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의 시대, 영상 저널리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KBS 선상원
카메라는 자고로 빛을 담아내는 가장 대표적인 '기록의 도구'였다. 적어도 AI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렌즈 앞에 존재한 사건과 인물을 빛으로 받아 적는 행위, 그것이 영상 저널리즘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영상은 더 이상 '포착된 기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생성한 이미지가 실제 기록처럼 소비되는 시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말 갑자기.
문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다. AI 영상 기술은 이미 현장의 판단과 검증 속도를 앞질렀지만, 이를 다루는 문화적 합의와 법, 윤리적 기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이 말한 '문화지체(cultural lag)' 현상이 영상 저널리즘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이 논쟁에 틀걸이 안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크나큰 질문들을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무엇이 가능한지는 빠르게 생겨나고 있지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이 쌓여가고 있다.
OOOO의 기준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적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이 된다. 흐릿한 CCTV나 오래된 영상을 선명하게 만드는 '강화, 복원', 화면 속 요소를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변형,편집', 정지 사진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현하는 '이미지의 동영상화', 그리고 텍스트 입력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장면을 생성하는 '텍스트의 동영상화' 단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알고리즘이 적용되지만, 동시에 사실과 맥락을 구분해 온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는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그러나 보도영상을 업으로 하는 영상기자의 입장에서 이 생성형 AI가 무엇보다도 위험한 지점은 시청자가 이를 실제로 있었던 사실로 오인하는 순간이다. AI로 보정된 얼굴, 또는 일부만 수정한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 낮은 CCTV 영상의 해상도를 올려 4K급으로 만들어주는 AI. 이런 영상들에 자세한 설명이 없을 경우 computure-generated image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담아낸 저널리즘 영상으로 소비되기 십상이다. 기술은 저 멀리 앞서가지만, 이를 판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소비하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아직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법과 제도 역시 '사용 가능 여부'만을 묻지,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에 대한 논의는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 이 간극이 바로 우리가 겪고 있는 문화지체의 핵심이다.
국제 사진 대회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출품한 작가가 "AI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다"라며 수상을 거부한 사례는 이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이미지였지만, 그것이 기록의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사진의 정의와 윤리가 붕괴한다는 판단이었다.
해외 언론사들의 대응은 참고할 만하다. BBC와 CBC는 딥페이크 기술을 피해자 보호나 익명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검토했지만, 동시에 '완전한 공개(disclosure)'와 인간 편집자의 감독을 절대 원칙으로 삼았다. CBC는 더 나아가 "시청자가 뉴스가 실제인지, AI 생성물인지 의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선언까지 내놓았다. 신뢰 붕괴의 위험을 기술 효율성보다 앞에 둔 선택이다.
국내 언론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기술을 외면할 수는 없다.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는 시각화, 접근 불가능한 공간의 재현, 기획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도출 등은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용한다'는 논리는 문화지체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다. 기준 없는 도입은 결국 뉴스와 합성물의 경계를 흐리고, 그 비용은 시청자의 신뢰로 지불된다.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뉴스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좋고 편해도 하지 않겠다’라는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1차 자료의 가치, 원본 형식에 대한 존중, 그리고 시청자에게 솔직하게 설명할 책임은 기술 발전 속도와 무관하게 지켜져야 할 저널리즘의 최소 조건이다.
생성의 시대, 지속 가능한 영상 저널리즘은 기술을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기술을 늦춰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화와 법, 윤리가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 시기에, 언론은 속도의 편이 아니라 신뢰의 편에 서야 한다. 그것이 기록자로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