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공공보도 KBS제주 조세준 기자 - 환경영향평가 민낯을 파헤치다

by KVJA posted Oct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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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공공보도
KBS제주 조세준 기자
 
<환경영향평가 민낯을 파헤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우리 일을 하다 보면 ‘없는 그림 만든다’고 머리를 쥐어 뜯는 경우가 있다. 어떤 면에서, 힘들고 도전적인 일이다.

 

 이번에도 이런 취재상황에 놓여 무척 고심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마땅한 영상은 없고, 팩트와 목소리 녹음분만 있는 상황.

 

 먼저 개발 허가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환경영향평가 심의제도의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 제도는 개발사업자와 심의기구, 행정당국, 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관련자들 입에서 나온 실상은 기가 막혔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녹이지?

 이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만 주욱 담아도 충분히 내용전달이 된다. 그게 취재진들의 판단이었다. 최대한 기사는 줄이되 인터뷰이의 내용을 위주로 구성한다. 시리즈 4번째 기사에서는 기자의 멘트 하나 없이 인터뷰만으로 10여분을 구성하는 실험을 했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라 취재 대상의 노출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이해관계에 놓인 업체들, 행정당국, 개발 대상과 사업주체들이 특정되면 안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하자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안 그래도 전달하려는 내용이 간단하지 않은데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모자이크를 남발할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가상 인터뷰를 생각해냈다. 개발업자와 심의위원, 행정담당자들이 모두 참석하고 개발사업 통과절차를 결정하는 환경영향평가 심의회의 장소에 집중했다. 바로 이 장소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밀실회의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공간에 직접 들어가 그들에게 실상에 대해 묻고 답을 듣는 상황을 연출했다.

 

 실제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을 일과시간 이후로 섭외했다. 심의위원과 개발업자, 행정직원의 명패를 만들고 의사봉까지 세팅하여 실제 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꾸몄다. 제주KBS 편성팀의 협조를 얻어 카메라 레일을 깔고 지미짚을 설치했으며 10개가 넘는 조명을 세팅했다. 미리 짜 온 콘티 대로 이미지 컷 촬영을 하고 오프닝과 엔딩은 시사 프로그램의 맛을 내어 촬영하였다. 촬영 일정은 새벽까지 진행되었다.

 

 편집을 하는 동안 내내 생각했던 것은 취재원 보호, 보도준칙 준수였다. 편집에 신경을 썼고, 그러면서 쉽고 이해 가능한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시리즈 4번째인 도의회 의원들의 양심고백편 또한 가상인터뷰 형식을 차용하고 이미지 컷, 적절한 음악구성 등으로 꾸몄다.

 

 내게는 개인적으로 도전 그 자체였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공부가 됐고 성장도 한 느낌이다. 특히 보도준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초상권, 개인정보 및 취재원 보호는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와 곧잘 충돌한다. 그만큼 언론인이 신경쓸 요소가 늘었다.

 

 이번 제작을 통해 좋은 기회를 얻고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같이 고생한 강인희, 문준영 기자, 믿고 지원해준 영상기자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

 

 

조세준 / KBS제주    조세준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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