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유투버
▲ 지난 4월 28일 채널A 압수수색 현장에 나타난 유투버의 모습
4월 27일 연희동, 전두환 자택 앞
피고인 전두환의 광주 법원 출석을 앞두고 연희동 골목이 시끄럽다. 기자들과 방송 중계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현장 통제를 맡은 경찰은 골목 입구에서 조그만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모노포드에 꽂고 이어폰을 연결한 채 혼잣말을 크게 하면서 진입하는 ‘유튜버’들과 피켓을 소지하고 걸어오는 사람들을 ‘분류’한다. 전두환 자택 정문을 등지고 왼쪽과 오른쪽. 내가 맡은 취재는 왼쪽이다.
전두환 규탄집회 장소로 폴리스라인을 친 ‘왼쪽’은 옹호 집회를 위한 폴리스라인과 비교했을 때 정문과의 거리가 조금 더 멀다. 양쪽 모두 ‘유튜버’ 2~3명에 집회 인원 이십여 명으로 구성이 비슷하다. 전두환 규탄집회를 실시간 방송하는 ‘왼쪽’ 유튜버들은 5·18 단체들의 구호와 현장에 모인 언론인들 모습을 번갈아 비춰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상황이 고조된 오전 8시 20분. 갑자기 ‘오른쪽’에서 전두환 5·18 탄압을 규탄하는 고함이 들린다. 전두환 옹호 집회자들 사이에서 그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주변에서 욕설이 터져 나온다. 규탄집회 참가자들에게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저분 위험하지 않을까요?”
궁금해했더니 통쾌한 여운을 담아 친절히 답해 주신다.
“다들 라이브 하고 있는 거라 함부로 때리진 못해요. 소리 지르고 욕만 하지. 뭐라도 하면 라이브로 증거가 남아요.”
10여 분이 지나 전두환을 태운 차량이 경호 속에 집을 나서며 왼쪽과 오른쪽의 구호가 절정에 이른다. 잠시 후 폴리스라인이 느슨해졌다. 전두환 피고인 옹호 유튜버가 ‘왼쪽’으로 난입했다.
‘복수?’
서로 험한 고성을 내뱉는다.
4월 28일 채널A 본사 입구 앞
새벽부터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위해 기자들의 핸드폰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 채널A 건물 안에선 검 찰 수사진과 수색을 막는 기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이미 어두워진 저녁 8시. “검찰과 짜고 치는 채널A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들을 실시간으로 ‘인터넷 라이브’를 진행하는 유튜버도 있다. 낮부터 계속된 상황이라 방송사들은 수색 결과가 나오는지 교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공동취재 혹은 일명 ‘풀 취재’다. 건물 안에 대치 중인 검찰이 당장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현장에 막 도착한 나는 (교대를 기다리며) 채널A 입구만 주시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청계천 명물(?) 스프링 조각 쪽에서부터 누군가 크게 떠들며 걸어온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 에 모노포드를 연결해 들고 있다. 또 다른 ‘유튜버’다. 채널A 규탄 집회를 하던 시위 인원들도 이 유튜버를 발견하곤 목소리가 커진다. 이들에겐 익숙한 유튜버인 것 같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심상치 않다.
“네가 여길 왜 와?”
“저거 꼴 x인데... .”
새로 나타난 ‘유튜버’가 대응하는 방송 멘트를 날린다.
“제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원님들도 이쪽 현장에 와주세요. 우리 채널A를 지켜야 합니다!” 채널A를 지키자는 이 유튜버는 경찰이 출동하자 본인이 신고자이고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신고 이유를 설명한다. 규탄 집회 참가자들에게 다가가 몸싸움을 할 것처럼 달려들며 ‘충돌’ 상황을 연출한다. ‘라이브’로 비속어도 날린다.
“여긴 누구나 서 있을 수 있는 곳이야. 왜 못 가게 막아?”
경찰은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는 몇 분간 현장은 ‘난장판’이 된다. 어디선가 ‘채널A 사수’를 외치는 유튜버 서너 명이 또 나타났다. 아주머니 회원 대여섯 명도 바람처럼 등장한다. 경찰이 중간을 막아주자 일부러 반대쪽 집회 참석자들에게 다가가려는 거친 쇼잉을 또 보여준다. 이 모습은 ‘생생하게(?)’ 유튜브로 중계된다. 경찰은 이용당하고, 판세는 뒤집히고 있다. 한 경찰이 참다 참다 버럭 소리 지른다.
“아, 좀 저쪽으로 가시라고요!”
“경관님, 이거 라이브예요.”
“아 진짜 그놈의 유튜버!! 유튜버 진짜!! 아오. 저쪽 인도로 이 동하세요!!!”
또 다른 유튜버가 언제 손에 들었는지 성조기와 태극기로 라이브 화면을 채우고 있고 ‘우리 채널A를 협박하는 무리를 몰아냈다’며 스마트폰을 향해 외친다.
5월 20일 일본대사관 앞 자정
1,440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이용수 할머니의 의혹 제기 기자회견 이후로 수요집회에 대한 관심 이 뜨겁다. 이런 현장을 ‘정치 유튜버’들이 놓칠 리 없다. 서로 입장이 다른 양쪽의 유튜버들만 진영마다 십여 명이 넘는 듯하다. 윤미향 당선인을 공격하는 규탄 집회 참여자들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낯뜨거운 속어를 남발한다. 같은 진영 유튜버들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도 라이브로 누군가에게 전달되는데, 저런 표현을 써도 되나? 어린 학생들이 유튜브를 볼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xx 년’은 우스울 정도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할머니 팔아 화장품 샀냐? 윤미향 xx 년, 네가 가라 x창” 부끄러운 구호가 시내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데, 나름 라이브 온에어라고 큰소리치며 방송국 기자들을 혼낸다. “다음 방송에서는 기레기 참교육 시전하는 모습도 라이브 하겠습니다”라고 유튜브 공약을 큰소리로 내건다.
현장 취재를 하면서 만난 유튜버는 대부분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경향성이 분명하다. 시위, 집회, 사건 현장의 특성상 정치적으로 이용할 만한 여지가 큰 탓도 있을 것이다. 채널A 압수 수색 상황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피고인소환 장소에서, 수요집회 현장에서는 일상 브이로그 같은 말랑말랑한 주제로 ‘끼’를 ‘뿜뿜’하는 유튜버가 활약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유튜버는 특정 주장을 강하게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같은 성향을 가진 구독자들이 시원해할 만한 소위 ‘센’ 말을 많이 하는 것이다. 심의 없는 방송이라 욕설과 비속어도 자주 등장한다. 경찰이나 반대편 주장을 가진 이들과의 충돌 장면을 구독자들을 유입시키는 용도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자들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들은 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는 점을 무기로 사하곤 한다. ‘나에게 하는 모든 행동과 대화가 지워질 수 없는 서버에 기록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내 구독자들에게 방송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워 게임에 이용한다. 취사선택하고 데스킹을 거치고 심의에 어울리는 형태로 ‘순화’된 방송기자들의 뉴스보다 더 직설적이고 날것의 콘텐츠가 그들의 힘이다.
‘정치 유튜버의 민낯’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모든 긍정적인 가능성을 떠나) 개인적으로 씁쓸할 때가 많다. 위기감도 든다. 이들의 자극적인 라이브를 보며 ‘통쾌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순화’된 방송 뉴스가 성에 찰까? 시청자들과 현장을 연결하는 중간 역할의 ‘미디어’로서의 기득권은 사라지고 기존의 제약들만 남아 심심하고 재미없는 방송을 하는 신세가 된 것 같다. 이미 자극적인 취향 저격 경쟁에서는 게임이 안 된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현장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지 오래되었다. ‘중간기록 전달자’ 이상의 식견으로 무장할 방법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공진구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