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by KVJA posted Aug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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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사람들, 반난민정책 선호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정립돼야


김우철 박사님.jpg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학회에서 기자가 아닌 연구자로 발표를 했다. 토론토에서 열린 ICA 컨퍼런스는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는 미국 중심의 학회라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IAMCR 컨퍼런스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edia and communication research)는 유럽과 제 3세계 학자 중심의 학회로 알려져 있다. 개최 국가가 매년 바뀌고, 수 천명이 참여하는 컨퍼런스이기 때문에 현업에서 종종 다니던 국제대회 분위기도 나는 데다가, 저널리즘 뿐 아니라 미디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보고 느끼는 바가 컸다. 젊은 현업기자들에게 이런 기회들이 더 주어진다면 보고 느끼는 게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자리에 카메라가 아닌 페이퍼를 들고 가는 내 모습이 낯설기만 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현장은 보다 정교한 이론을 필요로 하고, 이론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직 나에게는 일의 연장이란 생각이 든다. 이 자리에서는 토론토의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려 한다.


<난민의 올바른 재현이란>

이번 연구는 난민 보도에 있어서 사진의 안과 밖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제작관행의 연결 지점에 관한 것이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1억명이 넘는 국제 강제 이주민들이 지구상을 떠돌고 있는데, 국내외 언론사들은 이들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이들을 올바르게 재현하는 데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6월,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보러 가던 심해잠수정 탑승자 들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중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난민선의 침몰과 난민들의 익사에 언론사들은 대부분 무관심하고, 더 나아가 적대적일 때도 있다. 난민을 포함해서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보도하는 문제는 이렇게 언론사의 정파와 기본 논조에도 영향을 받지만, 현장 기자의 가치와 윤리적 코드, 그리고 제작 관행에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서방언론이 비판을 받는 대표적 지점은 서방세계가 이슬람을 일방적으로 보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번 연구는 서구의 대표적 국제통신사들이 기독교 문화권인 우크라이나 난민과 이슬람 시리아 난민을 시각화 하는 방식을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도영상에 내재된 권력과 영상의 형평성>

첫째, 시리아 난민의 경우, 남성의 비중이 높고, 우크라이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둘의 결정적 차이는 유럽이 이중적인 난민 정책을 통해 이미 촬영 전 단계에서부터 사진의 성격을 구조적으로 차별화하고 있는데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3년 동안 유럽 내에서 일하고 거주할 수 있는 한시적 보호 조치(Temporary Protection Directive)를 적용 받았고, 시리아는 그렇지 못했다. 법적 보호를 받는 난민들을 다룰 수 있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상적, 문명적 공간이지만, 난민촌 철창 너머로 촬영되는 난민들은 대부분 이질적이고 비문명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성과 어린이는 난민의 역경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현장 기자들이 대표적으로 찾는 대상들인데, 우크라이나 난민 사진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이렇게 보도 사진은 현실을 반영하고 구성하면서 동시에 현실에 의해 한계 지어진다.  둘째, 남성 사진의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남성은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반려동물이나 아이와 함께 촬영한 사진 빈도가 높다. 또한, 시리아는 그룹 샷들이 많고, 우크라이나는 개인들을 포착한 사진들이 많다. 그 이유는 시리아의 경우 통제를 받아서 혹은 취재의 관행상 망원렌즈를 주로 사용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들의 개별적 사연들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난민의 보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과 개인적인 사연들이 소개되었다. 


이 각도에서 보다 보면 결국, 사진의 차이는 종군사진기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유명한 표현,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깝지 않은 것이다”에 다다른다. 그가 말한 거리감은 물리적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이기도, 그리고 제도권 내에서는 정치적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영상기자들은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제작 관행으로 연결되는 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간과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우리는 먼 거리에서 불특정한 다수를 망원렌즈로 촬영하고 와서, 이들의 성격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내레이션과 자막을 붙인다. 이런 오래된 방식이  현대 미디어 문화와 맞는 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사람들을 포함하는 취재는 그 과정에서 경제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이 뒤엉킨다.  난민 재현에 있어서 서구의 유수 언론들도 같은 논리로 편향성과 보도의 방식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 심리학자들의 실험과 소외된 이웃의 재현>

한편, 우리나라의 난민 보도로 눈을 돌려 보면 또다른 문제가 있다.  국내 언론은 취재원의 보호라는 취지에서 탈북민을 포함해서 난민들의 영상 대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다. 그 취지와 방향은 맞지만, 여기에는 생각해 볼 또 다른 지점이 있는데, 바로 모자이크의 사회적 효과와 관련된 것이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서로 다른 그룹에 서로 다른 성격의 난민을 사진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불특정한 난민들의 그룹 샷을 본 사람들은 구체적인 난민 개개인의 사진을 본 사람들에 비해서 반난민정책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반이민 정서를 선동하는 지도자들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난민 보도와 관련해서 모든 난민들이 자신들의 얼굴이 노출되었다고 위험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생각을 해 본다면, 모자이크가 심하게 들어가 있거나 식별 불가능한 그룹 샷이 주종을 이루는 현재의 보도 영상 패턴의 효과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이런 관행은 인터뷰를 할 때 훨씬 폭넓게 사용된다. 현장을 생각해 본다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얼굴이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나 제작 편의를 위해 끈질긴 설득대신 모자이크와 뒷모습으로 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실험연구들을 뒤집어서 생각해 본다면, 국가는 초상권 등 명목적인 원칙을 통해 현장을 통제할 수도 있고, 또한 이미지를 통해 여론 형성과 공론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미지를 볼 때 이성보다 감성적 가치가 더욱 커진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우리나라처럼 모자이크 처리가 자주 등장하는 뉴스 영상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다. 이런 생각들로 이번 발표에는 최대한 현장의 느낌을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다. 15분 동안 영어로 설명하는 것도, 카메라 없이 그런 자리에 선 것도 낯설었지만, 영상 저널리즘 위기의 시대에 세계 곳곳에서 고민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이런 내용들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주관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영상기자들은 국내외의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어느 나라 영상기자들과 비교를 해도 적지 않게 경험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서양 번역서를 그대로 적용을 하거나,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현장 지식을 생산하고 다양한 기자들과 연대하고 교류하면서, 영상저널리즘이 나아갈 길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현장에는 기자를 향한 비우호적인 사회적 시선, 현장 통제의 강화,  황색저널리즘의 횡행, 그리고 누구나 기자 직종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인식까지 다양한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 우리 직종의 가치를 보다 더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가치를 찾아내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토론토의 국제 컨퍼런스는 미약하지만 그런 생각을 펼쳐본 첫 공간이었다.


김우철 / 前MBC 영상기자, 사이먼프레이저 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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