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기획보도부문 MBN 박세준 기자 - 미세먼지 마스트 제조 문제 단독 연속보도

by KVJA posted May 21,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제8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기획보도부문
MBN 박세준 기자
 
<미세먼지 마스트 제조 문제 단독 연속보도>

 

 

 

미세먼지 매우 나쁨

 “아빠.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야. 마스크 꼭 써야 해”

  딸아이의 그 한마디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온국민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미세먼지 마스크,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마침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던 지난 2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기로 발표했다.

 

 취재 전, 검색을 하던 중에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 부업을 자택이나 부업장에서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부업장에 찾아가 보니 미세먼지 마스크 끈을 따로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체의 민감한 부분에 직접 닿는 마스크가 여러 작업자의 손을 타며 나뒹굴고 있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약사법에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만들어야 한다. 우선은 작업장 분위기를 몰래 촬영했다. 포장지를 보니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알 만한 - 그만큼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 상품이었다. 미세먼지 마스크의 대부분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유명 회사 상표를 보고, 그것을 믿고 구매한다. 식약처 인증마크가 박힌 유명 제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르는 채로.
 

취재 한계에 봉착

 마침 인터넷 카페에 유명 업체 미세먼지 마스크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글을 접하게 됐다. 쪽지를 통해 피해 고객을 수배했다. 이물질이 나왔다는 문제의 업체에 대해 사전 취재도 했다. 건물을 미리 돌아보다가 허가받지 않은 옆 건물에서 출입문을 막아놓고 비밀리에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기자 신분을 밝히면 쫓겨날 게 뻔했고 취재진 만으론 공장 내부 깊숙한 곳까지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취재진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동행 단속 취재를 요청했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특사경에 그동안 확보한 영상을 보여주며 설득했다. 2주일 만에 경기도 특사경이 움직였고 현장 단속 동행을 할 수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단속반을 대동한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예고 없는 방문에 업체 측은 당황했다. 물건을 옮긴 문제의 건물에 들어가니 미세먼지 마스크 완성 제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업체 측은 허가받은 곳이 아닌 곳에 보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제조 행위는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동행한 특사경 단속반은 전문가들이었다. 두 번, 세 번, 제조 행위가 없느냐고 다그치며 묻는 경찰에 업체 사장은 불법 제조나 증축은 절대 없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했다. 2시간이 흐르고 특사경은 막힌 출입문을 뚫고 올라가 불법으로 들여놓은 제조 시설을 찾아냈다. 업체 사장은 그제서야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주문량이 너무 많아 기존 시설로 감당이 안 됐었다며, 뒤늦게 용서를 빌었다.

 

 해당 업체는 홈쇼핑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 마스크 주문량이 늘자 하루에 4만 개를 찍어내는 기계 3대를 몰래 더 들여놓았다. (해명을 다 신뢰할 수 없겠지만) 업체가 인정한 불법 제조량만 해도 60만 개가 넘었다.

 

 처음에 발견한 마스크 부업장도 특사경과 동행 단속을 했다. 원청 업체까지 동시에 단속했다. 사장은 원가를 낮추려고 법을 어겨가며 일감을 맡겼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 업계에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변명했다.

 

 안정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미세먼지 마스크가 식약처 허가 마크를 달고 전국 곳곳에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보도 이후 식약처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업체를 전수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43곳이 특사경 단속에 적발됐다.
 

피해자는 소비자

 보도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기사 댓글에는 잘못을 저지른 업체인데 왜 상표를 가리냐며 항의성 글이 도배됐다. 인터넷 맘 카페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모자이크 돼 있는 상품의 제조원까지 알아내고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심지어 공장 외경의 화면을 캡처해 인터넷 지도 거리뷰와 대조해 가며 공장 주소까지 파악해 항의하러 간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건강과 밀접한 제품을 믿고 구매했던 소비자들이니 배신감과 실망감이 컸으리라.
 

기자의 소명의식

 세상은 슈퍼히어로와 같은 어마어마한 영웅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직업적 소명을 다하는 평범한 이들로 인해 유지된다. 그렇지 않을까? 그런 세상 속에서 기자는 끈기와 집요함을 가지고 성역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다. 현장의 진실을 용기 있게 보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의무다. 물론 이 간단한 명제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른다 -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작은 어려움들은 늘 있지만 그것들을 이겨내고 우리의 소명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취재에 큰 도움을 준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에 고마움을 표한다. 막강한 취재력과 환상의 팀워크로 함께 취재한 이재호 선배, 윤길환 기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박세준 / MBN    (증명사진) MBN 박세준.jpg

 


Articles

4 5 6 7 8 9 10 11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