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어요. 가족은 살릴 수 있어요. 가족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 그 부분은 이제 잘 조율을 해야죠.”
“언론에서 때려 봐. 당연히 반응이 오고 수사도 도움이 되고 이거는 당연히 해야 되는 거고 양쪽(검찰과 언론)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 2020. 3. 31
MBC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 중 일부 MBC 뉴스데스크가 폭로한 녹취록의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가 지닌 폭발성, 가치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언론사들의 반응은 아주 시들했다. 검찰발 사건에 앞뒤 가리지 않고 집단적으로 달려드는 평소 언론 태도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혹시 이 사건에 검찰이 불리하게 개입되어 있기 때문일까? 채널A는 자체 진상 조사를 구실 삼아 검찰 압수수색을 거부했고, 두 달쯤 지난 5월 22일, 자사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뜻이 모호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 저희 기자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취재에 이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명백한 잘못이고, 채널A의 윤리강령과 기자 준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5월 22일 채널 A‘ 뉴스A’ 앵커 클로징 멘트 중
해당 기자는 자사가 벌이는 진상 조사 전에 이미 노트북 PC를 포맷하고 두 대의 핸드폰을 초기화해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다. 지휘 책임이 있는 보도부의 상급자들 역시 카톡 메시지 등 해당 기자와의 통신 기록을 삭제한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진 채로 벌인 조사의 결론은 이것이 기자 개인의 취재 윤리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채널A는 6월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기자를 해고했다.
검찰은 폭로 보도 후인 4월 8일, 검찰총장 지시로 대검 인권부에 사건 조사를 맡기는 등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다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검찰의 대응은 조직적으로 해당 검사를 보호하려는 무리한 제스처로 읽혔다. 결국 법무부가 보도 석 달 만인 지난 6월 25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동시에 한동훈 검사장을 전보 조처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즉 표적수사와 이를 받아 적어 보도하는 언론의 관행은 진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검찰과 언론, 이 듀오가 만들어내는 증오, 반인간적 광기는 숱한 비극을 양산했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당사자인 대통령과 비서들, 장관 못지 않게 검찰과 언론이 개혁(처벌) 1순위로 꼽힌 이유다. MBC 폭로는 이 두 권력의 검은 그림자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드리워져 있음을 시사한다. 검찰, 언론 두 권력이 자신들이 타깃 삼은 부정에 대해 치는 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혹하고 잔인하지만, 이들의 칼날은 지극히 선택적 이고 자의적이다. 무엇보다 검찰, 언론 자신들의 문제에는 철저히 관대하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하지만 그 권력 리스트에 언제나 검찰이 빠져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권력 카테고리 안에 가장 지속적이고 파괴적인 권력이 검찰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 리스트엔 부끄럽게도 언론 자신 역시 빠져 있다. 검찰과 언론,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는 이 두 권력이 짜고 치는 듯한 무서운 진실 게임이 언제쯤 끝날까? 언제쯤 이 공고한 광기의 카르텔에 균열이 일까?
지난 6월 13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 널리즘연구소와 공동연구 발간한『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우리 나라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조사 시작 후 벌써 4년째 내리 꼴찌다. 이 결과는 비판과 감시라는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채 권력 놀이를 즐기고 있는 언론 행태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하지만 언론인들이 정작 이것을 얼마나 진지하고 두렵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김정은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