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2월 4일, 백석역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평소보다 추운 날이었다. 온수와 난방 작동이 멈춘 몇몇 가정을 방문해 취재했다. 처음 방문한 가정에는 노부부가 살고 계셨다. 옷을 가득 껴입은 채 우리를 맞이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다. 알고 보니 피해 가정의 다수가 장애를 갖고 있거나 연로하신 분들이었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발을 녹이고자 양말 속에 비닐봉지를 덧댄 분을 만나기도 했다. 몸도, 방도, 마음도 온통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분들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하필’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던 날‘, 하필’ 추위를 이겨내기에 너무 버거운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이어서 마음이 몇 번 더 아팠다. 영상기자로 지낸 지 반년이 흘렀다. 돌아보니 위처럼“ 왜 하필”이라는 의문을 자주 가졌던 것 같다. 왜그 사람이어야 했고, 왜 그래야만 했고, 왜 하필 오늘인지.
뉴스 현장에 있음을 실감했다.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당연했다. 영상기자가 되어 누군가는 태어나서 한번 볼까 말까 한 곳들에서 있었다. 우연과 인과관계가 얽히며 발생하는 현장들을 바라봐야 했다. 어떤 날은 극도의 슬픔 속에서, 또 어떤 날은 환희의 현장 속에서 머물렀다. 평범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하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때로는 감정을 이입했고, 때로는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방법을 익혀왔다.
왜 하필이 담겨있는 뉴스의 가치는컸다.“ 아이고 아직 어린데...”“ 왜 하필 저런 동네에...”“ 저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 뉴스를 보며 사람들은 이러한 속삭임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에 분노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한다. 뉴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공유한다. 평범하지 않은 일이지만, 멀지 않은 일이기에 뉴스는 가치가 있다.
아직 부족한 신입이지만 마음이 무겁다. 현장에서는 하나의 뉴스를 책임져야 하는 영상기자가 됐음을 실감하고 있다. 뉴스를 시청하던 시민에서 뉴스를 제작하는 영상기자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미숙하지만 마냥 막막하지는 않다. 뉴스의 가치를 조금 더 고민해나가며 성장하고 싶다.“ 왜 하필”이라는 단어가 더 나은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마주할 또 다른 현장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겠다.
김희건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