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호기심이었습니다. 세상 모르던 꼬맹이 시절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났습니다. 학원 가방을 던져두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
갔습니다. 유족 이야기를 듣고는 어느 순간 음식을 나르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현장에서 봄방학을 보냈습니다.
2014년 4월 23일 진도군 팽목항. 경비선을 통해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배가 보이고 나서 몇 분 뒤, 천막에선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엇이 날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제 호기심에 문득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취재실습을 하러 갔지만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배식봉사를 한 건 속죄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조금씩 가족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과 조용히 인사를 나눴습니다. 가족 인터뷰 하나 할 수 없었지만 보고들은 내용을 SNS에 정리했습니다.
현장에 관한 호기심, 저의 본능에 가까웠습니다. 단순 욕구를 넘어서고자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참혹한 광경 앞에 저의 욕심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영상기자란 업(業)은 저의 본능이 시청자를 만나고 더 큰 공익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제가 운명처럼 영상기자를 준비한 이유이자 이 자리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기입니다.
수습 기간인 요즘은‘영상기자 변신기’입니다. 마음이 동해 재난 현장이나 서성이던 일반인 조창훈에서 영상기자 조창훈이란 다른 인격체로 바꾸는 중입니다.
수줍음 많은 제가 뷰파인더에 누군가의 머리가 걸렸을 땐 사자가 돼야 하고, 생면부지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한컷을 위해 담을 넘거나 옥상을 올라갑니다. 현장에서만큼 제 몸은 시청자의 몸, 제 눈은 시청자의 눈이기 때문입니다. 깊이있고 공정한 뉴스 영상을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시청자들이 영상을 통해 다른 삶을 상상하고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인생에서 대부분의 좋은 일은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고 합니다.
요즘 뉴스 영상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저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고“고통 없이 얻는 것 없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제것으로 만들겠습니다.
꾸준하게 노력하다 보면 또 선배들께 부끄럽지 않은 영상기자가 돼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내면에선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자로 거듭나겠습니다.
조창훈/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