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새로움을 탐하다(1)

by KVJA posted Jul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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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새로움을 탐하다(1)

"6개월 간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선거 방송기획단으로 발령

작년 11월, 21대 총선 개표 방송을 위한 선거방송기획단으로 발령이 났다. (선거 방송에서 영상 비중이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영상기자가 선기단 멤버로서 참여해 왔다.) 선기단에서의 영상담당자의 역할을 선거 방송 전체 영상을 총괄하는 것이다. 전임 선기단 영상 담당자들이 워낙 두드러지게 활약을 해 부담스럽기도 했고 입사 후 영상취재 말고는 딱히 다른 일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막막하기만 했다. 다행히 전임자들이 남겨둔 자료와 조언이 있어 전체 방향을 잡아가는데 큰 도움을 되었다. 그렇게 6개월간의 선기단 생활이 시작되었다.

 

 MBC 선거 방송에서 (나와 같은) 영상 부문 담당자의 역할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전체 후보자 포맷용 실사 촬영. 둘째, 선거 방송 당일 현장 중계 운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멀 출연 포맷에 사용되는 실사 촬영. 후보자만 1000여 명이 넘는 총선에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 준비해야 할 부분이 실제로 엄청났다. 우선 전체 선거 방송 영상의 톤과 밸러스를 조절하고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선거방송 영상에 대한 전반적인 컨셉을 먼저 잡았다. ‘뉴트로한 카니발!’ 가면을 쓰고 벌이는 축제인 카니발을 적용하면 어떨까? 선거도 결국 정치라는 가면을 쓰고 국민들에게 소구하는 거대한 쇼이자 축제가 아닌가? 정치인들에게는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면서 시민들에게는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는 축제.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쇼에 2030 세대에게는 ‘복고 감성’으로 레트로 트렌드를 보여주고 40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잘만 된다면 시청률도 잡을 수 있으리라.

 

 후보자 촬영은 뉴트로의 장점에 있는 ‘시현하다’ 작가팀과 진행 했다. 실사 영상 촬영 역시 후반 작업이 가능하도록 대부분 4K log나 raw 촬영을 했다. 당시 경험과 소회를 간략하게나마 몇 가지 추려 협회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캐나다.png심상정 후보자.png

 

▲ 2019년 캐나다 총선 포스터(좌), 심상정 후보자 프로필 '시현하다' 컨셉사진(우)

 

후보자 촬영

이번 선거 방송이 끝나고 국내 방송사들의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외신 찬사가 이어졌다. 특히 SBS와 MBC의 경우 CG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선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컴퓨터 그래픽 포맷을 ‘노멀 포맷’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자의 실사 영상 소스가 필수적이다. 보통은 선관위에서 전체 후보자에 대한 사진 파일을 제공하지만, 제공 시점이 후보자 최종 등록을 마친 직후라 (선거 20여 일 전이다) CG를 제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또 후보마다 사진 파일의 화질도 제각각이어서 고화질의 CG 소스로 사용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자들의 실사 소스를 확보해야 하는데, MBC는 보통 주요 후보들을 추려 직접 촬영한다. 총선에서는 최소 300명에서 500명까지 촬영을 하는데 주로 외부 업체에 촬영을 맡긴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3사가 공동 비용을 들여 선관위 사진 파일을 CG용 합성 파일로 다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각사가 필요한 포즈나 인물이 따로 있기 때문에 후보자 촬영은 필수적이다. (최근 방송사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각사 선거 방송 영상 담당자끼리 협의를 미리 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낙연후보자.png황교안후보자.png

▲ 이낙연 후보자 크로마키 촬영원본  ▲황교안 후보자 크로마키 촬영원본

 

중계 배치 및 EYE 100

  ‘EYE100’은 이미 2016년에 첫 선을 보였다. 전국의 선거 상황을 한 눈에 들여다보고 후보자들의 당락 순간을 생생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전국 100여 곳의 후보 사무실을 현장 연결해서 생긴 100개의 화면을 한 번에 노출하는 것이다. 본사의 중계 인력과 지역사의 도움을 받아 주요 후보 및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커버하고,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은 대학생 명예 특파원을 선발해 2인 1개 조로 SKT 관제 시스템인 ‘Tlivecast’로 생방송 준비를 했다. 100여 곳을 앵커 크로스 토크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쩌면 무모 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록 크로스 토크 없이 영상 신호만 전송하는 것이었긴 해도) 이미 16년도에 SKT와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었고, 이론상으론 못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조금은 무리한 시도를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 번의 방송사고 없이 100개의 화면이 동시에 표출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후보자를 연결할 수 있었다. 준비한 만큼의 성과는 충분히 이룬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 방송에 가장 공을 들이고 그만큼 애를 먹기도 한 것이 이‘ EYE100’이었다. 정작 큰 문제는 코로나19였다. 후보자 촬영 역시 코로나19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일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EYE100’에서 반 이상의 선거 캠프를 담당해야 할 대학생들을 코로나 사태로 인해 3월 중순이 지나도록 선발을 못 하고 있었다. 결국 코로나 발생 전에 선발을 완료했던 인원 이외에 추가 선발은 온라인으로 하고 학생들의 교육 역시 온라인과 개별 교육으로 전환해 진행했다. 선발된 인원을 다 모아서 전체 교육을 하면 1번에 완료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30여 차례에 걸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교육했다. 김경락 기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EYE100.png

▲ 선택 2020 'EYE100' 실제 방송 화면

 

‘EYE100’의 시스템은 이미 영상기자들이 현업에서 LTE 중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TVU사 등의 MNG 장비나 SONY 등에서 카메라에 탑재해서 쓸 중계장비와 유사하다. 다만 이번처럼 한 번에 100여 군데 화면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서버 구축이 필요하다. 기본 개념은 별도의 MNG 시스템 없이 핸드폰만으로도 1080p 영상 신호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해외 다수 언론사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유심칩만 적용이 된다면 해외 어디에서든 핸드폰 하나만으로 중계가 가능하니 앞으로 취재 현장에서도 자주 사용되리라 생각한다.

 

 

(사진) 현기택 증명사진.jpg

 

 

 

 

현기택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