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분 빨리 가기위해 5만년을 베어낸 비자림로> 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지역 뉴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KBS제주 고성호 기자 (사진 왼쪽)
도로포장률 1위 제주도. 절실했던 지난날의 제주도 도로건설사업은 세월이 흘러 도로포장률 1위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빠 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도로건설사업은 주민숙원사업과 관광객 편의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환경과 이용자를 도외시한 채 진행되고 있으며, 누구 를 위한 도로인지조차 알 수 없는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로를 개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사업 또한 마 찬가지이다.
제주의 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접했다.
그 과정에서 도로를 확장하는 비자림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삼나무가 우거진 2차선 도로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현장에 가보니 너무나도 참혹했습니다.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도로의 삼나무가 무참히 베어지고 있었고 베어진 구간도 상당했 다. 대체 이 도로는 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지, 무엇이 우선인지를 판단해야 했다. 지난 세월의 삼나무가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 에 처했고, 함께 공유했던 시간마저도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주민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 다. 왜 이 도로가 만들어져야 했는지, 꼭 이 방법밖에는 없었는지 말이다.
비자림로 공사와 관련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도내 정치권과 시 민단체들의 공사 중지 요구도 빗발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 민을 넘어 전 국민의 관심사로 사회이슈를 만들어나갔다. 공사 중지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5건. 대략 4만여 명이 참여하기 도 했다. 이후 여론이 거세지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무기한 중지하기로 발표했다.
빨리 만이 능사가 아니다. 진정한 길의 의미는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주변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밀어내면서 넓고 평탄한 직선의 길을 미래 세대들에게 남겨 줄지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또한 앞으로의 무분별한 도로건설에 제동이 필요하다. 이번 보도를 통하여 단순한 도로건설을 넘어 환경과 이용자를 고려하는 도로건설 사업이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수많은 취재현장에서 함께 고민해준 선배 강인희 취재기자와 인 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많은 시간을 내어주신 제주 보도국 동료 선후배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고성호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