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 제주시 연동에 신호등이 강풍에 꺽여 휘어진 모습
제8호 태풍 ‘바비’의 발생 소식에 제주도는 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이번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니 제주도가 태풍의 위험반경인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제주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로로 북상했던 태풍들이 제주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기에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양의 비를 동반하기에 현장 취재를 위한 장비 역시 잘 갖추어야 했다.
태풍이 제주도에 근접하면서 비바람은 거세졌다. 제주지역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6.4m를 나타냈는데 바람의 세기가 40m 이상이면 사람은 물론 큰 바위도 날려버리고, 달리는 차까지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해보니 서있기조차 힘들었고 내리는 비가 세찬 바람에 날려 따가울 정도였다.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제주를 통과한 태풍 바비의 위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거리에는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부러진 가로수와 신호등이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공사자재들이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었다. 예보대로 강풍에 의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제주 지역에서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강풍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태풍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제주 서쪽 지역에서는 한 양돈장의 지붕 일부가 날아가 앙상한 뼈대만 남기도 했다. 또 7층짜리 아파트 외벽이 뜯겨 나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도로에 널브러지고, 주택 2층 테라스를 둘러싸고 있던 유리창도 강풍의 위력을 견디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났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태풍 피해는 140여 건, 880여 가구에서 한때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주 섬은 고립되었다.
태풍이 제주에 영향을 주는 시점부터 KBS에서는 재난방송체제를 갖추었다. 그러나 제주 곳곳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 현장을 취재진이 전부 취재할 수 없는 여건이다. 취재진이 가지 못하는 태풍 피해 현장은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를 통해 전달됐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제보 영상을 통해 제주 곳곳의 태풍 피 해 현장을 신속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재난 CCTV 영상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실시간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태풍 상황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태풍 취재나 재난상황 발생 시 어떻게 취재하고 전달해야 되는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번 제8호 태풍 ‘바비’의 현장 취재는 피해 예상지역에서 Live 중계를 담당하게 됐다. 태풍 진행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했고, 피해를 입은 지역의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현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태풍 취재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에 날리는 모든 것들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취재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취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취재 현장에서도 결박되어 있던 수레가 취재진의 등을 강타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다시 한번 취재현장의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너무 무 리한 취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긴 장마와 집중호우, 그리고 태풍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현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취재진의 역할은 안전한 취재를 위한 행동요령 숙지와 안전 점검일 것이다. 취재진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현장 취재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의 안전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성호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