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병한 부산MBC 사장…“이임식 때 박수 받는 선배 되겠다”
부산MBC 최초 영상기자 사장 취임…“‘찾아가는 서비스’,
자회사 설립 등으로 흑자 경영의 기초 만들 것”
▲지난 3월 29일 부산MBC 사옥 야외광장에서 진행된 최병한 신임 사장 취임식 장면.
부산문화방송(부산MBC)은 지난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최병한 부국장을 선임했다. 1996년 부산MBC 보도국 영상취재부 기자로 입사한 최 신임 사장은 부산MBC가 개국한 1959년 이래 '최초의 영상기자 출신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협회는 4월 18일 최 사장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임기 3년의 구상을 들었다.
- 안형준 MBC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역사 첫 사장인데, 취재기자 중심으로 임명되어 오던 관행을 깨고 첫 영상기자 출신 사장이 됐다.
“부산MBC에서는 그동안 취재기자나 경영, 서울 본사출신들이 사장이 되어왔고, 이번 선거에 후보들도 13명이나 나와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남극마라톤대회를 주제로 한 다큐를 기획부터 촬영, 제작, 펀딩까지 혼자 진행했던 점 등 뉴스에 안주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기획을 하고 전체 숲을 볼 수 있는 과정을 피력했다. 나의 사장 선임은 영상기자가 가진 열정과 자격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아준 이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최 사장은 지난 2009년 시각장애인 송경태 씨의 남극마라톤대회 도전기를 다룬 <빛을 향해 달리다>를 제작해 23회 한국영상기자상 다큐멘터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부산MBC 사장으로 취임한 지 3주가 되어 간다. 조직 개편을 벌써 단행했던데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해 달라.
“‘사장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구상이 있어 빠르게 조직 개편을 했다. 우선 영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본부장 체제로 바꿨고, 영상미술센터를 영상스포츠국으로 확대했다. 또, 기자와 PD간 협업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시사제작센터도 만들었다. 방송본부장 아래 PD와 카메라감독 등으로 TF팀을 만들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 직종 간의 칸막이를 낮추기 위해 사내 전직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제도인가.
“남극에 취재를 갔다가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영상기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 1년 반 정도 스포츠PD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회사에선 내가 스포츠PD를 지원한 것부터 난색을 표했는데, 이 분야가 취재기자나 PD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내 전직제도는 능력 있고, 조직에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직종간 칸막이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사장 임기 3년 동안 직원들에게 다양한 업무 기회를 주려고 한다.”
- 보도국과 관련해선 어떤 구상이 있는가.
“우선 어떤 뉴스가 만들어지는지 보고받지 않고, 회사가 대응해야 할 큰 이슈가 있을 때만 정보 차원으로 알려달라고 했다. 대신 예민한 주제가 있을 때 편집회의를 공개해 민실위 간사나 기자협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기자가 발제를 하고 토론하면 좋겠다. 편집회의는 회의록을 만들어 외부에 취재나간 기자들도 열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보도국장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 부산MBC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 언론사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 MBC의 적자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타개해 나갈 방안은 무엇인가.
“매출이 다른 방송사에 비해 떨어지고, 영업 적자는 해마다 50억 원 정도로 고착화되어 있다. 나는 앞으로 매출 신장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것이다. 우리와 거래가 중단된 기업을 먼저 찾아가고, 부산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도 적극 유치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뉴스는 뉴스대로 공영방송의 길을 갈 것이고, 방송사 사장으로서 흑자 경영의 기초를 만들 수 있도록 직접 영업에 나설 것이다.
자회사를 만드는 것도 고민 중이다. 부산MBC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어 지방자치단체 행사나 기업 홍보 등에 중소기업 입찰 제한에 걸려 들어갈 수가 없다. 부산 지역에서는 다른 방송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우리도 자회사를 만들어 영업 손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 지금 부산MBC의 이슈는 아무래도 다음달로 예정된 사옥 이전일 것 같다.
“(새 사옥 건설 예정인) 땅이 부산 엑스포 부지 인근에 있어 주최 측에서 우리 땅을 빌려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올 11월에 엑스포 개최지 발표에 맞춰 새사옥 건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갈 예정이다. 새사옥 이전 전까지는 범일 사옥에서 지내야 하고, 오는 6월에 범일사옥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범일사옥은 방송용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기존 건물을 구입해 몇 개 층을 사용하려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부산MBC만의 색깔을 보여줄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이 있다면.
"1974년 부산MBC에 <200만의 대화>라는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슈가 있을 때는 시청률이 48%까지 나왔다. 이제 <400만의 대화>를 만들어 <100분 토론>과 같은 영향력을 가진 부산MBC만의 대표 토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다. 새로 이전하는 사옥 앞에 시민회관이 있어 토론 프로그램에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또, <빅벙커> 같은 프로는 킬러 콘텐츠로 만들고 좀 더 네트워크화할 필요가 있다. OTT는 가능한 한 지원할 계획이다. 나는 <피지컬 100>(넷플릭스)보다는 <나는 신이다>가 아카이빙을 잘 활용했다는 면에서 더 좋았다고 본다. 부산MBC의 역사가 있는 만큼 아카이빙을 활용하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 마지막으로, 부산MBC 역사상 영상기자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게 처음이다. 선배로서 후배 영상기자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리더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영상기자는 기획, 구성, 취재 등 멀티 소양이 잘 되는 구조다. 이러한 소양이 업무를 통해 무한반복 되면 누구나 이 자리에 올 수 있다. 영상기자 중에 제가 먼저 올랐으니 실망시키지 않고, 이임식 때 박수 받는 선배가 되겠다. 또, 내 경험을 잘 닦아 후배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