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세금으로 쇼핑’, 700억대 전남도청 사무관리비의 은밀한 비밀
<목포MBC 홍경석>
내돈으로 쇼핑몰 물건을 살 때 과연 19%의 웃돈을 얹어주며 구매할 수 있을까?
흔히 사무관리비로 불리는 예산이 쌈짓돈으로 쓰이는 일은 공직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모성 물품 구입에 쓸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사용할 물품을 끼워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 편성된 전라남도 사무관리비는 769억원에 이른다.
전남도청 모 부서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한 공무원이 사적 물품을 끼워서 구매하다 적발됐고 감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을 접하자마자 취재에 나섰다. 사적 물품을 구매하는 창구는 공무원노조가 운영하는 전남도청 매점이었다. 물품구매 대행의 명목으로 19%의 수수료를 얹어서 결제가 이뤄지는데 온전한 물품의 값도, 19%의 수수료도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정황을 낱낱이 파헤쳤다.
첫 보도가 나가고 도청 내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감사에 이미 드러난 사항이어서인지 전남도청은 구조적인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물품구매와 거래의 창구였던 매점의 실제 운영주, 공무원노조는 잘못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전남도청 공무원노조는 ‘가짜뉴스로 공직자 명예훼손 목포MBC 기자 출입금지’라는 포스터와 성명서를 전남도청에 게시하고, 200여 개의 현수막을 도청 인근 거리에 게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와는 별개로 전남도청에서는 전수 감사에 나섰고, 시민단체는 제 식구 감싸기식 처분을 우려했다.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5월 23일 전남도청 감사관실은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전라남도 감사실에서 확인한 횡령 금액은 4천3백여 만 원. 모든 부서에서 횡령이 이뤄졌으며 금액에 따라 6명은 고발 및 수사요청을, 14명은 중·경 징계를 요구했지만, 35만원짜리 에어팟을 구매하거나 50만원 미만의 금액에 대해서는 훈계조치에 그쳤다.
감사결과 발표에 이어 김영록 전남지사도 A4 한 장 남직한 대 도민 사과문을 배부했고, 공무원노조에서도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왜곡보도로 몰아갔던 우리에겐 그저 유감만 표했다는 것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취재 보도는 아직 진행형이다. 전남도청 감사실에서 인력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던 만큼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며 공무원노조가 운영했던 매점의 경찰 압수수색 결과까지 끝까지 놓지 않고 이어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취재였지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함께 지원하고 도움 준 목포MBC 보도국 모두에게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