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양식에 폐 염산 살포 연속보도> 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MBN 조계홍 기자 (사진 왼쪽)
‘김’은 많은 국민들이 좋아할 뿐 아니라 남녀노소 즐겨먹는 최애 식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들이 공장에서 쓰다 버린 폐 염산을 김 양식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땐 충격 그 자체였고 반드시 그 실태를 파헤치고 싶었습니다. 취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취재진은 전남 고흥군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의 김 양식장 인근을 모두 돌아다니며 어민들을 만나고 다닌 끝에 고흥수협 조합장까지 식구들을 동원해 폐 염산을 사용한다는 구두 증언을 확보했고 직접 이들을 쫓아 바다에서 염산을 사용하여 김을 양식하는 모습을 담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어민들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새벽 4시가 가까워지자 트럭들이 하나씩 항구로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워낙 어두운터라 염산을 실었는지, 기름을 실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손에 쥔 카메라를 들키지 않게 잘 숨기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어민들이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고 곧바로 인근에 있는 다른 항구로 이동을 해봤지만 그곳 역시 김 양식 어선들은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저는 이대로 취재를 멈춰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10km 정도 떨어진 다른 마을에 있는 항구로 가보기로 했고, 그곳에서 염산을 배에 싣는 모습과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바다 위의 현장이었습니다. 미리 섭외한 어선을 타고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이동해 김 양식 어선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다가가면 속도를 높여 달아나는 탓에 쉽게 접근하 지 못했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어 말로만 듣던 김에 염산을 붓고 있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도주를 포기한 어민은“ 이것은 절대 염산이 아니다. 그리고 왜 나한테 와서 그러느냐”며 취재진에게 항의를 하였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에 폐 염산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어선에 실려 있던 염산을 어민의 동의를 구하고 전문가 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중금속이 들어있는 폐 염산이라는 결론까지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취재를 마치고 나니 씁쓸함이 더욱 몰려왔다. 겉으로는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외치면서 당장의 이익만을 좇는 모습들이 너무나 아쉬웠지만 보도 이후 문제가 된 해당 수협 조합장은 폐 염산 사용 등의 혐의로 해양경찰의 소환 조사 를 받고, 김 양식 어민들 사이에서도 폐 염산 사용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뿌듯함도 느꼈다.
그러나 보도를 마치고 취재했던 과정을 되짚어 볼 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더욱이 협회에서 이러한 수상까지 받게 되니 더욱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리포트를 만들기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신 MBN 영상취재부 박원용 부장님, 늘 실수의 연속이지만 꾸짖음보다는 격려로서 기운을 넣어주시는 정재성 부장님. 그리고 MBN 보도국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도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통해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조계홍 /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