는, 이 영상보도가 제작된 근본적인 목적인 티그라이(Tigray) 전쟁 중 대규모로 자행된 조직적 성폭력 피해자들의 침묵을 깨뜨리는 일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작업을 인정해 주심으로써, 여러분은 이 중요한 과업에 의미 있는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티그라이의 경우, 그것은 잊힌 전쟁이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이 지역은 남쪽에서는 에티오피아 군, 북쪽에서는 에리트레아 군에 의해 거의 1년 반 동안 봉쇄되었습니다. 이 포위로 인해 인도적 지원은 차단되었고, 언론인들은 진입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2년 전 휴전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언론 통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전쟁 중 자행된 성폭력의 규모는 전례 없고 상상조차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추산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단 8개월 만에 12만 명의 여성, 즉 티그라이 여성의 10명 중 1명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 끔찍한 범죄들은 에티오피아군과 에리트레아군, 그리고 암하라 민병대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그 모든 일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닿지 않는 침묵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전쟁에서 성폭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는 여성의 몸과 마음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들을 통해 전체 사회를 붕괴시키려는 전략입니다. 이 영상을 통해 우리는 티그라이 여성들도 우크라이나, 콩고, 이스라엘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관심과 연대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것은, 전쟁 후 지역이 재개방되면서 드러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성폭행 실태와 언론 보도에서의 거의 완전한 부재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록 성폭력이 인간에게 미치는 참혹함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홀로 남겨져 있는가?”
티그라이, 더 넓게는 에티오피아 전체는 성 역할이 엄격히 규정된 가부장적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더럽혀진 자", 불결한 자로 낙인찍히고, 공동체에서 배척당합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세 겹의 고통을 짊어집니다. 첫째, 평생 지속될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 둘째, 공동체로부터의 배척. 셋째, 가족과 사회의 냉대입니다. 남편은 그들을 버리고, 친척은 외면하며, 이웃은 비난하고, 그들의 자녀들은 결혼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강간을 저지른 군인들과 민병대원들은 피해자들을 일부러 살려두었습니다. 때로는 피해자 본인이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싶었을 만큼 끔찍했지만요. 그들의 목적은 굴욕과 파괴였습니다. 사회 전체의 근간인 ‘어머니들’을 공격함으로써 티그라이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상을 우리에게 수여해 주신 것은, 사실상 이 영화 속 두 여성의 용기와 헌신에 대한 찬사이기도 합니다. 티그라이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음악가 메세렛 하두시(Meseret Hadush) 와 공공병원 간호사 물루 메스핀(Mulu Mesfin) 입니다.
물루 메스핀은 아이더(Ayder) 병원에서 근무하며 전쟁 발발 이후 수천 명의 여성 환자를 치료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전쟁 중 자행된 성폭력의 증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메세렛 하두시는 피해자들이 경제적 자립과 사회 복귀를 이루도록 돕는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수천 건의 증언을 직접 들었습니다.
그들은 군인들과 민병대에 의해 성폭력을 겪은 수많은 생존자들이 회복하기까지 끝없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티그라이 여성들의 고통에 목소리를 부여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들을 괴롭히고 지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질문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세상은 우리를 잊은 건가요?”
여러분 덕분에 이제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니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두 여성의 헌신을 비추며, 도움이 가능하며 동시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프랑스에서,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재건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 NGO와 재단들이 현지에서 대규모 의료 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의 실현을 위한 투쟁을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물루 메스핀은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그들에게는 어머니도, 자매도 없는 걸까요?” 이제 지역 차원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군이나 민병대에게 명시적인 명령이 내려졌던 것일까요? 그리고 여성의 몸에 자행된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끔찍한 범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가 현장에서 수집한 일부 증거는, 일부 교전 세력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성폭력을 통해 사실상 ‘집단학살적 의도’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여성의 몸에 가해진 참혹한 범죄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에티오피아 정부는 여전히 전쟁의 결과나 국내 정치적 긴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티그라이 전쟁 중 자행된 범죄를 규명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UN) 조사단조차 현지에서의 활동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에티오피아 정부의 압력으로 그들의 임무는 갱신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보상과 정의 없이는 피해자들의 치유 또한 시작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난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희망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죽기 한 시간 전이라도 정의를 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제작은 근본적으로 공동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함께 들어주고 조언해 주며, 지식을 나누어준 모든 기자와 연구자들 특히 노에 오셰 보댕(Noé Hochet Bodin), 앙투안 갈린도(Antoine Galindo), 미티쿠(Mitiku) 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현지에서 통역을 맡아준 분의 이름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지만, 그의 용기는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또한 우리 제작사 크라켄 필름(Kraken Films), 방송사 ARTE Reportage, 그리고 이 상으로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 주신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