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이 거의 잊혀져 갈 무렵 또 베트남에 갈 일이 생겼다. 베트남 현지에서 신규 도입한 비자의 허점을 이용해 한국행 비자를 발급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비자에 분명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진상의 전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해당 비자제도가 시작된지는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쌀딩크’ 박항서의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인의 한국행이 늘어난 것을 ‘한류 열풍’이라고 자축하던 상황이었다.
현지에서 취재를 시작하자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대도시에서 1년 이상 있었다는 ‘거주증’은 단돈 17만 원이면 위조가 가능했다. 심지어 출생 호적의 조작도 가능했다. 뒷돈을 받아 챙긴 현지 경찰이 비자 발급 사기에 개입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찰의 직인이 찍힌 ‘조작된 공식 서류’는 발급받는 데 고작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취재팀은 현지에서 직접 위조서류를 발급받아 보기로 했다. 현지 코디의 도움으로 페이스북 광고를 하는 브로커 업체들을 접촉했다. 실제 비자를 발급해 주겠다는 업체와 약속 날짜를 잡았다. 우린 선금을 지불했고 다음날 오후에 하노이 외곽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당일, 포지션을 점검하고 고프로, 몰래카메라 등을 설치한 뒤 4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브로커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이 닿자 업체는 다음날 아침에 꼭 비자를 주겠다고 다시 제안을 해왔다.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대기하는데 ‘접선 위치를 바꾸자’는 연락이 왔다. 카페 안이 아닌 밖에서 거래를 하자는 요구였다. 촬영이 문제였다. 미리 설치해 놓은 포지션과 카메라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었다. 우린 카메라 위치를 바꾸고 비자를 대신 수령해줄 코디에게 몰카를 쥐어주었 다. 취재팀은 건물 안팎에 잠복하면서 휴대폰 촬영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각 포지션별 카메라에 비자를 주고받는 현장이 완벽하게 담겼다. 그렇게 취재의 첫 관문을 넘었다. 그러자 다음 의문이 들었다. 현지에서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베트남인이 한국에 취업을 하는 것을 돕는 ‘한국인 브로커’가 존재하지 않을까? 취재팀은 실제로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인 브로커를 찾아내고, 접촉을 시도했다. 취재 도중에 돌발 변수도 생겼다. 한국인 브로커를 취재하느라 보도 시점이 미뤄지는 사이 대사관에서 ‘거주증’ 소지자에 관한 비자발급은 제한한다는 공식 발표를 낸 것이다. 하지만 ‘호적’까지도 위조가 가능한 상황을 담았기에 보도에는 문제가 없었다.
무사히 리포트가 방송됐다. 베트남 공영방송에서 우리 보도를 직접 인용하며 문제 제기에 나서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번 취재에서 현지 코디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이전의 북미회담 출장 때 선배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에이스’란 찬사를 받은 투짱 씨와의 두 번째 동행이었다. 투짱 씨는 위조 서류 발급을 위해 현지인을 접촉하고, 브로커들과의 직접 통화도 시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취재를 도왔다. 지면을 빌어 베트남 현지 취재를 완벽하게 도와준 투짱 씨, 그리고 함께 취재 간 강민우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전 직장을 떠나 SBS에 합류한 지 이제 7개월이 지났다. 선배들의 관심과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취재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 넘어온 후배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격려해준 선배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 상의 영광을 동료들께 모두 돌리고 싶다.
김용우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