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기 기자의 현장 에세이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기자로 남겠다."

by 안양수 posted May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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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 팀제가 시행된지도 벌써 10개월이 되어 간다. 120여 명의 인원을 이끄는 자리에서 나와 이제는 현장이 익숙한 모습이 되었는데, 느닷없이 현장소감을 글로 쓰라니 난처하지 않을 수 업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지난 10개월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 내가 현장으로 나선 때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조금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해방된 느낌은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주간이라는 자리에서 관리직이라는 책임을 짊어지고 뉴스를 만들다보니 1년 내내 긴장을 끈을 늦출 수 없는 그 심리적 압박감을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이 홀가분하다. 게다가 생생한 취재 현장을 함께 할 수 있어 전과는 다른 활력을 느낀다. 처음 이 길에 들어설 때 마음먹었던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기자’로 남겠다는 다짐을 지킬 수 있어서 더더욱 지금의 나를 보면 살며시 웃음이 나온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은 총리실 출입 카메라 기자. 엄밀하게 말하면 정부 제 1청사(광화문 청사) 영상취재 담당이다. 8개 부처, 2개 청 등 무려 10개가 넘는 정부 기관이 있고, 출입하는 KBS 취재기자만도 11명 정도 되니 생각보다 무척 다양한 분야의 일을 맡고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를 한 눈에 돌아 볼 수 있는 자리로, 내가 사무실에만 있던 때와는 달리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게 되는 곳이다.
한 5년만인가? 사무실에서 나와 현장에서 카메라를 처음 들 때는 걱정이 많이 됐다. 그 사이 ENG 카메라도 많이 바뀌었고, 나이를 먹다보니 신문 볼 때도 돋보기를 쓰는데 포커스나 제대로 맞출 수 있을런지 염려 되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후배들이 퇴근한 후 혼자서 카메라를 꺼내서 조작법 연습도 했다. 요즈음 새롭게 현장으로 나와 카메라를 들게되면서 예전보다 더 신경을 쓰면서 일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촬영한 뉴스 영상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함께 근무하는 후배 기자들도 보고 나름대로 평을 할텐데, 주간까지 한 사람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말이 나오면 안되니까 말이다.
팀원이 되어 생활하며 달라진 또 다른 하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아침, 저녁 근무시간 전, 후에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게다가 퇴근하고 나서 제 2의 생활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외식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다양한 여가 생활도 즐길 수 있어 뒤늦게나마 내가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이 든다.
난 여러분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무사가 칼을 들고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영광이듯 카메라기자가 마지막 남은 몇 년을 현장에서 불태우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영광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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