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된 논픽션의 세계

by 김동현 posted Mar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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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된 논픽션의 세계

다큐멘터리의 두 얼굴, 예술과 저널

 다큐멘터리, 뉴스... 픽션이 아닌 논픽션의 세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진실함을 보여주고, 그 진실성은 논픽션 세계의 핵심이다. 다양한 매체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TV. TV를 통해 사람들은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기도 하며,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쯤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는 ‘예술’과 ‘저널’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 소외된 것, 잘못된 역사나 사회에서 소재를 얻고, 그것을 보도 한다는 점에서 저널의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뉴스가 아니기에, 그것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촬영, 구성, 편집하는 과정에서 예술성이 가미된다.  

 방송을 공부한다고 마음먹은 후로 ‘방송의 픽션과 논픽션’에 대해 많은 생각과 시간을 보냈으며 아직 이 명제는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항상 나의 머릿속 한 부분을 차지한 채 좀처럼 떨쳐지지 않고 있다. 처음엔 논픽션 프로그램, 논픽션 다큐멘터리의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멋모르고 받아들인 것이다. 나의 생각은 투영된 채 눈으로 보여 지는 영상을 그때는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보잘 것 없는 경험이지만, 지난 몇 년간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제작하면서 과연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사실이 진실한지 공정한지에 대해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다른 이의 영상을 보면서 자체의 의미보다는 진실한 모습을 찍은 것인지 연출된 상황은 아닌지 나의 의심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는 자연스러워지고 싶었다. 절대 진실한 영상만 담고 싶었다. 진정한 다큐멘터리는 세상과 인간, 자연을 자신만의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작품의 미학적 예술성과 동시에 사회에 던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가지려 끊임없이 고뇌하는 ‘양날의 칼’이 되어야 하며 그 속에 진실성과 공정성은 항상 내재되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다큐멘터리 주인공에게 던진 나의 한 마디, "평소처럼 해주세요"

 항상 ‘나는 생각의 끈이 짧다.’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 한 장애 입양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었다. 며칠 만에 나오는 영상은 사실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2달이라는 시간을 두고 하루하루 촬영해 나갔다. 정식으로 배운 제작과정이 없었기에 참 많은 시간동안 영상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련한 것이 뮤직비디오나 단편영화처럼 시나리오를 미리 꾸몄었다. 앞날을 내다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처럼 다큐멘터리는 나의 머릿속에서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나리오를 들고 첫 촬영을 나갔던 것을 기억한다. 웃기게도 나의 머릿속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으면서 촬영 대상자 가족에게 저희가 없는 것처럼 평소처럼 행동해달라고 주문을 했었다. 그렇게 해달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이것 또한 연출이 아니었던가? 처음 1주 동안은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1주 동안 찍은 영상을 모니터했을 때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머리로만 움직였을 뿐. 가슴으로 담으려 했던 영상이 아니었다. 내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졌다. 스탭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작품에 대한 회의보단 제작자로써의 자세와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에 대해 늦은 시간까지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만족할만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시 촬영을 나가고, 카메라 전원부터 켜지 않았다. 그 가족의 생활을 그저 바라봤다. 그 가족의 생활을 내가 훔쳐간다는 느낌 때문에, 그것도 사실 그대로 가져가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채 언제부터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 가족과 동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연출인가?

 그 후 촬영을 재개했고, 편집가정을 거쳐 ‘인연’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그 다큐가 진실성과 공정성을 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알게 모르게 나와 스탭들의 생각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2달이라는 시간을 보여줬지만, 그것은 그 가족의 미미한 부분이다. ‘인연’ 이 다큐멘터리는 완성되었지만, 이 다큐를 인해 나의 생각은 더 복잡해진 것 같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큐의 진실성과 공정성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가 되 버렸다.  

가장 진실하고, 가장 공정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자질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 들 수 있어야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의 한 다큐 작가는 예술가들의 무덤만 찾아 다녔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지하철 역’에 관심을 두고 역의 특징 하나하나를 기억한다든지, 서울 시내의 가로등만 관찰해 본다든지 한 후에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는 과정을 연습한다. 사회내의 약자의 편에 서서 진실을 파헤치기도 하며, 사회내의 강자의 편에서 그들의 의견을 알아 볼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감동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가장 중요한 점은 진실성과 공정성일 것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소각장 건설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고발을 한다고 하자. 이러한 고발은 누구를 편드는 것도, 정치적 목적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상에 대립하고 있는 양자 간의 의견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하며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제작자는 직접 나서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 아닌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감당해 내기 힘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제1기 대학생명예카메라기자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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