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by KVJA posted Ma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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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사진) SBS김남성 인천공항 현장 사진.jpg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약 없이 소위 '총'을 맞는 것이 주 업무인 직업. 예고 없는 서울-부산 당일 출장쯤은 거뜬한, 가끔은 해외출장도 기약없이 떠나는 것이 일상이다.

 

 난데없이 행동반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고열과 폐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이 무서운 전염병은 치료제가 없고, 사람 대 사람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기에 확진자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 접촉자를 추적해 관찰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모든 것인 듯하다. 보건당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구체적인 시각을 기재한 이동경로를 발표하고 있다. 자연스레 일반인들의 관심은 확진자들이 언제 어디를 다녀갔느냐에 집중되고, 언론은 연일 새로운 확진자들의 동선과 그들이 방문했던 장소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8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보면 음식점, 극장, 지인 집, 레저 공간등 에 방문한 구체적인 시각도 확인된다.

 

 그런데, 여기에 만약 영상기자인 본인의 일정을 대입해보면 어떻게 될까? 국내 첫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던 1월 20일부터 2월 5일까지 보름정도의 기간 필자는 인천공항 3회, 김포공항, 어느 초등학교, 명동 내 약국 10여 곳, 만화방, 대검찰청, 마스크 제조공장, 진천 인재개발원, 방산시장, 대학로 소극장 몇 곳 등을 돌았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은 5,9호선 지하철을 이용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회사에도 하루 몇 시간씩 머물렀다. 업무 중간에 거친 편의점과 카페, 식당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설 연휴에는 양가 부모님과 큰어머니, 외할아버지를 찾아 뵙기도 했으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터라 KTX로 지방을 몇차례 오가기도 했다. 아! 3,4,15번 확진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던 20일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발 항공편 탑승객을 찾아 두 시간 넘게 헤메는 일도 있었다. 업무 특성상 무수히 많은 인파에 노출되며 불특정 다수와 대화를 하는 일도 잦다. 나와의 밀접 접촉자 숫자를 과연 헤아릴 수 있을까? 내가 만일 바이러스 감염이 되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몇 년 간 크고 작은 전염병으로 사람과 가축 가릴 것 없이 몸살을 앓아 왔다. 메르스, 신종플루가 인간을 힘들게 했고, 동물들은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고통받았다. 구제역이 한창이던 때 취재 차량을 타고 축산농가, 사료제조 시설, 방역기관, 방역현장 등을 종횡무진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가장 위험한 변수가 될 수 있겠구나!’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면, 어릴 적부터 난 그다지 깨끗한 습관을 가진 편이 아니었다. 독립하기 전에는 어머니, 지금은 아내에게 청소에 관련한 잔소리를 많이 듣지만, 영상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후 개인위생에 대해서는 무척 노력하고 있다. 일과 중 손을 씻거나 가글을 하는 등의 행위에 제법 집착하게 되었고, 귀가하면 무조건 샤워를 한다. 집안과 밖에서 입는 옷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한번 입었던 옷은 가급적 귀가하면 바로 세탁을 한다. 책상 서랍엔 알콜솜과 마스크를 항상 구비해놓고 사용하는 편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슈퍼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전염병이 돌면 기자들은 더 바빠진다. 바쁘고 힘든 일상이 반복되다보면 지쳐가고, 위생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1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뒤, 급하게 공항에서 우한발 항공편 승객을 찾아다녔는데,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보니 마스크 쓰는 것조차 깜빡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뷰파인더에 시야를 오롯이 맡기고 일에 집중을 하다보면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지만, 우리 건강만큼은 스스로 잘 지켜야 하지 않을까? 건강이 최우선이 아니던가?

 

 

김남성 / SBS  (사진)SBS 김남성 증명사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