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by KVJA posted Nov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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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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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들의 취재 방해를 다룬 MBC 온라인 채널 〈엎어컷〉 화면 갈무리


 지난 8월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각 사의 현장 취재진이 이재용부회장의 석방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야외공간에서의 취재는 자리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지 않고 꽤 이른 시각이라 아무 생각 없이 현장에 도착했는데 서울 구치소 앞은 이미 유튜버들로 발붙일 곳이 없었다. 
 취재 현장에서 유튜버들의 활동이 많아진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취재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의 차원에서 누구든지 취재를 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시민저널리즘의 확대 차원에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최영 교수는 “시민저널리즘은 저널리즘 프로세스에서 소외된 일반 독자를 적극 참여시켜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 시민의 역할을 복원하고자 하는 운동” 이라고 정의했다. 유튜버와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은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여 자연스럽게 시민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유독 유튜브를 이용한 뉴스 이용률이 높다. 21년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여기에 유튜브는 2015년부터 일반인이 사건사고와 같은 뉴스 제보용 동영상을 직접 올려서 언론이 인용보도 할 수 있는 ‘뉴스와이어’를 통해 시민저널리즘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꼭 유튜브 여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기성언론의 보완재로서 시민저널리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도구는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 만난 유튜버들은 시민저널리즘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유튜버들의 취재행위가 시민직접 참여를 통한 언론과 지역사회와의 합의와 토론의 연결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조회 수를 바탕으로 한 돈벌이와 한 쪽 귀만 열어 논 편파방송만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 보인다. 시민저널리즘의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언론에 대한 불신과 편향성만 더욱 부축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언론의 과도한 정파성이 주 된 원인 중 하나겠지만 취재현장에서 보이는 유튜버들은 언론의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미디어라고 인정하기에는 그 목적성에 상당한 의심이 생긴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알권리를 실천하기 위한 기존 언론의 취재에 상당한 방해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취재현장에서 고성 지르기, 카메라 막아 서기, 논조를 벗어난 과도한 질문하기 등 이들의 행동이 취재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취재현장에서의 유튜버들의 행패는 MBC 영상기자들의 취재 뒷 이야기인 ‘엎어컷 유튜버 편’을 보면 일부 유튜버들의 도를 넘는 행위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취재현장의 모든 유튜버들이 이렇게 과격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일부 유튜버들의 행패는 사실 상 도를 넘고 있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천 할 수 있도록 헌법이 그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기자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 이는 개인 혹은 소수의 이익이 취재의 자유라는 울타리 안에서 언론의 취재행위보다 우선 시 되어서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뿐만 아니라 유튜버들의 과도한 활동은 취재원의 인권보호와 취재원과 취재진의 안전을 위해 운영되는 포토라인 시행규칙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과격하고 껄끄러운 유튜버들이 많다보니 취재현장에서 대부분의 취재진이 그들을 마냥 방관만 하고 있는 것도 취재현장이 갈수록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있다간 언론의 취재 행위가 특정 목적을 가진 집단에 의해 방해 받고 위협 받을 지도 모른다. 
 이제 현장의 기자들이 진실추구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취재현장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들과의 직접 대응은 그들이 소요를 일으키기 위한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 대신 소위 말하는 꾼들을 걸러내기 위해 취재 중 불법적이거나 취재방해 행위에 대한 철저한 기록들을 남겨야 한다. 이러한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상기자협회는 사진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과 함께 취재 방해 행위를 하는 유튜버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알권리는 결코 특정 목적에 의해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 


현기택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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