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 연평도에서 북쪽을 주시하면서 취재하는 필자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다음 날 선발대로 연평도에 들어갔다. 연평도는 서해 5도 섬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북방한계선(NLL)과는 1.5km 떨어져 있고 북한 장재도와는 7km 거리다. 10년 전 군인과 주민 등 4명이 숨진 포격 도발의 상흔이 남은 곳이라 긴장감이 극도로 큰 곳이다.
포문이 열리다
북한의 특이 동향을 포착하는 게 나의 롤이었다. 입도한 지 셋째 날 그동안 해무로 볼 수 없었던 북한 개머리 해안 지역의 포문이 망원렌즈로 포착됐다. 다음날 인근 대수압도에서도 포문이 개방된 것이 관측되었다.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 합의로 해상 완충구역에서 남북 모두 포문을 폐쇄했다. 하지만 눈앞에 포문들은 열려 있었다. 동굴을 파고 안에 들여놓는 형태로 설치하는 북한 해안포는 습기 제거 차원에서 군사 합의 이후에도 포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 적이 있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여러 개의 포문을 개방했다는 건 남북 간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다. 연평도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대피소와 함께 하는 주민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연평면사무소는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대피소를 취재진에 공개했다. 평소 문화 강좌들이 열리기도 해 대피소는 연평면 주민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대피소의 문을 닫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민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 게) 번호키가 설치됐다.
연평도에는 8개의 대피소가 있다. 이들 대피소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차례로 지어졌다. 취재진에 공개된 대피소는 주민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강당과 취사 시설, 진료소, 비상 발전시설 등을 갖춰 장기간 동안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언제든 북한의 타격이 가해지면 바로 대피소로 뛰어가기 위해 주민들은 평소에도 외출복을 입은 채 잠을 잔다고 한다. 주민 한 명 한 명 몸으로 기억하는 순간이 있어서다.
변한 건 없다
1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연평도 부녀회장 김영애 씨는 어젯밤 천둥소리에 그때가 떠올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천둥소리도 폭탄 떨어지는 소리죠. 그 소리가 나면 자는 중에 깜짝 놀라 핏대가 올라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2010년을 살고 있었다.
“걱정은 되는데 심하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일상처럼 자꾸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입도한 지 6일째 되는 날. 후발대와 교대하고 연평도를 떠나는 배에 올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강화도 접경 지역에선 설치됐던 확성기가 철수됐다고 전해졌다.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감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박세준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