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일보도부문상을 수상한 MBC 정인학, 김준형 기자의 <튀르키예 지진 현장 취재 시리즈> 보도는 지난 2월 6일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을 현장취재한 보도로 대지진 피해를 당한 튀르키에 피해상황을 국내 언론사의 시각에서 피해민과 지역이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들을 심층 취재하고, 대형 외신사들의 보도가 보여 주지 않는 현장에 접근해 현지 피해자들과 호흡하며 차분하게 취재, 보도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또한,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지난 2019년 제정, 보급한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재난, 참사보도’와 관련한 취재, 보도준칙을 구현한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국제재난보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재난보도의 정석과 같은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많은 영상기자와 언론사들이 이 보도를 참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태경 / 2023 영상기자상 심사위원장 심사평
제109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담아낸 지진 현장
〈MBC 정인학 기자〉
입사 후 첫 외국 출장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라는 큰 재난 출장에 선배를 따라 2진으로 다녀온 이후 15년 만에 튀르키예 지진 현장으로 급파됐다.
이번에는 1진으로. 아무래도 지진과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 듯 그 기운이 나를 부른듯했다. 현지에는 한파와 폭설이 내렸던 상황이었고 최대 진앙지 가지안테프를 향해 가는 중간 휴게소에서는 기름을 넣기 위한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한편에는 기름통에 기름을 미리 쟁여두기 위한 사투를 볼 수 있었다. 편의점에는 물과 식품류들이 사라진 썰렁한 진열 매대가 마치 본격 피해 현장을 마주하기 전의 예고편처럼 느껴졌고 자연스레 첫 취재가 시작됐다.
곧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고 허기진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고자 들어가 본 식당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줬다. 난민 대피소가 돼 있었던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추위를 피해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내 목소리 좀 들어달라는 듯 피난민들의 간절한 눈빛을 볼 수 있었고 최대한 그들의 목소리를 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한 티가 났는지 피난민들에게 제공되는 수프와 빵을 제공받아 첫 한 끼를 해결했다.
달리는 차에서 쪽잠을 자다 새벽이 됐고 잠시 눈을 떴을 때 차창 밖으로 무너진 건물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눈이 번쩍 떠지며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차에서 내려 캄캄한 어둠 속 구조 현장으로 달려갔다. 추위 속 밤을 새며 힘겹게 구조하는 구조대와 시민들의 사투를 오랫동안 곁에서 취재하며 지켜봤지만 생존자의 인기척은 찾기 어려웠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은 오열과 한 숨 뿐이었다.
지진이 대부분 주민이 깊이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다. 외신 보도에 많이 언급되지 않았던 말라티아, 아디야만, 이슬라히예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소도시들도 피해가 컸다. 기적을 기다리기보다는 우리만의 시각으로 피해 현장의 사각지대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뼈아픈 사연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재난 현장에서는 정확한 보도를 위해 외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담아낸 현장의 모습들을 더 비중 있게 담았다. 영상에 담긴 모습 그대로 기사가 써내려졌고 영상기자들의 시선에 따라 기사의 방향과 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출장 동안 우리가 미처 알리지 못한 피해 현장이 있을까를 매일 팀원들과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
취재하는 동안 건물에서 여진의 진동을 느끼며 놀라기도 했고 숙소에서 자다가도 자석처럼 나를 잡아 흔드는 듯한 공포스러운 여진도 제법 시간이 지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매일 누적되는 피곤함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현장과 상황이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카메라를 들고 이동할 때마다 곳곳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와 있는 슬픔에 잠겨있는 모습을 지나치면 가족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지나갔다.
때론 시민들을 마주할 때 응원의 ‘엄지 척’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취재에 응하는 튀르키예 시민들을 보며 재건의 희망을 보았다. 지진 발생 이후 지금도 발이 미치지 못한 참혹하고 방대한 현장이 널려있는 상황이고 첩첩산중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두 달이 지난 지금 튀르키예 국민들이 일상을 되찾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
〈MBC 김준형 기자〉
하늘에서 본 튀르키예는 처참했습니다. 강줄기를 따라 무너진 건물. 콘크리트 산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조종기 속 5인치짜리 화면을 보며 눈은 야만적으로 빛났습니다. 선배들은 바빴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하나의 리포트를 완성했습니다. 드론으로 무심하게 훑은 건물 주변에서 선배들은 한 여성과 만났습니다. 그녀는 가족이 잔해 속에 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곳이 얼마나 처참하고 슬픈 현장인지는 그 눈이 담긴 클로즈업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흥분했던 제 모습을 돌아보며 부끄러워졌습니다.
무너진 건물에서 생후 20일 아기로 이동하는 초점. 집을 잃었지만 해맑은 모습으로 새를 쫓는 아이. 가족이 있는 건물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 이번 현장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입니다. 선배의 컷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적나라한 카메라로 슬픔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컷 한컷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녹화 버튼을 누르는 엄지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최근 강릉 산불 취재에서 느꼈습니다. 화재로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을 나는 야만적인 눈으로 보고 있을까?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렇기에 수상에 감사하는 이야기보다 현장에서 느낀 점과 각오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더 공감하고 고민하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