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너한 테 X발 이라고 했니? ... 경찰 부르세요, 그러면... 아가씨가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일 아니에요?
직원 : 고객님 죄송해요.
울산의 한 음료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가 잘못 나왔다며 손님이 직원 멱살을 잡고 폭언하는 장면이다.
# 장면 2
입주민 : 아니 맨날 붙입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 아 XX 진짜 죽여 버릴까... 못 배워 처먹어 가지고.
경비원 : ...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였다며 경비원에게 폭언하는 장면이다.
최근 두 개의 리포트를 편집하면서 이 대화를 반복해 들어야만 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피해자들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끝도 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우리 기자들은 이러한 갑질 행태가 없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기자 갑질’, ‘언론 갑질’이라고 검색하니 여러 사례가 검색된다.
취재 중 ‘갑질’ 논란
툭하면 욕설에 폭행, 언론계 갑질주의보
‘안하무인’ 기자 갑질에 부글거리는 지자체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지난 2014년 발생한 대한항공의 ‘땅콩 회황’ 사건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재벌이라고 불리는 한국 특유의 가족 대 물림에 대해 소개하고, 갑질이란 이들이 법 위에 있는 듯한 행동으로 중세 봉건사회 영주처럼 부하직원이나 하도급 업자 등을 다루는 행위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언젠가부터 ‘기레기’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길거리에서 시민들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변 화된 현실은 우리들 입장에서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따끔한 기회로 삼는다면 결코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머릿속에 몇 가지 사례들이 떠올랐다. 공보 담당자에게 촬영 대상자 섭외부터 인터뷰 내용까지 세팅해 달라는, 단순히 취재 편의를 넘어서는 것을 요구하는 것, 그림을 만들기 위해 무심코 안전을 무시하는 행위, 무리한 연출 요구, 각종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명목으로 기업체로부터 경품 협찬을 받는 것, 후배 기자나 오디오맨 등에게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것까지. 그리고 극히 일부겠지만, 취재 중 대접받는 식사나 기념품 제공까지, 어쩌면 갑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갑질로 지목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게 기자 사회 역시 변화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만큼 변화를 미룰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한 번쯤 자성하고 점검할 수 있길!
전상범 / 울산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