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4월 안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처리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촛불광장의 요구를 담은 숱한 개혁과제들은 미완으로 끝나거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사라질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언론개혁 제 1 과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던 대통령, 여당 대표, 원내대표의 공허한 약속은 이제 유통기한이 임박해 부패하기 직전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입으로는 언론자유와 언론 독립을 말하면서 행동은 통제와 장악을 획책하는 양두구육의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 당선자의 심기를 불편케 한다 해서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해야 할 국회 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고의적으로 공전시키고 있다. 이제 집권 여당이 됐으니 법에도 없는 이사추천, 사장추천의 월권을 마구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자행했던 것처럼 방송을 전리품으로 챙기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은 당연히 정부여당 편을 들어야 공정하다는 집권세력의 기준이 공영방송을 위기에 빠뜨리고 한국 언론의 수준을 끌어내렸다. 잘못된 판단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비판 받아야 할 때, ‘우리편’을 방어할 언론이 있어야 한다는 기득권의 유혹에서 어떤 정권도 자유롭지 못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우리는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교차하는 4월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양대정당이 분점한 지금이야말로 공영방송을 양당의 적대적 대립과 공생의 제물로 만들었던 기득권을 청산하고 묵은 갈등을 풀어낼 최적의 시간임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우리는 국회의 결단을 가장 강력한 목소리로 엄중히 촉구한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룬 것 하나 없는 언론개혁의 첫 단추를 채워야 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할 마지막 국무회의가 4월 26일임을 명심하라.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특위를 거친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하라.
여야가 합의한 국회 특위를 훼방놓고 있는 국민의힘은 말로만 국민통합을 외치지 말고 공영방송에 대한 집권여당의 기득권을 포기해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 언론에 대한 어떤 개입도 하지 않겠다고 한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을 지금 4월 국회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함으로써 증명하라.
미디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마저 모호해진 정보의 홍수 속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거대 양당에 최후 통첩한다.
권력을 장악한 뒤 시민의 목소리를 제압하고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공영방송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었던 정치세력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주권자의 엄중한 심판과 처절한 몰락의 길로 치달았음을 명심하라.
또다시 엄중한 역사의 요구를 외면하고 공영방송 개혁 입법을 미루거나, 방해한다면 그것이 곧 자멸의 시작이 될 것이다.
모든 시민께 간곡히 당부드린다.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는 방송, 시민이 직접 꾸짖고 평가할 수 있는 방송은 오직 시민의 힘과 감시로 만들어진다. 시민이 참여하는 공영방송의 새로운 출발에 우리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2022년 4월 11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