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을 돌아보며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방통위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TV의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2017년 2시간 48분, 2018년 2시간47분, 2019년 2시간 42분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혹자는 언론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 영상기자가 된 지난 1년의 기억을 되돌아본다.
영상기자로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봐야만 하는 것’ 중 어떤 것을 담아야 하는가에 있다. 현장에 도착하면 자극적인 요소는 넘친다. 연락을 받고 급히 도착한 사고현장에도 피가 흥건했다. 깨진 유리 파편과 살점이 뒤엉켜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다. 참혹한 현장은 최대한 배제한 채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하는 내내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사고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촬영했던 영상들은 회사로 복귀하던 길에 뉴스로 나갔다. 내가 촬영했던 것은 사람들이 ‘봐야만 하는’ 영상이었을까 아니면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이었을까.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가 존재하는 시대다. 아무리 뛰어난 영상기자라 하더라도 사고 목격자가 촬영한 제보 영상보다 현장감이 있을 순 없고, CCTV 영상보다 사건을 잘 묘사할 수는 없다. 현장에 나가면 취재기자가 ‘제보 영상 있어.’ 혹은 ‘CCTV 땄어.’라며 넌지시 말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여지없이 제보 영상이나 CCTV 영상으로 리포트가 구성된다. 아무리 열심히 촬영에 임해도 뉴스에 사용되는 영상은 몇 컷 안된다. 이런 기사 끝에 내 이름이 나오면 다 차려진 밥에 위에 숟가락만 올린 것 같은 민망함을 느끼곤 한다.
선거철이 되면 영상기자는 지역구 경합지를 취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내가 간 곳은 자정이 넘어서도 경합을 했다.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언론사가 생중계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특이하게도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머지않아 ENG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원로 영상기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손바닥만한 중계차’를 보며 영상기자와 일반인의 경계가 모호해질 날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언론에 발을 들인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여러 현장을 발로 뛰며 위기감을 피부로 느낀다. 하는 일에 회의를 느낄 때도 있고, 영상기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같아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사람들에게 ‘기레기’라며 온갖 욕을 들을 때도 있다. 이렇게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제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훨씬 길다. 네가 곧 미래라던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그 미래가 밝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해본다.
김진성/ 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