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본 일본의 재해방송
일본은 세계적으로 재해 다발지역으로 손꼽힌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지진뿐만 아니라 매년 여름에서 가을까지 발생하는 태풍도 대부분이 일본에 상륙해 많은 피해를 입힌다.
@ NHK 재해방송의 경우
NHK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발생하는 태풍이 접근하는 경우 대부분 시간마다 방송되는 정시뉴스와 아침저녁 정규뉴스의 톱으로 방송된다. 집중호우 보도는 각 지역의 데스크가 판단해 보도를 실시한다. 또한 NHK는 신속한 재해보도를 위해 일본 전국의 9개 공항에 하이비전 카메라를 포함한 취재기자재를 준비해 놓고 있으며, 도쿄, 오사카, 나고야 공항에는 24시간 태세로 영상취재팀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재해를 다루는 방송도 공영방송인 NHK와 민영방송들은 매우 다르다. 태풍이 올라오는 현장을 중계할 때 NHK의 경우에는 현장의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시청자가 예보를 접하고 이에 대비하는 방재보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영상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가 없다.
2000년 9월 11일 희생자 10명, 주택침수 7만가구가 발생한 오사카 나고야지역의 집중호우 때 NHK나고야방송국 영상취재데스크 사이토 하루오상은 그때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에 오후 8시경에 가장 위험한 방생이 벌어졌는데 전기는 물론이고, 다리도 두절되고, 통신도 전화도 모두 두절된 상태에서 현장에 나가있는 영상취재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었다. 그래서 무선이 터지는 곳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취재 생명선이라고 지시하면서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장소에 취재에 임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고 한다.
로봇카메라 적극 활용
공영방송인 NHK의 경우에는 로봇카메라를 적극 활용 한다. 현장의 지금 이 시각 영상화면을 내보내면서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예보성 보도에 중점을 둔다. 물론 자료화면이 나갈 땐 촬영날짜와 시간을 수퍼 처리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NHK의 경우에는 현장의 중계차 못지않게 중요한 영상화면은 전국에 400여개를 설치한 로봇카메라가 중요 역할을 한다. 태풍예보 방송에 중요한 곳은 물론 태풍의 가장 인접지역인 오키나와섬은 물론이고, 일본 본토에 입구에, 바닷가 제방에, 하천 교량의 범람 위험지역 등등에 NHK에서 설치한 로봇카메라를 이용해서 실시간 보여준다. 기자와 아나운서는 그 현장을 보면서 설명하는 식으로 재해방송을 한다. 물론 교량의 범람위험소식이라든가, 바닷가 입구에 중계차를 설치해놓고 중계를 하기도 한다.
또한 NHK가 설치를 못한 곳에는 방제기관과의 제휴를 해서 로봇 카메라등의 영상을 이용하여 방송을 한다. 가령 국토 교통성에서 설치한 로봇카메라 활용 댐수량, 산사태위험지역 등을 중계한다.
그리고 일본의 재해방송시간에는 기상청의 브리핑을 신속하고 중요하게 방송을 하기도 한다. NHK의 경우에는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해보도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방송 기자재가 있다.
- 스키프 파크 레코다(skip back recorder)
이 시스템은 장착된 센서가 설치장소의 흔들림을 감지하여, 지진 발생 10초 전부터 영상을 녹화 한다. 그러므로 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나기까지가 영상으로 기록된다. 한신지진의 경우, 새벽 5시에 흔들림이 시작되었는데, 보도국 당직 근무자 바로 위에 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당직근무자가 이불을 덮고 자다가 소파 밑으로 떨어지고, 옆에 있던 책장이 넘어지고, 당직 기자가 다시 일어나 비상연락망으로 전화를 한 후,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등 일련의 장면이 녹화 되었다.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런 장면을 촬영하는 시스템이 바로 스키프 파크 레코다이다.
- 헬리콥터
일본 NHK는 하이비전 카메라 등을 장착한 헬리콥터가 도쿄, 오사카 등에 24시간 대기한다. 이는 심야는 물론이고 새벽에도 출동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커다란 재난보도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사건 현장에도 투입하여, 현장의 영상 취재진이 영상은 물론이고 리포트도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고감도 카메라가 준비되어있어, 시야가 어두운 곳에서도 고감도의 카메라 영상을 통해 현장 상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 위성중계차(CSK)
통신위성을 경유해서 송출하는 중계차가 전국 60여개지국에 배치되어있다. 송신이 어려운 지역에서 송출하기에 용이한 시스템이다.
- 비디오폰
이 장비는 도로가 단절되거나,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는 산간지역에서 작은 노트북 크기의 장비를 가지고 영상을 송출하는 시스템이다. ‘오리타타미’라고 하는 소형 접이식 안테나를 통해 6미리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영상을 송출한다. 무게는 15kg 정도이며,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만큼 조작이 간단하다.
- 로봇 카메라
화산이 활동을 하는 지역이라든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에 로봇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 장비는 전화로 작동을 한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리얼타임으로 작동을 하기 때문에 화산이 활동을 시작할 경우, 로봇 카메라의 영상이 곧바로 방송과 연결되어 인근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한다.
- 위성중계차 CS헌터
움직이면서 송출을 할 수 있는 위성중계차로 CS헌터라고 하는 장비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이동하면서 피해지역을 보다 신속하게 중계할 수 있다.
@ 일본민방의 경우(TBS)방송의 재해보도시스템
- 재난대비 데스크 운영
TBS는 영상취재원이 70명이다. 이 중에서 10개조로 10명이 재난 취재 대비 데스크가 있고, 그 밑에 브이라고 하는 보조원들이 장비들을 일상 점검 한다.
데스크는 각 파트별로 되어있다. 그리고 파트별로 운전, 취재기자, 영상취재원, 브이(오디오, 조명)가 있다. 보조데스크는 자회사에서 운영되고 전직 카메라기자 출신들이다. 브이들도 카메라를 배운 사람들로서 구성되어진다. 이 사람들은 언젠가 정식사원을 목표로 하든지 아니면 자회사의 카메라맨으로 승격을 하기 위해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재난 대비 장비점검이 소홀이 될 수가 없다.
- 재난 취재 대비 시뮬레이션 실습
이들은 평소에도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데스크에게 그 자리에서 무엇을 촬영할 것인지에 대한 예행 보고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는 거리에서 시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무엇을 스케치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지진강도 5이상이면 비상연락을 안 해도 회사로 전원 출근을 한다고 한다.
- 현장출동
현장의 일보를 제일 먼저 접한 영상취재기자가 현장으로 달려간다. 또한 동시에 6미리 카메라 취재팀도 현장으로 보낸다. 일단 이 사람들이 현장보고를 통해서 필요한 장비와 예상 중계차 장소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합동데스크에 보고를 하게 된다. 데스크에 보고가 되면 영상취재기자 데스크, V 데스크, 운송 데스크 등에 신속히 연결되어 일반적인 경우, 비상연락망으로 출동하게 된다.
예산은 영상취재 데스크가 집행을 하며, 스텝들은 중계차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중계 디렉터도 영상취재기자 출신이고, 편집도 영상취재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처리하게 된다. 또한 산간 지역 등 지진, 수해로 인해 다리가 끊긴 경우를 대비해 접이식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이 준비되어 진다. 그리고 상호 연락은 삐삐와 핸드폰을 가지고 하는데, 데스크가 삐삐를 치면 전 영상취재팀 모두가 동시에 벨이 울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 재난 대비 장비
10개조로 운영되는 각 조별로 재난 대비용 장비는 FPU(중계가 터지지 않을 경우에는 트라이 포드 위에 설치하는 간이 위성중계용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것을 3개조로 해서 평소에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서 장비를 익힌다. 이 장비는 위성이 터지지 않을 경우나 광케이블이 지진과 태풍으로 두절되었을 경우, 그리고 산간지역 등 중계를 할 수 없는 곳에서 송출을 하기 위한 장비다.
함께 가지고 다니는 작은 배낭에는 휴대용 모니터, 방수 마이크, 예비용 전지, 케이블 비닐커버, 휴대용 무전기, 레인 커버 등이 준비되어있다. 그래서 재난 방송이 시작되면 평소에 점검된 이 장비들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
- 장비점검 담당 부서 운용
장비는 장비 담당 부서가 있다. 매일 취재가 끝나면 점검을 한다. 여기에는 ‘브리’라고 하는 카메라, 조명, 오디오를 전공한 사람들이 배치되어있다.
- 예산
현장에서 급식을 할 수 없는 경우, 하루 이틀은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 후에는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 그러나 콤비니 등이 없는 산간지역에도 회사로부터 지원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도시락 회사와 계약을 해서 운영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 통신
포켓벨이라는 것을 아직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사라진 삐삐라고 통신을 일본 보도관계자들은 아직도 허리에 차고 다닌다. 포켓벨은 데스크가 한번만 전화를 하면 영상취재팀 전원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 핸드폰은 취재 중에 인터뷰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아직도 포켓벨을 사용 한다고 한다.
일본 재해 방송, 방재 보도 중심
일본 방송의 재해 보도는 다발하는 지진과 자연재해에 대비해 즉시 대처 가능하도록 철저히 매뉴얼화, 시스템화되어 있다. 반면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 또는 선정적으로 보도를 한다는 점도 일본 재해 보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민영방송들의 영상은 매우 흥미롭다. 가령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에 기자가 출연해 날아가 버릴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어떤 여 기자는 몸을 가누기 힘든 현장에서 담 벽에 웅크리고 앉아 방송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무모함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과거 일본 방송도 우리처럼 재해가 발생하면 재해지역에 취재진이 우르르 몰렸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재해가 발생해 피해를 입은 지역의 대부분은 피해 복구에 적게는 몇 달에서 많게는 몇 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스컴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NHK가 재해 발생 뒤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재해지역 주민은 피해상황보다는 피해지역의 재건에 관한 정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시청자의 needs에 맞게 일본의 재해 보도는 점차 피해상황을 보도하는 재해보도에서 재해 발생을 방지하는 방재보도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시청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한 피해 상황이 아니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혹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의 재해 방송은 과거나 현재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재해 보도’가 아니라 ‘방재 보도’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인지... 더 이상 뒷북치는 ‘재해 보도’는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BS 일본 특파원 카메라기자 유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