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인권보도 MBC강원영동 김재욱 기자 - 어느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이야기

by KVJA posted Oct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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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인권보도
MBC강원영동 김재욱 기자
 
<어느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이야기>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우리 주위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자존감 결여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싶을 뿐이라는 한 중증장애인이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을 통해 집과 시설 안에 갇혀 살고있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자립과 사회 참여에 꼭 필요한 존재인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고충과 제도의 문제점을 다뤄 보자, 하는 것에서 프로그램이 출발했습니다.

 

1편 지호씨의 영화제 도전기

 35살 박지호 씨는 뇌병변장애 1급 장애인입니다. 그는 두 손을 전혀 쓸 수 없고, 겨우 걸을 수는 있지만 근육 강직으로 그마저도 힘겹습니다. 그는 활동지원사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듭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신은 직장 생활, 취미 생활을 하고 싶고 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똑같다고.

 

 그는 이번에 ‘29초 영화제’에 도전했습니다. 두 손 대신 발가락으로 하는 투박한 편집이지만 한 컷, 한 컷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냅니다. 마침내 영화제 당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원도 속초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우 평범한 그 이동이 그에게는 전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드디어 시상식이 열리고, 끝내 그의 이 름은 호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영화제만으로도 즐거운 여정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신의 여정은 계속 도전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2편 지호 씨의 또 다른 엄마

 지호 씨는 6개월 전부터 혼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립을 시작했습니다. 35살 성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호 씨에게는 활동지원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호 씨에게 활동지원사 김숙 씨는 제2의 엄마 같은 존재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터에 있는 오후까지, 김숙 씨는 하루 평균 6-7시간을 지호 씨를 돕습니다. 하지만 두 명의 장애인을 돌보는 김숙 씨는 지호 씨를 돕는 자기 근무시간을 최대 4시간밖에 기록할 수 없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하기에 사실상 무급 ‘봉사’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휴게시간도 문제입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상 4시간에 30분, 8시간에 한 시간씩 쉬어야 하지만,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의 특성 상 정해진 휴게시간을 기계적으로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을 취재한 날 활동지원사 김숙 씨는 지호 씨와 무려 14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기재한 근무시간은 4시간에 불과합니다.

 

 지호 씨를 속초에서 서울까지 동행 취재하던 날,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보내는 시선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전 같이 장애인을 대놓고 쳐다보거나 동정하는 눈길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의식합니다. 그날, 실제로 관찰해 본 결과 이 둘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둘과 몇 발자국 떨어져 걷는 나도 곁눈질과 중얼거림 등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동 중 들른 식당의 주인이 이 둘을 계속 관찰(?) - 손님이 식사 중에 혹시 불편한 건 없는지 확인하는, 그런 의미의 관찰은 아니었습니다 - 하는 통에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지호 씨는 활동지원사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의미있는 가치가 아닌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지게 된 바람은 (이 리포트를 본 단 몇 사람만이라도) 시선과 곁눈질, 중얼거림, 태도가 장애인들의 삶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알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결코 비장애인만의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사는 공동체가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부터 작은 실천을 실행에 옮겨 봐요!

 

 

김재욱 / MBC강원영동    김재욱_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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