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의 진실이 폭로됐다.
2012년 파업을 빌미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아무런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사실을 백종문 미래전략 본부장 스스로 털어놓았다. 그런 결정을 내린 임원이 제 입으로 밝히는 녹취록을 육성으로 들으니 모골이 송연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소수가 독점 횡포를 부려서 근간을 뒤흔드는 막가파식 행위다.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이, 수십 명이 들어가든 그거는 내 알 바가 아니다”는 발언에서 보듯, MBC에 대해서는 심각한 배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크게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사법 시스템을 농락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최승호PD, 박성제 기자와 가족들에 대한 인격 살인 행위다. 졸지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회적 살인이라고 불리는 해고를 당한 최승호PD, 박성제 기자와 부인, 부모님, 어린 자녀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백종문 본부장은 또한 자백했다. 그의 발언은 파업으로 인해 밉보였던 조직들에 대한 해체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사교양국과 카메라기자 조직의 해체와 공중분해, 아나운서, 기자, PD 등에 대한 부당 전보 등이 파업참여에 대한 사측의 보복임을 경영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그동안 경영진이 정당한 인사권, 경쟁력 강화 등 경영상의 이유라고 주장했던 것들이 모두 허구였음이 밝혀졌다.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봤다”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는 회사가 경력사원들을 선발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백 본부장은 또한 실토했다.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와 영향력을 잃어버린 배경에 이러한 채용원칙이 있었다. 공영방송 MBC의 붕괴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회사의 내부 정보를 외부에 내어 주겠다는 그 당당한 발언에 또한 분노한다.
이처럼 사법부를 농락하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든 ‘배임’ 행위에 대해 MBC의 관리 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그리고 MBC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는 이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여,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경영진에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프로그램 제작비 10%를 삭감한 회사가 질 것이 뻔한, 아니 질 것을 알면서도 천문학적 소송비용을 쏟아 부어서 MBC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것은 명백한 배임 행위이다.
회사는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두 사람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해고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증거 없음”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중 분해시켰던 시사교양국, 카메라기자 조직을 즉각 복원시키고, 부당 전보를 가했던 MBC 구성원들을 모두 원래 소속 부서로 복귀시켜야 한다.
내부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MBC 간부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 몇 년 새 회사는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역설해왔다. 그런데 ‘임원회의에도 들어가는’ 주요 보직자가 회사의 정보를 인터넷 매체에 넘기는 ‘파이프’ 역할을 자청했다는 점은 명백한 해사(害社) 행위다.
마지막으로 안광한 사장은 MBC의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의 전말과 재발 방지를 담은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이 MBC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지 않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일 것이다.
2016년 1월 25일
MBC 기자회, 아나운서협회, MBC 영상기자회, PD협회 (이상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