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나 출장 가.”
“어디로?”
“응. 대구.”
“……”
남편 대답을 듣자마자 코로나19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대구 경북 지역이 전쟁이나 감염병 발생 지역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걱정에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남편 일이 종종 이런저런 위험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웬만큼 알고 있는 터라 영 내키지 않았다. 대구? 대구가 좀 큰 동네인가? 대구 어디를 간다는 건지도 모르고 기한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산 너머 산이다. 하지만 일하러 가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 이런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취재가 끝나고 나서 격리 기간에는 어디에 있게 되는 건지, 혹시나 아이들이 감염되는 일은 없는 것 인지... 생각이 복잡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영상기자의 아내다. 결혼하면서 영상기자의 아내로 살게 된 순간 이후로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결혼 후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남편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 나자 출장을 떠났다. 북한의 포격 이후 섬 주민들은 대피하는 데 이 사람은 왜 반대로 그 섬으로 들어가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드는 한편으론 거기 가면 잘 곳은 있는 지, 먹을 것은 어떻게 하는지 등 걱정도 됐다.
강산이 변한다 하는 10년이 꼬박 지났다. 뉴미디어 부서 등을 거치긴 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사건팀 기자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사건팀’이 그의 숙명처럼 느껴질 정도다. 출장이 길어지면 남편의 부재로 내 육아 스트레스가 커지지만, 다행히 아들 민우가 초등 학교 들어가는 시기에 맞춰 휴직을 한 터라 학교와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아이들 케어가 가능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이렇게 묻곤 했다.
“아빠는 왜 휴일에 회사에 가?”
“아빠는 왜 추석 때 일해?”
이번 대구 출장 이후로 아빠가 무슨 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된 걸까? 인터넷 다시 보기로 뉴스를 보다가 잠깐 지나가는 바이라인을 보고 “아빠 다!”라고 외칠 만큼 아이들은 눈썰미가 생겼고, 아빠의 출근 시간만 보고 조근, 야근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커 가는 만큼 우리 가족이 아빠의 직업에 대해서 이해하는 마음도 커진 듯하다. 남편이 자기 일에 충실하는 만큼 가정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리라.
끝으로 영상기자 가족의 건승을 기원 드린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애쓰는 영상기자들과 그 가족 분들! 힘든 이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승희 / SBS 김태훈 기자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